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홍관 국립암센터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 제목의 글이 식품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 더밸류즈 정진호 소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식품회사들이 국민건강에 기여한 사례를 들며 “식품회사는 해롭지 않다”고 반박했다.

정진호 소장은 “담배는 당연히 건강에 해롭지만, 식품은 영양을 통해 건강에 도움을 주거나 맛으로 먹는 즐거움을 준다”며, “식품회사들도 나트륨이나 당 성분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당위적인 우려를 구체적인 근거 없이 현실처럼 부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또, 서 교수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미국 식품회사와 한국 식품회사는 차이가 크다”며, “우리나라의 대표적 식품회사인 농심, 서울우유,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빙그레, 풀무원 등은 국민건강과 사업보국을 창업정신으로 하여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 온 기업들로, 미국 식품회사처럼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으로 운영돼 오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소장은 “담배회사와 식품회사 모두 나쁘다는 얘기는 우리 사회공동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위험한 논리”라며, “식품회사들이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불어 사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음은 정진호 소장이 게재한 <식품회사는 해롭지 않다> 전문.

아기들에게 모유는 최고의 식품이지만 모유를 먹지 못하는 아기들이 있다. 신생아 5만 명 중 1명은 선천성 대사이상으로 아미노산과 단백질을 흡수하지 못해 모유는 물론 분유도 먹지 못한다. 이 아기들에게 적절한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 매일유업은 5만명 중 1명에 불과한 400명의 아기를 위해 특수 유아식을 개발하여 1999년부터 지금까지 공급하고 있다. 이익창출이 아니라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국민이 배불리 먹어야 세상이 평온하다” 한국전쟁 후 먹을게 부족하던 시절, 보험회사 부사장을 하던 전중윤(삼양식품 창업자)는 남대문시장 근처를 지나다가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먹으려고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며 서민들을 배불리 먹게 하기 위해 1961년 삼양식품을 설립한다. 그리고 곧바로 라면을 개발한 일본 회사에 찾아가 사정사정하여 기계 2대를 사서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을 탄생시킨다.

가격은 서민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꿀꿀이죽 2그릇 가격인 10원이었다. 국민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 시장점유율 90%를 점유하지만 오랜 기간 가격인상도 하지 않았다. 삼양라면은 라면을 튀기는 기름을 식물성 팜유 대신에 식품에 사용하는 2등급 소고기기름을 사용했다. 이유는 국민들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 가격이 싼 식물성 팜유 대신 가격은 높지만 칼로리가 높은 소고기기름을 쓴 것이다.

국내 라면 시장 독보적 1등을 하던 1989년 누군가의 투서에 의해 ‘공업용 우지(소고기기름)’ 사건이 터진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로 벼랑에 몰린 삼양라면은 160만 박스를 폐기처분하고 직원 80%가 실직하고 회사는 4천억원의 손실을 본다. 법정투쟁 8년 만인 1997년 법원으로부터 완전 무죄판결을 받지만 시장점유율은 1% 대로 쪼그라든다. 이어 1998년 IMF 사태로 부도를 맞고 2005년이 되어서야 정상화가 된다.

한국전쟁 직후 국내 젖소 사육두수는 289마리였다. 국민 대부분은 우유나 분유를 먹을 수 없었고 수입에 의존하던 상황이었다. 1969년 젊은 사업가 윤덕병(한국야쿠르트 창업자)과 건국대 축산연구소장 윤쾌병은 미래의 낙농한국과 국민보건을 위해 우유를 활용한 유산균 발효유를 만들자는 결심을 한다. 이미 유산균 발효유를 개발하여 보건음료로 이용하는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여 한국야쿠르트가 설립된다.

국내 최초의 유산균 발효유가 나온 것은 1971년, 당시에도 여전히 먹을게 부족한 시절이라 국민들은 유산균 발효유를 “먹을 게 없으니 균까지 먹으라는 거냐?”며 건강보건음료를 이해하지도 못했다. 한국야쿠르트는 판매에 앞서 건강의 중요성, 유산균의 효능을 계몽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40년이 넘는 기간 한국인들은 야쿠르트 아줌마가 전달하는 야쿠르트를 통해 건강을 지켜왔다.

지난 7월 21일자 국립암센터 서홍관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가 식품회사 등 관련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은 전체적으로 주관적인 주장이 아닌 사례를 인용하여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려 했지만 맨 마지막 문단을 보면 서 교수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망 원인 1위인 암, 2위인 뇌혈관질환, 3위인 심혈관질환은 모두 잘못된 식사와 관련이 있다. 식품회사와 음료회사를 감시, 규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더 이상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니다”

필자는 서 교수가 쓴 글에 말꼬리를 잡아 개인을 비판할 의도는 없다. 서 교수는 국내 암치료 분야의 권위자이고 금연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올해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온 의료전문가다. 서 교수가 말하는 식품회사의 유전자 조작 식품의 남용과 같은 문제로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만, 그 주장이 구체적 근거 없이 전체 식품회사가 문제가 있으니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식으로 제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첫째,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지 않다. 담배는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 ‘건강’이 아닌 ‘흡연의 경험’을 통해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게 담배회사의 존재이유다. 좋지는 않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한다. 그러나 식품회사는 다르다. 식품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영양을 통해 건강에 도움을 주거나 맛을 내서 먹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건강에 도움을 주는 식품은 물론, 맛을 통해 즐거움을 주는 식품일지라도 건강에 해로운 식품을 만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사회 환경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식품회사들도 나트륨이나 당 성분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위적인 우려를 구체적인 근거 없이 현실처럼 부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둘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미국 식품회사와 한국 식품회사는 차이가 크다. 코카콜라, 맥도날드와 같은 다국적 식품회사는 매출 규모가 수십 조에 달하고 직원수도 수만 명으로 국내 식품회사와 제품 기획, 생산, 유통, 판매 과정이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식품회사 농심, 서울우유, 매일유업,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빙그레, 풀무원 등은 매출액 1~2조, 직원수도 1천명 수준의 기업규모로 국민건강과 사업보국이라는 창업정신으로 하여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온 기업들이다. 미국 식품회사처럼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오지 않았다. 미국 식품회사가 문제가 많으니까 한국 식품회사도 나쁠 것이다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담배회사, 식품회사 모두 나쁘다는 얘기는 우리 사회 공동체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위험한 논리다. 몇몇 중소 식품회사에서 유해식품을 만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식품산업을 이끄는 기업 중에 이윤추구를 위해 고의적으로 국민의 건강을 해친 사례는 없었다. 앞에서 사례로 든 앱솔루트분유, 삼양라면, 야쿠르트는 해당 기업의 대표제품이며 국민들의 사랑을 4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제품이다. 이런 제품이 식품이고 이런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식품회사다. 국민 건강이 중요하고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식품회사라면 단순히 감시, 규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식품회사들이 건강에 좋은 제품을 만들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것이 오히려 더불어 사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사회는 국민들을 배불리 먹게 하려고 라면사업을 시작했고 이윤을 줄이더라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원료를 사용한 식품회사를 망하게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만큼 해롭다”는 얘기를 무심코 넘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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