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만큼 식품을 통해 건강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나라도 없고, 인터넷 감시망이 발달한 나라도 없고, 열혈 소비자단체도 없다. 더구나 나라가 좁아서 선진국 등 큰 나라에서는 1주일치 먹을거리를 냉동고에 보관하면서 먹는데 우리는 바로 집 앞에 신선한 먹을거리가 버젓이 나와 있으며 식당이 넘쳐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식품환경에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이 80%에 이르는 것은 소비자를 안심시킬 식품회사의 위험 소통력이 부족한 이유가 크다.
MSG의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게 되자 먹을 때 생기는 두통, 발열, 갈증 등 개인의 감각적 현상을 증거라고 들이밀고 있다. 과학보다는 감각이 믿을만 하다는 태도이다. 100년 전 미국 안전국 수장 와일리가 감기 증상을 안식향산의 유해성의 증거로 내세웠던 방법과 별 차이가 없다.

가공식품과 과자를 비난할 때는 “달콤할수록 몸에 해롭다”라고 한다. 이처럼 우리 몸을 무시하는 발언도 드물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라’가 우리 몸의 기본적인 보호기작인데, 필요하면 감각을 믿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감각을 무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가진다.

MSG만큼 안전한 아미노산(첨가물)도 드물다. 그런데 이런 물질도 유해성이 있어서 두통, 발열, 갈증, 아토피가 발생한다면, 10~20종의 첨가물이 들어갔다고 주장하는 가공식품은 왜 조용할까? 식당에서 외식만 해도 MSG 때문에 온갖 증상이 나타나는데, 첨가물이 20종이나 들어갔다는(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편의점 김밥을 먹으면 온몸에 부작용이 생기는 사람이 엄청 많아야 하지 않는가? 첨가물 20종이 들어갔다는 삼각김밥을 먹고 크게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람이 없다면 다른 첨가물은 MSG보다 20배씩 안전하다는 증명이 되는 셈인가?

우리 몸의 감각은 완벽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인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정교하기도 하다. 입맛은 상황에 맞추어 변한다. 그토록 오랫동안 여러 사람의 입맛을 속이는 기술은 없다. 몸에 나쁜 식품을 최대한 먹을 수 있는 기간은 기껏해야 1주일에서 1년 정도다. 10년을 넘게 수천만 명이 먹어온 음식에 약효가 탁월하다면 과잉으로 심한 부작용을 겪은 사람도 이미 있었을 것이고, 독성이 있다면 이미 우리 몸이 거부했을 것이다. 우리 몸이 독을 감지하는 기능을 철저히 불신하는 셈이다.

지금 첨가물의 문제는 안전보다 소통의 문제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4대 사회악’이라는 이름으로 불량식품을 뿌리 뽑겠다고 공약했고, 발 빠르게 단속과 규제 강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새 정부 이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보다 더 까다로운 식품 법규를 가진 나라가 없고, 우리나라보다 안전하고 신선한 식품을 공급받는 나라도 없다. 그런데도 규제를 더 강화하겠다고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우리만큼 식품을 통해 건강문제를 해결하기를 기대하는 나라도 없고, 인터넷 감시망이 발달한 나라도 없고, 열혈 소비자단체도 없다. 더구나 나라가 좁아서 선진국 등 큰 나라에서는 1주일치 먹을거리를 냉동고에 보관하면서 먹는데 우리는 바로 집 앞에 신선한 먹을거리가 버젓이 나와 있으며 식당이 넘쳐난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식품환경에서 식품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사람이 80%에 이르는 것은 소비자를 안심시킬 식품회사의 위험 소통력이 부족한 이유가 크다.

안전은 위해평가, 안전관리, 위험소통 3가지로 구성된다. 소비자연맹의 이향기 부회장은 “위험(Risk)이 곧 위해(Hazard)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소비자와 제대로 소통하고 있지 않다”면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일반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전하고, 문제 사안이 발생하기 전부터 소비자가 정부기관이 제시하는 정보를 낯설고 어렵게 느끼지 않도록 꾸준하고 반복적인 선행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행기 사고의 결과는 참혹하다. 하지만 이동거리 대비 어떤 운송수단보다 안전하다. 유해(위험) 정도는 결과와 확률을 같이 고려해야지 선입견으로 대하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기 쉽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거리 당 사고확률로 계산하면 자동차, 기차, 심지어 걸어가는 것 보다 훨씬 안전하다.

첨가물이 무작정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사자가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안전하게 관리되는 동물원의 사자가 위험하니 아예 구경도 하지 말라면 이상할 것이다. 첨가물은 위험해 보이나 동물원에 갇힌 사자보다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 매년 모기(말라리아) 때문에 수백만 명이 죽지만, 동물원에 사자 때문에 죽는 관람객은 거의 전무하다. 관람자(소비자) 보다는 동물원 관리자(식품 개발자)가 위험이 크다. 천연물은 안전해 보이나 워낙 많이 소비되고 제어되지 않기에 모기처럼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동물원의 사자가 안전한 것은 철저한 사자의 이해(습성, 도약력, 힘), 설계, 유지, 관리의 노력이 필수다. 철저히 관리하도록 할 일이지 무조건 멀리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하다.

첨가물은 사자보다 잘 관리되고 있다. 피해는 익숙한 것에서 오지, 위험해 보이는 것(그래서 잘 관리하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사실 첨가물은 사자처럼 특별히 힘센 동물도 아니다. 단지 특정성분을 고순도로 농축하여 만들어놨을 뿐이다. 물질 자체의 독성이 천연물과 다른 것이 아니라 고순도여서 오남용의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까지 오남용의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 관리 규격도 엄격하고 실제 사용도 까다로워 식품첨가물은 소비자가 사용 여부에 관심을 끊어도 될 정도로 이미 충분히 안전하다. 적법하게 사용하는 한 첨가물에 대해서 아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요즘은 먹을거리에 대한 폭로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 전체 중에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고 와서는 자극적인 멘트와 화면을 동원하여 입맛이 떨어지게 한다. 가격이 저렴한 음식은 싸구려 재료를 사용한 가짜라고 폄하하고, 가격이 비싼 음식은 원료비만 따지면서 거품이 많다고 비난한다. 가공식품은 존재하지도 않은 첨가물의 독성 가능성에 트집 잡힌다. 첨가물이 조용하면 영세업체의 비위생적 사례로 전체 식품업계 이미지를 폄하한다. 우리는 이래저래 입맛 떨어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즐겁지 않게 먹고 있으며, 이렇게 음식을 믿지 못해 즐겁지 않은 식사가 건강에 좋을 리가 없다.

불량음식의 유해성보다는 불량지식의 유해성이 심각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의심하려면 위험하다는 정보마저 의심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모든 먹을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화학물질의 오남용 시기를 지나온 우리의 부모님도 장수하고 계신다. 지금은 오남용도 모두 줄었다. 가장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 HACCP의 시작은 위해도 분석이다. 모든 관리 항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순서를 정리하는 것이다.

첨가물에 대한 의문 제기도 과학적이어야 한다. 확실히 가장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되는 것의 순서를 정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반드시 오류는 걸러져야 하고, 오류가 더 이상 사실인양 말하는 것은 걸러내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면 진짜 관리해야 할 것이 보일 것이다. 진짜로 관리할 것을 제대로 관리해보자. 모든 것을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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