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카린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우연히 개발된 최초의 인공감미료다. 대표적인 천연감미료인 설탕보다 단맛이 무려 300배나 강하다.
예전부터 단맛 하면 무조건 설탕이었다. 이처럼 설탕만으로도 대부분의 단맛을 낼 수 있는데 왜 사람들은 인공감미료를 개발하게 됐을까?

비만이거나 당뇨가 있는 사람들은 칼로리가 높은 설탕 대신 칼로리가 없으면서 단맛이 나는 물질을 선호해왔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이 인공감미료다. 인공감미료는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를 내지 않는 물질로 설탕보다 훨씬 비싸지만 사용량이 적어서 경제적이다.

그렇게 여러 가지 인공감미료가 개발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바로 사카린이다.

사카린은 187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우연히 개발된 최초의 인공감미료다. 대표적인 천연감미료인 설탕보다 단맛이 무려 300배나 강하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값이 싸며 열에 안정적인 사카린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단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늘날 사카린은 세계적으로 설탕과 아스파탐에 이어 3번째로 많이 사용되는 감미료다.

사카린은 설탕에 비해 단맛의 역치가 훨씬 낮다. 그러나 농도를 높였을 때도 단맛이 비례해서 강해지는 건 아니다. 설탕을 입에 넣으면 입안을 꽉 채우는 풍부한 단맛이 느껴지지만, 사카린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절대 재현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카린은 어느 농도를 넘어서면 쓴맛이 강해져 불쾌함을 주게 된다.

다른 인공감미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인공감미료의 효과는 동물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게도 개인차가 있다. 예를 들어 쥐는 아스파탐에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다. 쥐의 단맛 수용체는 아스파탐이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06년에 사카린의 안전성에 대한 인체 실험을 실시한 결과, 식품에 사용되는 소량(1일 1인당 0.3g 이하)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1959년 이후 미국 FDA는 사카린을 제한 없이 사용토록 허용했다.

하지만, 1969년 미국 사탕무의 주재배지인 위스콘신대학 연구소는 그 당시 주목받던 또 하나의 인공감미료인 ‘사이클라메이트’가 발암성 물질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미국 FDA에 이런 사항이 보고되면서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에 덩달아 사카린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더니 1977년 캐나다에서는 수컷 쥐들에게 사카린을 먹인 결과 방광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실험에 사용된 사카린은 사람으로 치면 다이어트 음료를 하루에 800캔씩 마시는 양이었다. 완전한 엉터리 실험인 것이다. 과량이었을 뿐 아니라 그 이후에 증명된 사실들은 생쥐들에게 방광암이 발생한 것은 결석(인산칼슘)이 생성되어 쥐에 방광염이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인간과는 달리 설치류에는 높은 pH와 고농도 단백질, 인산칼슘이 있는데, 과다 투여한 사카린이 이들과 결합하여 결석(크리스털)이 만들어지고, 이 결석에 의해 방광에 손상이 일어나 방광암을 만드는데, 이것은 사람과는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이다. 단 한 건의 엉터리 실험에 의하여 애매한 사카린 생산ㆍ판매업자와 정작 저칼로리의 당이 필요한 당뇨환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연구 발표 이후 사카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은 절정에 달했고, 미국 식품의약청은 즉시 사카린의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미국 법에는 동물이나 인간에게 암을 유발하는 물질은 무조건 식품에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 미국 식품의약청은 사카린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10만 통, 미국 의회는 100만 통이나 받게 되었다. 당시 미국인들이 많이 먹던 다이어트 식품에는 사카린이 필수 첨가물이었는데, 사카린 사용을 금지시키면 다이어트 식품을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하는 수 없이 사카린을 계속 사용하되 “이 제품의 사용은 당신의 건강에 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 제품은 동물실험 결과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결정된 사카린을 함유하고 있습니다”라는 경고문을 표시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사카린의 무해함을 밝히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했고, 결국 이들의 노력으로 사카린에 대한 동물실험 조건은 지나치게 고농도로 투여한 비현실적인 조건이었으며, 사람에게는 방광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그 뒤로 미국, 캐나다 등에서 광범위한 실험을 실시한 결과, 정상적인 사용 농도와 사용 방법으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2000년 미국 의회는 사카린에 대해 경고문을 부착하도록 했던 법안을 철회했으며, 그 다음해인 2001년에는 미국 식품의약청이 사카린을 안전한 물질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사카린이 안전한 물질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데 무려 20여 년이 걸린 것이다.

2010년 12월에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사카린을 ‘인간 유해 물질’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현재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 독성물질 관리 프로그램(NTP) 등에서도 사카린을 발암성 물질이 아니라고 규정짓고 있다. 현재 사카린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카린은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그대로 배설되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아무런 효과가 없고, 포도당 농도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사용 빈도가 늘고 있으며, EU나 일본에서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에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당분 섭취가 늘어 비만ㆍ당뇨ㆍ고혈압 등 성인병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칼로리가 없는 사카린의 장점이 점점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초 “사카린을 과학이 아닌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규제를 해왔다”며, 잘못된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3월 사카린의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시켰다. 아이스크림, 껌, 과자류, 간장 등 거의 모든 제품에서 사카린 사용을 금지했으며 절임식품류, 청량음료, 어육가공품 및 특수영양식품에만 사용하도록 강화했다.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사카린의 안전성에 대한 국내 실험결과나 심층적인 문헌조사 연구 없이 여론에 밀려 사카린의 사용을 규제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약청은 2011년 12월 20일 소스 종류, 탁주, 소주, 껌, 잼, 양조간장, 토마토케첩, 조제커피(커피믹스) 등 8개 품목에 대해 사카린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 한 바 있다. 다만 과자, 사탕, 빙과, 빵, 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기호식품은 여전히 묶어 놓았다.

사카린을 기준량 이하로 소비하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발표해도 소비자단체들은 ‘그것이 곧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합성첨가물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렇듯 합성감미료인 사카린에 대해 무조건 거부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면 사카린이 사용상 제한이 없는 아세설팜이나 아스파탐보다 위험한 감미료일까? 아니면 천연의 고감미 감미제인 스테비오사이드보다 위험한 감미료일까? 아스파탐에서 문제가 되는 성분은 페닐알라닌이다. 페닐알라닌은 필수아미노산이다. 그런데 유전질환으로 페닐알라닌 분해효소가 모자란 사람은 페닐알라닌을 티로신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Phenylprubic acid가 된다. 이것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페닐알라닌은 뇌혈관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며, 뇌에 축적되어 경련과 지능저하를 일으킨다.

그렇지만 이것은 페닐알라닌의 문제이지 아스파탐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건강론자는 마치 아스파탐 유해성의 증거인양 말한다. 페닐알라닌은 필수아미노산이지만 이를 대사하지 못하는 페닐케톤뇨증 환자에게도 안 좋을 수 있다는 것이지 일반인에게 페닐알라닌이 위험할 이유는 없다. 아스파탐의 대사물 중에서 문제라고 일컬어지는 메탄올은 극히 미량이다.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200배 달기 때문에 콜라 500㎖ 작은 병에 설탕이 50g 정도 들어간다면 아스파탐은 0.25g 정도만 넣으면 된다. 여기에서 생성 가능한 메탄올의 양은 대부분의 과일주스에 들어있는 메탄올보다 적은 양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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