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식을 좋아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채식만 하다 보면 고기를 아예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채소와 과일은 아삭아삭하고 향이 좋지만 고기는 물컹물컹 흐물거리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고약한 덩어리가 되어간다. 마음을 고쳐먹고 고기나 회를 먹고자 하여도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긍정의 효과인 플라시보 효과보다 부정의 효과인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더욱 강력하다고 한다. 독일 함부르크대학 울리케 빙겔 박사는 진통제를 맞는 도중에 통증이 가라앉은 환자에게 실제로는 진통제를 계속 주사하면서도 주사가 끝났다고 알리면 진통제가 계속 들어가고 있는데도 통증이 급상승하고 뇌에도 관련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밝혔다. 진통제를 넣지 않고도 진통제를 넣었다는 신호로 발생하는 긍정의 효과가 플라시보 효과라면, 노시보 효과는 그 반대인 것이다.

부정의 효과는 정말 강하다. 음식물에 심리적으로 과민해져 거식증을 앓다가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람도 있다. 거식증 환자는 비만해지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여 자신이 먹는 음식이 하나하나 흡수되어 자신에 체내 세포에 딱딱 달라붙는 상상을 하며 괴로워한다.

이런 마음에서는 먹는 행위 자체가 스트레스다. 나중에 돌이키고자 하여도 음식을 삼키는 게 너무 괴로운 상태가 된다. 조금만 먹어도 위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채식을 좋아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채식만 하다 보면 고기를 아예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채소와 과일은 아삭아삭하고 향이 좋지만 고기는 물컹물컹 흐물거리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고약한 덩어리가 되어간다. 마음을 고쳐먹고 고기나 회를 먹고자 하여도 도저히 먹을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 중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6.7%,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이보다 많은 8.7%나 되는 것으로 나왔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사이에 불안장애 환자 증가율은 26.1%, 우울증 환자 증가율은 19.6%라고 한다.

여러 가지 병이 된 불안 중에서는 순식간에 밀려드는 죽음에의 공포인 공황장애가 있고, 주변의 여러 일들을 지나치게 걱정하여 발생한 범불안장애, 주변의 흔한 물건인데도 어떤 사람은 과도하게 무서워하는 특정공포증 등 여러 불안장애가 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렸다고 믿고 있어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 때문에 몸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건강 염려증도 있다.

요즘 자주 듣는 것은 세상에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사건과 사고 등 부정적인 이야기이고 세상에 믿을 것, 믿을 사람 없으니 꾸준히 이웃을 의심하고 조심하라는 말이다. 세상에 믿을 것은 자신의 몸뚱이 하나 밖에 없다고 하니 몸을 챙기려 하지만, 확실한 방법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소한 증상에도 한없이 불안해하기 쉬워졌다. 이제는 불량식품은 많이 사라졌지만 불량지식은 오히려 많아졌다. 불량식품은 육체에 피해를 주지만 불량지식은 불안감으로 정신적 피해와 위험한 선택으로 인한 육체적 피해, 둘 다를 준다. 지금은 불량식품을 만드는 사람 못지 않게 엉터리 불량지식으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권장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건강을 헤치는 악당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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