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비즈니스 이야기 12

▲농림축산식품부가 익산에 조성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조감도. 사진 농식품부 제공

일본은 식품대국이다. 미국은 농업대국이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 지역에는 전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이 모여 있다. 최근 중국의 추격이 만만찮지만, 우리 한국의 IT산업도 세계를 주도해 나가고 있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홍콩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은 한 때 아시아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시아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식품산업은 아직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 말하기 어렵고, 농업은 더더욱 뒤쳐져 있다.

국내로 초점을 좁혀 보자. IT산업은 서울의 강남과 판교 일대, 대전 대덕 일대에 집적되어 있다. 식품 공장은 주로 경기 남부에 모여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들은 광주와 나주 인근에 모여 있다. 왜 하필 그 지역에 특히 그 산업이 발전하고, 그 지역의 해당 기업들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단지 정부 정책의 성공이라고 하기엔 그렇지 않은 사례가 너무 많다.

경기도의 전통주 클러스터 추진은 명백한 실패로 보이고, 충북지역의 한우 관련 정부 투자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반면에 뒤늦게 오미자를 재배하기 시작한 문경 지역은 아직 규모가 작긴 하지만 최근 이와 관련하여 꽤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오미자 산업과 더불어 문경 지역이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 특정 산업이 모이고 발전하는 이유
왜 특정 지역에만 특정 산업이 집적되고 발전할까? 어떠한 지역이 특정 산업에 있어서 다른 지역에 대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 다르게 말하자면, 우리는 어디에 헤드쿼터를 두어야 하며, 어디에 공장을 지어야 경쟁 업체를 압도할 수 있는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 한국의 식품산업은 어떻게 해야 글로벌 경쟁 우위를 획득할 수 있을까?

마이클 포터는 이런 산업 집적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다이아몬드 모형을 제안했다. 이 다이아몬드 모형을 활용하면 왜 어떤 지역에 특정 산업이 집적되고, 그 지역의 산업이 강력한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자면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형을 활용하여 특정 산업이 특정 지역에서 성장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 포터(Porter)의 다이아몬드모델
우리나라 식품산업을 다이아몬드 모형으로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그림>은 포터가 제시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모형을 도식화한 것이다. 1) 생산요소 조건 2) 시장수요 조건 3) 해당 지역 기업전략과 산업구조 및 경쟁 4) 관련 및 지원 산업 현황 등 이 네 가지가 다이아몬드의 네 꼭지점을 이루는 주요 요인이다.

이와 더불어 이 다이아몬드에 영향을 주는 정부 지원 및 규제와 기회요인이 있다. 이 다이아몬드 모형을 잘 활용하면 우리 기업이 어느 지역, 어느 국가로 생산 기지를 진출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이 보인다. 즉, 이 여섯 가지 요인을 잘 고려하면 왜 어떤 지역의 산업이 경쟁 우위를 가지는 지 파악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국내 식품산업의 생산 요소 조건
첫 번째‘생산 요소 조건’은 자연 자원, 인적 자원, 물적 자원, 기후, 지리적 위치, 인구 등의 기본 요소와 통신 및 교통 인프라, 자본 시장, 지식 자원, 숙련 노동력, 연구 시설 및 대학 등의 고급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의 생산 요소 조건을 검토해 보자.

원료가 되는 농산물의 수급이 취약하다. 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중국이 있어 이런 원료 수급에 있어 취약함이 일부 상쇄된다.

반면에 우리는 식품 생산에 필수적인 물이 풍부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기본 요소로서 인적 자원에 있어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인건비가 상당히 높고, 도시 지역에 인구가 밀집하여 시골 지역에 위치한 공장은 인력 수급이 만만치 않다. 해외 노동력을 수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통신 및 교통 인프라는 전 세계 최고 수준이며, 숙련 노동력 측면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이 있다.

연구 시설 및 대학 등의 요소도 그리 불리하지 않다. 자본 시장도 취약함에서 벗어나 있다. 즉, 우리나라는 생산 요소 조건에서 기본 요소에서는 타국에 비해 다소 경쟁 열위에 있지만 고급 요소 측면에서는 상당한 경쟁 우위에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평균 정도로 보면 적당할 것이다.

▲ 국내 식품산업의 다이아몬드
국내 식품산업의 시장 수요 조건
두 번째‘시장 수요 조건’을 보자. 포터는 시장 수요 조건을 고려함에 시장의 크기, 시장의 세분화의 정도와 수요의 다양성, 구매자의 세련도, 수요 성장 패턴 및 성장률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시장의 크기가 우선 중요해 보이지만 그 시장의 구매자가 얼마나 세련된 소비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포터는 강조한다.

우리 IT산업이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었던 근거를 학자들은 바로 여기서 찾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세련된 IT 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감성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이 바로 대한민국 소비자이고, 또한 이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록 시장 사이즈는 작아도 한국의 IT산업이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같은 측면으로 일본의 식품 소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세련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식품에 대한 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형태의 수요가 바로 일본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의 식품 가공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식품 학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식품에 대한 세련도와 감성은 전 세계 기준으로 봤을 때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의 식품 소비자는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를 겨우 벗어난 정도이며, 일본과 서유럽의 소비자들에 비해 덜 세련된 소비, 다소 획일화된 소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시장의 크기도 중간 정도인데 인구의 감소로 미래 수요 성장에 적색경보가 켜져 있다. 하지만 구매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봤을 때 시장 수요 조건은 평균을 상회하는 정도로 판단된다.

국내 기업 전략과 산업 구조 및 경쟁 조건
세 번째 ‘국내 기업 전략, 산업 구조 및 경쟁 조건’을 검토해 보자. 이 조건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는 요소는 기업간 경쟁의 강도이다. 경쟁의 강도가 크면 클수록 그 지역의 기업은 경쟁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고, 더 큰 효율성과 더 높은 생산성을 추구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지역 경쟁에 의해 견고해지고 더 강력해진 기업은 다른 지역에서의 성공 확률이 더 올라간다.

또한 치열한 경쟁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 이런 측면에 있어서 우리 국내 식품산업은 그 경쟁의 강도가 중간 이하로 판단된다. 주류 시장은 전형적인 과점시장이고, 스낵시장도 소수의 기업에 의해 과점되어 있다. 제빵시장 역시 과점시장이며 경쟁력을 가진 식품소재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전반적으로 제대로 된 경쟁 구조를 가지고 경쟁의 강도가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포터가 이 조건에 있어 지적하고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해당산업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우선권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은 식품산업을 전형적인 로우 테크 (low-tech)산업으로 간주하고 성장시켜야 할 산업이라 보지 않고 보호 또는 규제하여야 할 산업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 전략, 산업 구조 및 경쟁 조건에서는 최하점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식품산업 관련 지원 산업 현황
네 번째‘식품산업 관련 지원 산업 현황’을 보자. 그 지역에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공급자 산업들 또는 관련 산업들의 존재 여부가 고려의 대상이다. 경쟁적인 국내 공급자 산업을 갖는 것은 아주 훌륭한 외국 공급자들에게 의존하는 것 보다 훨씬 유리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식품산업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우리 농업 경쟁력은 매우 낮다. 국내 식품 포장산업 역시 변변치 못하다.

단, 식품 유통 및 콜드 체인 산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요약해 보면 국내 식품산업 관련 산업 및 지원 산업의 현황은 평균 정도로 판단된다.

식품산업 관련 기회 요인
외부 요인인 ‘식품산업 관련 기회 요인’을 살펴보자. 일본 국민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후쿠시마 원전사태는 일본 내 생산 식품에 대한 전 세계의 구매자의 신뢰를 매우 낮추는 사건이었고, 이는 우리나라 식품산업에는 기회 요인이 된다.
FTA를 통한 관세 장벽의 철폐는 원재료를 더 싸게 공급받을 수 있고 완제품을 더 싸게 수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역시 긍정적인 기회 요인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 성장과 지속적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식품 안전 관련사건, 또한 동남아 지역에서의 한류 역시 국내 식품 기업에겐 긍정적인 요인이다. 요컨대 우리 식품산업의 기회 요인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정부의 지원 및 규제 요인
마지막으로 또 다른 외부 요인인‘정부의 지원 및 규제’를 살펴보자. 정부의 식품산업에 대한 규제, 특히 동반성장위원회의 규제는 우리 식품산업의 성장에 치명적이다. 이 규제는 특히 다이아몬드 모형의 세 번째 요인인‘지역 기업 전략, 산업 구조 및 경쟁’을 왜곡시킨다. 경쟁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져간다. 식품 기업의 전후방 통합 전략을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다.

식품산업 진흥의 주무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 식품산업의 발전을 어떻게 지원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OECD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는 한국 정부의 반(反) 대기업 정서 및 관련 규제가 한국의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 국제적인 경쟁력 제고
종합해 보자. 한국의 식품산업의 다이아몬드는 네 개의 꼭지점 중에서 시장수요 조건은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고, 생산 요소와 관련 및 지원 산업 현황은 평균 정도,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전략과 산업구조 및 경쟁은 최하점의 성적이라고 판단된다.

기회요인은 이 찌그러진 다이아몬드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반면, 정부 지원 및 규제는 이 다이아몬드를 다시 축소시키는 부정적인 효과가 있다.

우리 식품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이 다이아몬드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특히 국내 식품 기업 전략과 산업 구조 및 경쟁의 조건이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식품 기업의 경쟁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수립되어야 하며, 다이아몬드를 축소시키는 여러 가지 규제들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포터의 다이아몬드 모형은 현재 국내에서 식품산업이 발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익산 지역에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식품기업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아야 한다.

성공적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이 다이아몬드의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다이아몬드의 네 가지 꼭지점과 여기에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외부 요인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다이아몬드의 크기가 커질 때 비로소 우리 식품산업은 전 세계의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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