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식품을 ‘고열량ㆍ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제과업체들이 원료나 제조방식 등을 바꿔 영양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1회 제공량을 임의로 정해 표시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빠져 나가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소장 최현숙)는 식약처에서 발표한 ‘비(非) 고열량ㆍ저영양 식품’ 목록에 포함된 농심,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 5개 업체의 25개 제품(업체별 5개씩)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4개 제품(56%)은 1봉지 기준으로 열량과 포화지방이 ‘고저식품’ 기준을 초과했다고 21일 밝혔다.

1봉지를 다 섭취하면 ‘고저식품’이 되지만 1회 제공량을 쪼개서 표시했기 때문에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학교 매점 등에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저식품’은 1회 제공량당 △열량 250㎉ 초과(또는 포화지방 4g 초과) 단백질 2g 미만 △열량 500㎉ 초과 △포화지방 8g 초과 시 지정된다.

학교 매점과 학교 앞 편의점, 슈퍼 등 학생들이 쉽게 구매하는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조사결과, 해당 제품의 총 중량은 평균 86.6g이었지만 포장지에 표시된 1회 제공량은 평균 41.6g으로 2분의 1에 불과했다.

컨슈머리서치는 “제과업체들이 1회 제공량을 1봉지가 아니라 쪼개서 표시한 것은 고저식품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라며, “25개 제품의 총 중량 기준 포화지방 함량은 10.5g으로 ‘고저식품’ 기준치 8g을 훌쩍 넘기지만, 1회 제공량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4.7g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열량 역시 1봉지를 기준하면 25개 제품 중 6개가 500㎉를 넘겼지만, 1회 제공량을 쪼개서 표시한 덕분에 ‘고저식품’ 기준치를 비껴갔다.

농심 ‘조청유과’와 ‘쫄병 매콤한 맛’은 1회 제공량 기준 포화지방이 각각 3.3g, 4.8g으로 기준치 범위지만, 1봉지를 기준으로 한 포화지방은 각각 10.6g, 9.6g으로 기준치를 초과했다.

롯데제과 ‘치토스 매콤한 맛’은 1회 제공량 30g만 섭취하면 포화지방이 7g으로 기준치를 비껴가지만, 88g 1봉지를 다 먹으면 포화지방이 20.5g에 달했다. ‘롯데샌드 오리지널’, ‘쌀로별 오리지널’ 역시 마찬가지다.

컨슈머리서치는 “특히, ‘치토스’ 등 튀김 과자는 소포장으로 나눠져 있지도 않고 일단 개봉하면 눅눅해지는 문제로 다 먹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1회 제공량 표기가 자의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오리온 ‘도도한 나쵸 오리지널’은 1회 제공량 74g을 기준으로 보면 포화지방 함량이 5g에 불과하지만, 한 봉지인 155g 기준 시 포화지방 함량이 10.5g으로 ‘고저식품’에 해당했다. ‘다이제’, ‘고소미’ 역시 상황은 같다.

크라운제과 ‘콘치’는 총 제공량 66g 기준 포화지방이 13.2g으로 ‘고저식품’에 해당하지만, 1회 제공량인 30g으로 하면 6g에 그쳤다. ‘쿠크다스 화이트’나 ‘국희 땅콩샌드’ 역시 포장단위대로 모두 먹을 경우 ‘고저식품’에 해당된다.

해태제과 ‘버터링 소프트’도 1회 제공량 29g 기준 시 포화지방이 5g이지만, 총 중량인 80g을 기준으로 하면 14.8g으로 ‘고저식품’으로 분류됐다.‘버터링 소프트’의 1회 제공량은 과자 4개에 불과하다.

25개 제품 모두 제조업체가 직접 명시한 1회 제공량 기준으로 할 경우 포화지방 8g을 초과하는 제품은 단 한 개도 없는 반면, 총 제공량으로 따지면 절반이 넘는 제품이 ‘고저식품’ 범주에 들었다.

총 제공량 기준 열량이 500㎉가 넘는 고열량 제품도 ‘다이제’, ‘도도한 나쵸 오리지널’, ‘에이스’, ‘조청유과’, ‘롯데샌드 오리지널’, ‘샤브레’ 등 6개에 달했다.

컨슈머리서치는 “1회 제공량은 제과업체들이 임의로 정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일례로 ‘에이스’와 ‘다이제’ 등은 1회 제공량이 총 중량의 1/4 수준인데 비해 같은 비스킷류라도 ‘아이비’와 ‘고소미’ 등은 1/2 수준”이라고 밝혔다. 스낵류 역시 마찬가지로, ‘포카칩’과 ‘카라멜콘과 땅콩’은 1봉지 전체가 1회 제공량인데 비해 ‘수미칩’과 ‘꼬깔콘’은 반봉지 가량이 1회 제공량이었다.

컨슈머리서치는 “식약처가 지난 2010년 5월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 후 어린이기호식품 중 ‘고저식품’의 비율이 2009년 7월 32%에서 22%로 낮아졌다고 밝히며, 그 원인이 ‘열량 계산의 기준이 되는 1회 제공량을 조정하고 소포장 또는 내부포장을 도입한 결과’라고 분석한 바 있어 제과업체들의 이런 꼼수를 시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묵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소장은 “18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과자 한 봉지를 먹는 건 일도 아닌데 1회 제공량을 턱없이 작은 용량으로 쪼개기 해 ‘고저식품’ 기준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며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영양 균형을 위해 도입한 제도라면 원료나 제조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행정지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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