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평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박평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

지난 20여년 전 세계무역기구(WTO)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면서 빗장을 풀기 시작한 한국농업이 이제는 마지막 보루였던 쌀마저 관세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ㆍ미, 한ㆍEU에 이어 거대 경제권 중국과의 FTA 협상이 일괄 타결됨으로써 이제 대부분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었다. 좋든 싫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농업분야도 개방경제시대를 살아가게 되었으니, 우리의 생각이나 대응방식도 이전과는 달라져야겠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한국농업이 살아남은 것은 농업이 위기에 강하다는 ‘개방의 역설’이다. 위기에 강한 한국 농업의 힘은 농업인의 자질과 생산성이다. GS&J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농지규모는 세계 24위, 농림업 총생산액 14위, 단위당 농업생산액은 2위로 나타났다. 좁은 경지면적이지만 농업기술의 우위와 농업인의 높은 자질을 활용하면 가능성이 있다. 이제까지는 수입개방 대응이라는 관점으로 대응했다면, 이제부터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수출시장을 개척해야겠다.

우리 농업의 핵심이요, 주식인 쌀이 부족할 때에는 식량증산이 국가적 지상과제였지만 자급을 달성한 이후 시장개방 체제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0년 전 관세화 유예 일정에 따라 최소시장접근(MMA)으로 의무수입되는 쌀만도 연간 40만9000톤으로 총 소비량의 1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관세화가 시작되면 국내외 가격차에 따른 추가 수입도 잘 방어해야 한다. 따라서, 남는 쌀을 수출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쌀 생산은 유지되는데 소비가 감소하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증가하여 사회적 부담을 경감할 방안이 필요하다. 쌀가공식품 개발과 소비 확대, 대체작물 도입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지만,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수출시장 개척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는 것이다. 소농구조에서 생산되는 한국 쌀의 가격경쟁력은 미국 등 대농체제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지만, 품질로 경쟁하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세계 40여 국가로 수출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된 우리 쌀 수출은 2009년 4495톤으로 증가했다가 물류비 지원 중단 등으로 수출물량은 정체되었으나 수출국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 그동안 정부는 농식품 수출 진흥을 핵심 정책의 하나로 추진해 왔지만, 쌀에 대해서는 관세화 유예 상태여서 적극적인 대책이 없었다. 그동안 인삼제품, 김치 등에 대한 수출전략이나 해외 시장조사는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쌀에 대해서는 수출에 대한 지원정책이나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제는 쌀 관세화를 전제로 중장기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 미국과 호주 등 쌀 수출국들은 오래전부터 대비한 결과 세계 자포니카 쌀 시장을 선점하였다. 우리도 교민시장을 넘어 현지시장 진입을 목표로 사전조사 등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최고 품질과 안전성으로 승부하는 고품질과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2-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고급품은 부국을 상대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진입하거나 동양식당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중저가품은 개발도상국의 중소마트나 식품점을 공략한다.

한ㆍ중 FTA 타결로 농식품 수출여건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쌀뿐만 아니라 중국의 고소득층 소비자를 겨냥한 수출상품 발굴이 시급하다. 한국 농산물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수출용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홍보 및 판촉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식품박람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한국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시식회 및 판촉행사를 개최하는 등 현지인들의 소비를 창출하는데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최근 한류 열풍으로 우리나라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으니 한류스타를 활용한 홍보 등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겠다.

주간 식품저널 2015년 1월 28일자 게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