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란 같은 경우 워낙 단백질 양이 많아서 가열만으로 풀어진 단백질의 상호결합이 일어나지만 두유에서는 부족하다. 그래서 칼슘이나 마그네슘(간수)을 첨가한다. 이들은 결합위치가 2개여서 양쪽에 단백질을 한 줄씩 붙잡아 단단한 두부조직을 만든다.
단백질은 정말 많은 기능을 한다. 살아있는 세포에서도 많은 기능을 하지만 식품 원료로도 많은 기능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조직감의 형성과 유화물의 형성이 있다. 단백질은 생체에서는 매우 콤팩트하게 말려진 상태이다. 그러다 가열을 하거나 염을 더하면 단백질이 풀어지게 된다. 풀려진 단백질은 많은 물을 흡수해 점도가 높아지거나 단백질 체인끼리 결합해 응고가 일어난다. 가열에 의해 S-S 결합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미네랄에 의해 쉽게 일어난다. 사실 내 몸 속에 미네랄이 필요한 이유 중 상당 부분이 단백질과 미네랄이 결합해 효소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징에 대표적인 현상이 칼슘, 마그네슘 같은 2가 이온에 의한 응고반응이다.

콩을 갈아서 단백질이 용해되면 두유액이 된다. 가열하면 단백질이 풀어져 점도가 높아진다. 계란 같은 경우 워낙 단백질 양이 많아서 가열만으로 풀어진 단백질의 상호결합이 일어나지만 두유에서는 부족하다. 그래서 칼슘이나 마그네슘(간수)을 첨가한다. 이들은 결합위치가 2개여서 양쪽에 단백질을 한 줄씩 붙잡아 단단한 두부조직을 만든다. 물론 치즈처럼 산을 이용해 응고시킬 수 있다. 시큼하면 기호도가 떨어지므로 덜 시면서 단백질 결합에 적당한 산을 두부 응고제로 사용한다.

칼슘과 마그네슘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응고제에서 칼슘과 마그네슘의 선택 기준은 반응의 속도와 맛이다. 칼슘은 마그네슘보다 콩 단백질과의 반응 속도가 느리므로 채 세팅 준비가 되기 전에도 반응이 시작하기 쉬운 마그네슘보다 사용이 용이하다. 하지만 두부 맛은 떨어진다. 단지 쓰기만 한 염인데 맛의 차이가 나는 것 또한 과학이다. 마그네슘은 특히 쓰다. 숙성되지 않아 마그네슘이 많은 소금은 쓴맛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소금 창고에 오래 보관하면서 마그네슘이 빠져나간 쓴맛이 적어진 소금을 선호한다. 그런데 쓰기만 한 마그네슘도 단백질과 결합한 상태에는 직접 미뢰를 자극하지 않으므로 쓴맛이 없고 오히려 묘한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대규모 두부 제조공장에서는 적합한 공법을 개발해 마그네슘을 응고제로 사용한다.

두부만 응고 반응이 일어날까? 보통은 가열하면 녹고 식으면 굳는다. 단백질은 특이하게 실뭉치처럼 둘둘 말려 있다가 가열하면 실이 풀어지듯 모두 풀어져 오히려 단단해지지만 보통은 가열하면 점도가 낮아지고 식으면 굳어지는 것이 순리이다. 젤라틴, 한천과 같은 물질은 가열하면 완전히 펼쳐진 구조가 되어 많은 물을 흡수하고 냉각하면 분자의 일부가 엉켜서 응고된다. 가열하면 풀리고 식으면 굳는 것은 식품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고기나 계란 등이 가열하면 굳는 것은 단백질, 탄수화물이 단단히 말아진 상태에서 풀어지기도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점도의 증가가 가열에 의한 점도의 감소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무 등 야채들도 칼슘이나 마그네슘을 넣으면 더욱 단단해진다. 김치를 찌개로 끊이면 부드러워지는데 야채를 미리 칼슘 용액에 침지했다 끓이면 아삭거림이 유지된다. 찌개에서 김치의 아삭거림은 별로 중요하지는 않지만, 고국에서 아주 떨어져 아삭거리는 김치를 한없이 먹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생김치를 보낼 수 없을 때 보내던 김치 통조림에 쓰던 방법이기도 하다. 칼슘을 넣으면 아삭거리는 현상이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피자치즈의 칼슘은 가열해도 녹지 않고 쭉쭉 늘어나는 물성이 되는 것도 칼슘이 단백질을 붙잡는 현상 덕분이고, 고기에 인산염을 넣으면 결착이 되는 것도 단백질끼리의 결합이 촉진된 덕분이지 결코 칼슘이나 인산염 자체가 무슨 기능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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