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사체험에 흔한 터널현상은 조종사 훈련과정에서 원심력을 높이는 실험으로 해명이 되었다. 강한 회전으로 머리에 들어오는 혈류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눈이 기능을 상실하는데 뇌가 기능을 잃고 실신하기 전에 먼저 터널 시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터널현상도 전혀 특별함이 없는 현상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귀신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하지만 당시는 선생님 말씀이 존중되는 시절이었고 미신을 배격하고 과학을 믿으라는 선생님 말씀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귀신을 별로 믿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은 온통 귀신 이야기와 체험담이 많았다. 사실 귀신이 없다고 가르치는 선생님마저 사석에서는 귀신 이야기를 자주하는 편이어서 귀신을 믿지 않기는 참 힘든 시절이었다.

내게 귀신하면 생각나는 것이 흰 옷 입은 귀신이다. 1970년대에도 시골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손전등도 별로 없었다. 손전등이 있어도 건전지가 아까워 익숙한 길에서는 어지간하면 손전등을 켜지 않고 다녔다. 그런데 길을 걷다 보면 가끔 하얀 옷을 입은 귀신이 나뭇가지에 흔들거리는 것이 보이곤 했다. 귀신을 믿지도 않고 이미 그런 착각을 가끔 경험했기에 ‘분명 귀신은 없는데 왜 저런 것이 보이지?’ 하고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영락없이 귀신이다. 별로 무섭지도 않았고 분명히 아니라고 확신하면서 보고 또 보아도 영락없이 귀신 모양이다. 그래서 손전등을 켜서 확인해 보면 고작 작은 작은 비닐조각 정도였다.

당시에 의문은 손전등을 켜고 확인해 보면 사람 모습과는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평범하고 조그만 비닐조각인데 왜 그렇게 커다랗고 영락없이 귀신(사람) 모양이었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귀신의 실체를 확인하고도 다음에 또 속는다. ‘저것도 작은 비닐조각일 거야.’ 하고 확신하고 보아도, 또 나뭇가지에 흔들거리는 비닐조각이 귀신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때는 왜 그렇게 보였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된다.

‘귀신은 없다’는 것을 믿어도 귀신이 보이는데, 옛날에 백내장 등으로 인한 시각 장애, 영양 결핍으로 인한 뇌의 기능 장애 등등이 많았던 시기에 얼마나 환각이 많았을지, 그래서 얼마나 귀신이 많이 보였을지 짐작이 된다. 요즘은 귀신 이야기나 UFO 이야기는 별로 없다. 세상이 좋아진 것이다. 그런데 임사체험 이야기는 가끔 등장한다. 임사체험은 뭐 특별한 현상일까?

유체이탈 등 임사체험 경험담이 가끔 TV에 등장한다. 임사체험은 체험자의 증언에 공통성이 높아서 단순히 착각이라고 치부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죽었다는 판정을 받았다가 기사회생한 환자의 20%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고 주장한다.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본다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로운 영적 존재를 만났다거나 혹은 죽은 친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거나, 유체이탈로 수술실 혹은 응급실에 누워 있는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 봤다거나 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최근 응급시스템의 발달로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심장정지 후 소생하는 환자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고, 그로 인해 이런 임사경험을 보고 하는 경우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임사체험의 내용은 ‘극도로 생생(hyper-vivid)’하거나 ‘현실보다 더 리얼(realer-than-real)’하다고 묘사되며, 내용들은 매우 유사하고 일관적이어서 아무리 냉철한 이성을 지닌 과학자라 해도 쉽게 무시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임사체험 내용이 사후세계가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환각처럼 뇌의 내부에서 발생한 이미지(착각)일까?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라면 사후세계나 영적세계에 대한 증거가 될 것이고 자신의 뇌에서 만들어진 정보라면 그저 환각의 일종인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임사체험도 환각의 일종인 것 같다. 임사체험이 외부에서 유입된 정보인지 뇌의 시각기관이 만든 이미지인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임사체험을 경험할 사람을 미리 알고 있어서 준비하고 있다가 뇌를 촬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의 경우에는 최근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로도 뇌의 내부 현상이라는 증거가 나왔다. 실험쥐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고동친 순간부터 뇌파가 멈추기까지는 약 30초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이 짧은 시간 동안 연구진은 쥐의 뇌세포가 전기신호를 발생시키는 빈도를 신중하게 측정하여 기록했다. 심장이 멈춘 직후 몇 초 동안 쥐의 뇌는 고도의 조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심장이 마지막으로 고동친 후 뇌의 전반적 활동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저주파 감마영역(25~55Hz)의 진동은 강도가 증가했다. 즉 하향적 신호전달이 8배가 증가하였는데 이는 뇌의 활성이 마지막 몇 초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뇌의 내부 활동이 임사체험이지 외부의 영적인 신호의 유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죽음 유도 방법과 관계없이 18마리 모두에게서 임상적 죽음 이후 강력한 뇌 활동이 동일한 패턴으로 관찰되었다고 하는 것이 임사체험 경험담의 공통성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줄지 모른다.

임사체험 경험담 중에는 유체이탈 이야기도 많은데 이것 또한 별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고 한다. 어느 수면연구가는 신체이탈 경험이 실제인가 확인하기 위해서 기발한 방법을 개발했다. 즉 신체이탈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에게 잠들기 전에 특정 물체를 평소와 다른 곳에 놓아두게 한 것이다. 그리고 신체이탈이 일어나 몸 밖으로 떠돌아다니게 되면 그 물체를 찾아보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평소와 달라진 위치의 물건을 본 사람은 없었다. 그저 익숙한 기억으로 만들어진 환각이지 실제로 유탈하여 관찰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만의 환각을 구분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다고 한다. 유체이탈이 되면 시계를 확인해 본다는 것이다. 유체이탈 중에 시계를 보면 엉뚱한 디자인이거나 시간이 엉뚱하거나 녹색 LED 조명이 없는 식이라고 한다. 자신의 시계는 독특하게 녹색 LED가 있는데 유체이탈은 실제 관찰이 아니라 대충 그럴듯한 환각이라 그런 디테일까지 챙기지 못해 차이를 알아채고 자신이 또 수면장애로 유체이탈의 환각에 빠졌구나하고 눈치 챈다는 것이다.

임사체험에 흔한 터널현상은 조종사 훈련과정에서 원심력을 높이는 실험으로 해명이 되었다. 강한 회전으로 머리에 들어오는 혈류가 부족하면 가장 먼저 눈이 기능을 상실하는데 뇌가 기능을 잃고 실신하기 전에 먼저 터널 시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터널현상도 전혀 특별함이 없는 현상이다.

그리고 유체이탈은 뇌의 공간적 위치에 관여하는 감각을 연합하는 관자마루엽 접합부에 전기적 자극만 제공하여도 쉽게 일어난다. 임사체험 즉 생의 마지막이 그나마 고통이 아니라 편안한 환각으로 끝난다니 다행이다. 올리버 색스는 본인이 관찰한 환자의 마지막 환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죽을 때나 죽음을 예감할 때 방문하는 특별한 환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양로원과 요양원에서 일하는 동안, 의식이 맑고 정신이 멀쩡한 환자들이 죽음이 임박했음을 느낄 때 환각을 경험하곤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뭉클함을 느끼곤 한다. 로잘리는 샤를보네증후군을 가진 아주 연로한 시각장애인 할머니였다. 그녀가 병상에 누워서 곧 죽으리라고 생각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환영으로 나타났고 천국에서 그녀를 맞이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 환각은 평소에 겪은 샤를보네증후군 환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중 감각적이었고, 개인적이었으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고,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흠뻑 스며들어 있었다. 보통의 단순한 환각은 자신과 관련이 없고, 어떤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내가 아는 바로는 다른 환자들, 평소에 특별히 환각을 경험하지 않은 환자들도 그와 비슷한 임종 환각을 겪는다. 그러한 환각이 그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환각인 셈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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