▲ 밤에 찾아오는 환각은 침입자이다. 낮이면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한밤중에 혼자 있을 때 환각은 아주 무서울 게 분명하다. 환각을 제대로 알아야 두려움이 적어진다.
1990년 이전에는 환각이 드물다고 여겨졌고, 의학 문헌에도 소수의 사례만 보고되었다. 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본인은 훨씬 자주 그런 환자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의학 문헌에 나와 있는 것보다 훨씬 흔한데 이런 현상이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심지어 의사들도 잘 모르기 때문에, 많은 환자의 병증을 간과하거나 오진하고 넘어가는 것이라 추정하였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에서 이것이 사실임을 입증되었다. 로버트 튜니스와 그의 연구팀은 네덜란드에서 시각 질환을 앓고 있는 600명에 달하는 노인 환자를 연구한 끝에 그들 중 15% 정도가 복합 환각을 경험하고, 무려 80%가 단순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단순 환각(또는 일시적이거나 간헐적인 환각)을 겪는 환자들은 의사를 만났을 때 이를 보고할 정도로 크게 주목하지 않거나 기억해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또는 지속적으로 나타나더라도 말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할머니는 환각 현상이 생기고 2년 뒤에야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질병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혼자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환각이 나타나자 자신이 미쳐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서 말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한 것이다. 이런 할머니 중에는 뇌와 정신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눈이 멀거나 시각이 손상된 경우가 종종 있으며, 정신병이 아니라 구체적 병명마저 있다는 사실에 크게 안심한다고 한다.

따라서 환각을 알아둘 이유는 무수히 많다. 샤를보네증후군의 환각은 대개 유쾌하고, 친근하고, 기분 좋고, 심지어 벅차다고 묘사된다. 문제는 밤이다. 저녁이 되면 두려움과 혼란이 부풀어 오른다. 대개는 낮 시간에 환각적 인물을 보면 1~2분 정도 잠시 착각했다가 허상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늦은 시간이 되면 통찰력을 잃고 그 무시무시한 방문객들이 진짜라고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 밤에 찾아오는 환각은 침입자인 것이다. 낮이면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한밤중에 혼자 있을 때 환각은 아주 무서울 게 분명하다. 환각을 제대로 알아야 두려움이 적어진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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