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관
정영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관

6.25 전쟁 직후인 1954년 미국의 농산물수출원조법에 의해 미국 밀이 무상으로 국내에 제공되면서 우리나라에 외국 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밀가루 음식에 익숙해질 무렵에 미국은 밀 무상 원조를 중단하고, 1960년대에 들어 싼 가격에 밀을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밀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우리밀은 16%의 자급률을 유지하다가 1984년 정부 수매 중단과 함께 1990년 889톤으로 거의 0%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1990년대 초반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시작되어 정부의 수매자금 지원 등으로 1995년 1만262톤까지 늘었다. 당시 우리밀운동본부는 유통을 전담하는 우리밀사업단 발족과 함께 우리밀라면, 쿠키 등의 가공제품을 개발, 판매하는 등 활기를 보였으나, 수입 밀에 비해 5배나 비싼 가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다행히 2008년부터 수입 밀 가격이 치솟고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밀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제 밀 수급변화에 국내 밀이 어느 정도의 완충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 이상의 자급 생산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안정적 소비기반 구축이다. 소비연계 없이 생산에만 매달려봐야 1990년대 우리밀 살리기 운동의 전철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불문가지다.

우리밀 자급률 제고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부와 지자체, 업계, 농가의 공동 협력 없이는 소비 촉진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정부는 중ㆍ장기적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안정적 곡물 확보를 위해 우리밀 자급률을 2017년까지 10%(5.7만ha)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우리밀 자급률 목표 10%는 식량안보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과 생명의 기본을 보존하기 위해서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밀이 시장에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당면 과제들이 있다. 우리밀 성장에 있어 장애요인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밀의 높은 가격대를 꼽을 수 있다. 국제가격 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수입 밀에 비해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우리밀을 선택하려 해도 수입 밀 대비 1.5배의 가격대를 넘어선다면 우리밀에 대한 구매 의사는 현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고, 우리밀 시장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둘째, 제품 용도별 특성에 맞는 고품질의 다양한 원맥 생산이 미흡하다. 다목적용으로 개발된‘금강밀’생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셋째, 밀 호당 재배규모가 적어 소득이 적다. 기계화 영농 손익분기점이 3.5ha임을 감안할 때 지난해 1.8ha의 밀 재배규모를 3.5ha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영농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넷째, 조직화ㆍ규모화 되지 않은 생산구조 및 기반시설 미흡이다. 점차 우리밀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대량 소비처가 요구하는 안정적 물량 공급을 위한 생산기반 시설이 미흡하다.

다섯째, 우리밀 소비 확대를 위한 홍보 미흡이다. 대기업에서 TV, CF를 통해 우리밀 확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TV, 지면광고, 지하철광고 등 대중매체를 통해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우리밀 자급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첫째, 수입 밀을 대체하기 위하여 가공적성에 맞는 용도별 최고 품종을 개발하고, 재해 저항성이 강한 품종, 논 이모작 재배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숙기가 빠른 조숙 품종 등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둘째는 용도별 최고 품질의 맞춤형 브랜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우리밀의 친환경적이며 높은 영양 특성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는 최근 미국 등 수출국에서 향후 유전자 변형 밀의 대량 생산 움직임이 있어 친환경 밀 생산기반 확보는 더욱 중요한 만큼 수입 밀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는 제초제 사용 않기 등 친환경 밀 재배가 요구된다.

넷째는 채종단지 조성 등을 통한 우수종자 조기 확대 보급, 용도별 브랜드 단지 조성을 통한 품종ㆍ재배방법 일원화로 가공적성에 맞는 균일한 원맥 생산ㆍ공급 체계 구축 등이 중요하다.

나아가 웰빙 추세에 부합하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혼반, 고추장, 떡, 찐빵, 과자, 즉석라면 등 우리밀을 이용한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밀 재배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한 경관보전직불제 등의 정부 지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및 품질 향상으로 우리밀의 국제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 국민의 제2 식량인 밀 자급률 제고로 식량문제와 식량안보에 대처하는 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간 식품저널 2015년 3월 25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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