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독과 약은 하나이며, 독이냐 약이냐는 양이 결정한다. 한번 독이면 영원히 독일 것 같지만 독을 희석하면 반드시 독의 작용을 전혀 하지 않는 양이 된다.

미량이라 해도 독은 나쁜 것이 아닌가? 대부분의 독은 희석하면 약이 된다.

“화학물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식품첨가물은 ‘소량 무해론’이 지탱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적은 양을 쓰기 때문에 해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해물질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면 여기에 큰 괴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환경호르몬의 경우 1조분의 1에 해당하는 ppt 농도에서도 생리활성을 보인다는 게 정설이다. 첨가물은 보통 ppm의 농도에서 사용되는 현실을 볼 때 소량 무해론은 정곡을 크게 벗어난 이론이 아닐 수 없다. 유해 화학물질은 단 하나의 분자도 해롭다고 말한 분자교정의학자들의 주장이 이 사실을 잘 웅변한다.” _ 안병수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하나의 분자마저 해롭다는 논리를 펴는지 모르겠다. 지상 최강의 독이라고 불리는 보톡스 독도 670,000,000,000개 이상의 분자가 있어야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희석하여 미용용으로 쓰며, 몇 개월 지나면 분해되어 사라져 또 다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미량으로 독으로 작용하는 물질은 이미 정해져있다. 신경전달물질이나 호르몬 유사물질이다. 그래서 보톡스나 테트라톡신과 같은 신경독(천연독)이 인간이 합성한 최강의 화학무기보다 1만 배 이상 강력하고, 우리 몸속의 호르몬은 호르몬 약보다 훨씬 강력하며, 내 몸 안의 쾌감물질인 엔도르핀이 마약보다 100배는 강력하게 작용한다.

세상 모든 물질은 호르몬 물질이 아니다. 호르몬은 내 몸의 대사를 조절하기 위해여 내 몸이 만드는 신호물질이다. 이 물질과 유사한 물질이 있으면 당연히 내 몸은 교란을 받는다. 환경호르몬은 의도하지 않은 오염물질이다. 첨가물은 호르몬과 유사성이나 축적성 등이 철저히 검토된 물질이라 호르몬의 작용과 전혀 무관하다. 그저 위험을 과장하기 위하여 터무니없는 엉터리 주장을 인용하는 것이다.

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독과 약은 하나이며, 독이냐 약이냐는 양이 결정한다. 한번 독이면 영원히 독일 것 같지만 독을 희석하면 반드시 독의 작용을 전혀 하지 않는 양이 된다(이를 NOEL, 무작용량이라고 한다). 심지어 독성이 사라지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똑같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바로 독이 된다. 좋은 약은 약의 범위와 독의 범위가 명확히 구분되겠지만 많은 경우 약의 작용과 부작용이 겹친다. 약의 작용과 독의 작용이 겹치지만 그래도 약의 기능이 많고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사용할 뿐이다. 분자 레벨에서는 어떤 선의도 악의도 없다. 단지 받아들이는 시스템에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어쩌다 가끔 내부 시스템에 신호물질로 사용하는 것과 같거나 유사한 물질이어서 독이나 약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첨가물을 이야기 할 때 하는 말 중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첨가물은 위험(risk) 대비 효용(benefit)이 크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다”라는 표현이다. 마치 첨가물만 위험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양면성은 만물의 공통적 특성이다. 첨가물은 대부분 독성이 없고, 주의가 필요한 품목은 뭔가 나쁜 작용이 일어날 양의 1/100 이하로 허용량이 엄격히 관리된다. 허용량 이하의 섭취는 세상의 다른 어떤 것보다 안전하다. 관심 자체를 가질 필요가 없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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