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일한 양일 때는 천연색소인 라이코펜이 합성 적색소보다 색이 3배 정도 진하다. 새빨간 토마토의 색상을 내는 라이코펜은 토마토 100g당 0.002~0.008g에 불과하다. 그렇게 적은 양으로 그렇게나 새빨갛게 보이는 것이다.

천연색소는 크게 엽록소, 카로티노이드계, 플라보노이드계가 있고, 이들 유기색은 공액결합이 많아서 긴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다. 카로티노이드계는 포화와 불포화가 반복되는 11개의 공액결합, 즉 최소한 22개의 탄소를 가져야 한다. 지방산의 탄소수가 보통 18개 이하인데 비해 카로티노이드는 보통 탄소 40개로 만들어진 분자다. 플라보노이드계는 전자의 공여체와 수용체 구조를 가져서 적은 공액결합으로 색상을 띄지만 pH에 따라 색이 크게 변한다.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는 라이코펜의 변형이다. 조색단이 없어서 pH 변화와 무관하게 일정한 색을 가지고 열에도 강하다. 그러나 대부분 지용성이고 산화에 약하다. 따라서 빛이나 산소를 차단하고 충분한 비타민C 등을 넣어서 산화를 막아야 한다. 식물에서 카로티노이드가 하는 일은 다양한데, 그 가운데 하나가 엽록체에서 광합성을 돕는 역할이다. 즉 엽록소가 흡수할 수 없는 파장의 빛에너지를 흡수해 엽록소에 전달하기도 하고, 엽록소 대신 산화되어 엽록소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플라보노이드계 색소는 플라본을 기본구조로 한다. 플라본 자체는 유용성이지만 당이 결합하면 수용성이 되고 이를 안토시아닌이라 하며 구체적으로 기능성이 연구된 품목만 600종이 넘는다. 그만큼 건강기능성 소재로 가능성이 많이 검토된 원료이다. 플라보노이드는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식물에게 호르몬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플라보노이드를 무조건 찬양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이 물질을 색소로 사용할 때 불편한 점은 pH에 따라 조색단의 효과가 달라져 색상이 크게 변화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천연에 이상적인 색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식품 분자치고는 매우 큰 편에 속하여 용해도가 낮다. 카로티노이드계는 유용성이 대부분이며 산화에 약하고, 플라보노이드계는 산화에는 약간 안정하나 pH에 민감하다. 합성색소는 이런 결점이 적으나 부질없는 유해성 논란으로 기피된다. 식용 합성색소를 조금만 넣어도 색이 진해지는 것을 보고 ‘역시 합성은 진해! 진한 것은 유독할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합성색소는 산화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환구조로 만들어 몇 개를 결합하고 용해도를 높이기 위한 나트륨을 가지고 있어서 분자량이 크다.

사실 그보다는 라이코펜 같은 카로티노이드계 천연색소가 오히려 구조가 단순하고 분자량도 적다. 따라서 동일한 양일 때는 천연색소인 라이코펜이 합성 적색소보다 색이 3배 정도 진하다. 새빨간 토마토의 색상을 내는 라이코펜은 토마토 100g당 0.002~0.008g에 불과하다. 그렇게 적은 양으로 그렇게나 새빨갛게 보이는 것이다. 옛날에는 붉은 보랏빛인 티리안 퍼플 염료를 1.2g 얻기 위해 지중해 조개를 1만2000마리나 잡아야 했고, 코치닐 1㎏을 얻기 위해 연지벌레 암컷을 10만 마리나 잡아야 했다. 천연은 그렇게 적은 양으로 강한 색을 냈던 것이다. 우리가 천연색소를 사용할 때 사용량이 많은 것은 순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순도가 10%만 넘어도 너무 진해서 검게 보이고 묽게 희석해야 최종 색상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천연 유용성 색소는 매우 끈적이고, 옷감에 묻으면 세탁이 힘들 정도로 강하게 염색된다. 합성색소는 용해도를 높이기 위에 나트륨을 첨가한 상태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기 때문에 물에 잘 녹는 물질은 독성이 적다. 천연색소만큼 검증된 합성색소도 안전하다.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합성색소의 발암성, 독성에 대한 자료는 무수히 많다. 그렇지만 세상 어떤 물질이든 색안경을 끼고 찾아보면 그 정도의 결과는 나타난다.

천연색소인 카로티노이드, 라이코펜은 천연 항산화제로 주목받고 있고, 플라보노이드(안토시아닌)는 항산화제뿐만 아니라 피토케미컬로 주목받고 있지만, 플라보노이드는 원래 식물호르몬 물질이고 라이코펜은 융점이 172℃, 베타카로틴은 융점이 181℃다. 융점이 높은 물질은 우리 몸에서 쉽게 처리하기 힘든 물질이고 배출도 쉽지 않다. 음식 속의 천연색소를 꺼릴 이유는 없지만 이것을 추출하거나 똑같이 합성하여 색소로 사용하면 좋다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항산화제가 수명을 연장해줄 거라는 희망은 레스베라톨을 끝으로 사라졌고, 이들의 색소를 사용하려면 많은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천연에 이상적인 색소 분자는 없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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