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시틴의 용도 중에서 특이한 경우가 초콜릿에 사용할 때이다. 초콜릿은 물 한 방울 넣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화제(레시틴)를 넣을까? 이것은 설탕이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레시틴은 천연 유화제이면서 가장 싸다. 인지질의 일종으로 난황ㆍ콩기름ㆍ간ㆍ뇌 등에 다량 존재한다. 어원은 그리스어의 ‘난황(lecithos)’에서 유래하였고 레시티나아제(포스폴리파아제)라고 하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뱀독이나 세균독소에도 함유되어 있는 이 효소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레시틴을 분해하여 세포막을 파괴하고 적혈구를 용혈시켜 세포를 파괴하는 작용이 있다.

레시틴은 콩기름에 상당량 들어 있는데, 대량으로 콩기름을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로 레시틴, 토코페롤 등을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유화제 중에는 천연 레시틴이 가장 싸다. 그리고 레시틴은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등재되어 있다. 레시틴은 몸 안의 지방을 용해시켜 씻겨내고 이동시키는 작용을 한다. 게다가 레시틴은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질이다. 이것은 레시틴이 노인성 치매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레시틴은 세포막의 중요한 구성물질이다. 레시틴은 친수기 및 소수기를 갖고 있어 계면작용이 가능하다. 점도를 완화하여 주며 결정성을 조절한다. 생체 내에서의 인지질은 세포막의 중요한 성분일 뿐 아니라 뇌, 신경조직, 심장, 폐, 간 등의 조직에 고농도로 분포되어 생체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레시틴의 역할은 영양소의 흡수,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 노폐물의 배출 등 대사에 관여하고, 콜레스테롤 가용화에 관여하여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또한 당뇨병의 예방, 신장의 기능 유지, 간 기능의 정상화, 소화성 향상에 효과가 있다.

한편,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얻고자 많은 양의 콩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레시틴은 전체 유화제 사용량의 1/4 정도를 차지한다. 레시틴을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분야가 많다는 것이다. 유화제 카탈로그에서 자랑하는 그 많은 기능을 한 가지 물질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또한 콩에서 추출한 레시틴은 특유의 냄새라는 최대 결점이 있고 난황의 레시틴은 변질이 빠르다.

레시틴의 용도 중에서 특이한 경우가 초콜릿에 사용할 때이다. 초콜릿은 물 한 방울 넣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유화제(레시틴)를 넣을까? 이것은 설탕이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초콜릿은 코코아지방에 설탕 분말이 분산된 상태이다. 설탕 분말이 낱개로 움직이면 점도가 적은데 작은 양의 물이 존재하면 설탕 입자가 서로 녹아서 달라붙는다. 지방입자든 설탕입자든 사슬처럼 달라붙으면 점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설탕의 수분흡수를 막아 점도를 높지 않게 유지해야 초콜릿의 성형이 용이하기 때문에 레시틴을 사용하는 것이다.

설탕을 코팅하여 수분을 흡수하지 않는 용도로 쓰는 것은 첨가물 업체에서 개발한 용도일까? 초콜릿 기술자가 개발한 기술일까? 사실 식품 각 분야에서 첨가제를 통해 쉽게 해결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수많은 실험과 적합한 공정의 개발로 제한된 첨가물의 기능을 극한까지 끌어다 쓰는 것이지 넣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정도로 기능이 좋은 첨가물은 별로 없다. 식품기술자가 온갖 실험을 통하여 용도의 범위를 넓힌 것이지 첨가물 회사에서 그것이 어떻게 사용 가능할지에 대한 모든 용도를 예상하지는 못한다. 기대보다 효능이 없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고 어쩌다 해결되면 마치 그것이 그 첨가물의 타고난 능력인양 오해하는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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