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엔 구룡포 과메기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수평선의 어둠을 걷어내고 불쑥 솟아오르는 태양은 새날의 희망이다. 해가 바뀔 때면 해맞이하러 동쪽으로 움직이는 차량이 줄을 잇는 이유다. 일출명소 중에 빠지지 않는 곳이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에 있는 호미곶. 호랑이 모양인 우리나라 지도의 동쪽 끝자락의 꼬리부분이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 해 뜨는 시간이 빠르다. 바다와 육지에 불쑥 솟아오른 두 개의 손 설치물(상생의 손) 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이 장관이다. 바다 손 설치물의 손가락 끝에 앉은 갈매기를 모델로 촬영한 일출사진은 더 붉게 다가온다. 호미곶을 벗어나 구룡포에서 이르는 해안도로는 셔터만 눌러도 ‘캘린더 사진’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여기에 바닷가 먹을거리와 죽도시장의 살거리까지 넉넉해 멋진 일출 감상 후에 ‘배부르게 양손 가득 들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바로 호미곶이다. 새해를 맞아 호미곶 주변의 맛깔스런 먹을거리를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포항 남구 호미곶에 설치되어 있는 상생의 손
“눈발이 흩날리는 날엔 돌미역에 둘둘 만 구룡포 과메기 생각이 간절해요.”

과메기의 맛을 아는 사람이면 요맘때면 누구나 외치는 비명이자 절규다. 물론 소주 한 잔도 빠뜨릴 수 없다.

한겨울 호미곶 먹거리의 시작은 가까이 있는 구룡포 과메기부터다. 과메기는 꽁치나 청어를 코다리나 피데기(오징어)처럼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

이곳 사람들은 과메기의 매력은 비릿한 향기라고 말하지만, 타지 사람들에겐 ‘냄새’란 표현이 정확할지 모른다. 그래도 코끝에 와 닿는 냄새가 거북하진 않다. 과메기를 말리는 구룡포의 바람이 별나서란다. 차갑긴 해도 살을 에는 냉기가 없는 바람. 태백산맥을 넘어온 북서풍과 동해의 해풍이 만나서 그렇다. 전국에 공급하는 과메기가 구룡포에서 생산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호미곶 포구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에 들어가면 과메기 덕장을 쉽게 볼 수 있다.
과메기를 말리는 모습은 포구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에 들어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닷가에 내놓은 지 얼마 안 된 것은 표면에서 바닷물이 똑똑 떨어지지만 2~3일 지난 것은 꽁치 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매끄러운 윤기를 뽐낸다.

과메기의 재료는 원래 청어였다. 겨울철 부엌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맛있는 과메기가 저절로 제조(?)됐다. 그러나 청어의 어획량이 떨어지면서 꽁치로 대체됐다. 그런데 꽁치는 동해에서 잡는 것은 아니다. 북태평양 원양산이다. 동해의 겨울 꽁치는 크기가 작아서 상품성이 약해서 원양산을 쓴다.

꽁치 과메기도 두 종류가 있다. 한 마리를 통째로 말린 ‘통과메기’랑, 반으로 갈라 내장 없이 말린 ‘배지기’다. 통과메기는 말리는 데 보름이나 걸리고, 먹기 전에 다시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배지기가 등장했단다. 통과메기는 꽁치 내장 맛이 생선살 속으로 녹아들어 과메기 마니아층이 즐겨먹는다.

현지에서는 과메기를 따로 사먹을 일은 아니다. 횟집에선 대부분 기본 찬으로 과메기가 따라 나온다. 갈빗집에서도 과메기를 기본 반찬으로 내주는 곳도 많다. 시장 상인들이 점포 앞에 내놓은 것만으로도 맛보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만 보고 돌아서질 말고, 함께 여행을 못한 이들을 위해 사가는 게 좋을 듯하다. 값은 꽁치는 10마리에 1만 원 내외, 청어는 1만3000원. 초고추장과 쌈 거리(배추, 다시마, 김, 물미역, 쪽파 등)로 세트화한 것은 1만 원이 추가(택배비 별도)된다.

과메기로 시작한 구룡포의 맛은 대게에서 정점을 찍는다. 사실 대게하면 영덕과 울진이 유명하지만 실속을 찾으려면 포항 구룡포다. 영덕, 울진을 비롯한 동해안의 대게잡이 배들이 대부분 구룡포에서 어획물을 풀어놓는다. 물동량이 많다보니 가격이 그만큼 저렴하다. 구룡포의 대게 전문점에서도 한 마리에 2만~3만 원만 주면 살이 꽉 찬 놈으로 맛볼 수 있다.

유지상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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