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첨가물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당연히 식품회사 연구원이다. 하지만 이들도 일부 소수의 품목만 접한다. 자신의 분야에 맞는 첨가물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식품은 성숙산업이다. 심한 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을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원이 자신도 먹지 못할 위험한 제품을 만들 것 같은가? 아니면 신제품 개발을 위해서 목숨 걸고 일한단 말인가. 자신이 먹지 않을 제품을 만드는 경우는 오직 싸구려 제품만 만드는 소규모 업소 제품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가 식품의 내용물을 가지고 법을 위반하기란 절대 불가능하다.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에는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품질보증팀, 안전팀, 생산팀, 구매팀, 자재팀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배합표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상호 체크한다. 식품회사에는 자의든 타의든 퇴직하는 사람도 많고 계약직도 많은데, 이들 모두를 입막음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불법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제품을 개발해서 성공할 정도로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 혼신의 노력을 다해도 성공 확률이 5% 정도에 불과한데 자신은 먹지도 않은 식품을 개발한다는 말은 상식 밖이다. 사례를 들려면 상식적인 식품회사의 상식적인 제품으로 평가해야지 상식 밖의 영세 개인 사업체 이야기를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다음은 아베 쓰카사의 책에 나오는 말이다. “식품업계의 빛과 같은 이 마법의 가루들은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인체에 미치는 해악과 독성, 그리고 우리의 입맛을 붕괴시키는 위험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품가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만든 제품을 먹지 않는다.” 참으로 선정적이다. 어떤 3류 저질회사의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식품회사의 경쟁은 가히 처절하고 담당 연구원의 무한한 반복 실험으로 만들어진다. 어떤 연구원도 생명을 담보로 제품을 개발하지는 않는다.

이후 아베 쓰카사는 소금은 자연해염을 먹어야 한다며 소금 회사로 갔다. 그래서인지 천일염이 좋다는 소리가 많아졌지만, 이 주장도 결국 마케팅일 뿐이다. 바닷물이라고 완전히 깨끗한 것도 아니고, 정제염은 설비와 비용이 더 비싸서 최소한의 경제력이 있는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예전부터 깨끗한 바닷물로 만든 소금(젓갈)을 먹고도 위암에 많이 걸려왔다. 결국 내부 고발자의 체험담이라는 이유로 과학적 검증 없이 무조건 진실로 받아들이고 다른 과학자의 체계적 연구결과를 의심하는 것은 정상적인 판단이 아니다. 오히려 아베 쓰카사 정도의 지식인을 첨가물의 신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부터가 첨가물에 대한 지식의 부족함을 반증한다. 그의 주장은 통상의 건강전도사들이 내세우는 주장과 별 차이 없다.

“걸쭉한 음료수 식감을 위해서는 톱밥에서 만들어진 셀룰로오스를 넣는다. 인공감미료를 대표하는 사카린과 아스파탐도 문제다. 전자는 발암물질로 의심받고 있고, 후자는 페닐케톤뇨증과 같은 난치병 유발 물질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라는 등 원료의 출처만을 가지고 시비를 하고 지나간 과거에 이미 실험 오류로 밝혀진 사실마저 모르고 진실인양 이야기한다.

식품첨가물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사람은 당연히 식품회사 연구원이다. 하지만 이들도 일부 소수의 품목만 접한다. 자신의 분야에 맞는 첨가물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첨가물에 대한 잘못된 정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이기도 하다. 자신의 분야에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혹시 자기가 모르는 다른 분야에서는 맞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넘어가는 것이다. 게다가 첨가물을 단 한 번도 써보지도 맛보지도 않은 사람이 가장 나서서 첨가물에 대한 엉터리 정보를 퍼다 나른다. 문제는 일반인과 건강전도사뿐 아니라 의사마저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주장을 사실로 받아들여 환자들에게 전한다는 사실이다. 그럴듯한 거짓말이 인터넷에 실리고, 이를 언론이 인용하고, 인터넷은 언론에서 보도된 권위 있는 사실이라고 다시 퍼뜨리면서 거짓말이 무한히 증폭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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