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며 맛도 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음식만큼 같이 나누면서 쉽게 감정을 교류하고 추억을 쌓기 좋은 수단도 없다.
이제는 첨가물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첨가물은 식품 성분 중에서 특별한 기능을 하는 물질을 알아내고 그 물질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모르는 것은 식품 성분이나 위해성이 아니고 우리 몸이다. 우리 몸에는 생명의 진화 역사와 욕망이 내장되어 있다.

관리하기 힘든 것은 성분이 아니라 욕망이다. 그리고 욕망은 혀와 코 등 감각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장기관에도 있고 세포 하나하나에도 있다. 이런 내 몸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답을 내 몸 밖에서만 찾으려 했던 노력은 대부분 실패했다.

식품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진화의 역정과 내 몸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 없이 뭐를 먹으면 몸이 좋아진다는 효능의 과장과 뭐를 먹어서 나빠진 것이라는 불안의 과장 속에서 길을 잃었다.

한방에 해결될 만한 단순한 과제는 이미 다 풀렸다. 지금은 다변수 함수를 풀 정교한 과학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도 한방에 문제를 해결할 요행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은 과거 어떤 시기보다 건강하고 장수하고 있다. 조금 답답해 보여도 제대로 된 방향인지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방향이 맞으면 아무리 천천히 가도 목적지에 도달하지만 잘못된 방향은 갈수록 목적지와 멀어질 뿐이다.

좋은 식품의 개발은 제대로 된 평가기준이 있는 좋은 문화에서 가능한 일이다. 맛이 있는 음식보다 편한 음식이 몸에 좋고, 진한 맛보다 담백한 음식이 몸에 좋다. 하지만 우리는 맛집을 찾지, 몸에 편한 음식집을 찾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맛 때문에 과식하고 그래서 생긴 문제를 나쁜 음식 때문이라고 탓한다.

핑계를 찾았으니 마음은 편하겠으나 답이 아니니 결국은 다른 탓할 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제 핑계는 그만 찾고 제대로 된 원인과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제 식품을 과학으로 이해하고 문화로 소비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보통 반대로 한다. 식품을 이해할 때는 유기농, 신토불이 등 문화적 요소를 말하고, 소비할 때는 미네랄, 비타민 등 성분의 과학을 말한다. 반대로 하니 맨날 뒤집힌다.

식품은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만 년 동안 인류의 선조가 자연에서 고르고 골라 문화로써 내려준 선물이다. 문화로 소비해도 충분히 안전하다. 만약에 식품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면 만물은 화학물이고 출처는 기능 및 안전성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분자는 고유의 크기, 형태, 움직임만 있지 선의도 악의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식품에는 건전성 같은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 예전에는 소변에서 많은 약을 추출하기도 했다. 그러다 합성기술이 발전하자 이제는 합성품을 사용한다. 당신이라면 합성된 약과 소변에서 추출된 천연의 약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둘 다 동일한 성분이고 약효지만 출처에 따른 심리적인 요소를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 상관이 없는 출처를 따져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 유기농하면 기분 좋지만 유기농의 재료, 거름의 출처와 냄새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지 않는가?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안전이나 영양이 아니라 감사이다. 안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양도 넘친다. 요즘 오죽하면 1일 1식이 인기이겠는가? 한 끼가 건강하다는 것은 2끼는 영양 과잉의 폐해가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좋은 먹거리보다 좋은 먹거리를 주고 싶은 마음에 대한 감사가 필요한 셈이다.

요리는 일상이기도 하지만 음악과 미술보다 훨씬 오래된 예술이기도 하다. 식품의 재료를 따지는 것은 음악의 악기나 미술의 물감을 따지는 것과 비슷하다. 재료 좀 그만 따지고, 재료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역사와 노력에 감동하고, 단순한 재료가 조화시킨 요리사의 헌신에 아낌없이 찬사하고 고마워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는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과 너무나 맛있는 음식이 있다. 이제는 맛 보다 맛의 이면에 깔린 멋을 찾고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미식가인 셈이다. 특별한 성분을 먹어야 건강을 유지한다는 것도 착각이고, 맛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도 착각이다. 음식은 그저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일 뿐이고, 맛과 향은 음식을 먹는 노고에 대한 보상이다. 평범한 음식에서 의미를 찾고, 가장 풍성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능력이다.

제철, 제대로 된 음식을 알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제대로 된 가치 평가 능력을 키우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그림에 대한 감상력을 키우듯 식품에 대한 제대로 된 감상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 열심히 맛집을 찾아다닌다. 물론 음식의 맛만큼 항상 우리를 기쁘게 해주는 것도 없다. 하지만 식품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며 맛도 수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음식만큼 같이 나누면서 쉽게 감정을 교류하고 추억을 쌓기 좋은 수단도 없다.

이처럼 음식이 최고의 소통의 수단이고 문화의 수단으로 사용하면 좋을 텐데 맛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많고 별 의미 없는 성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영양을 섭취하기 위한 식사는 모든 동물이 하는 식사이고, 문화까지 즐기기 위한 식사는 오로지 인간만이 가능한 식사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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