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에서 양념의 사용 목적 중 하나가 보존성의 향상이다. 초밥의 보존성을 높이는 식초나 양념의 보존성을 높이는 성분은 별 차이가 없다.

제품 한 개를 개발하려면 수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따라서 성공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결국 신제품의 95%는 실패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마법의 물질인 식품첨가물로 못 만들 물성이 없고, 못 만들 향도 없으며, 유통기한도 얼마든지 늘릴 수 있고, 미각도 속일 수 있다는데 왜 신제품은 등장하는 족족 실패하고, 요즘은 아예 신제품을 개발해 내놓을 엄두마저 못내는 경우가 많을까?

최근 제대로 된 신제품을 본 적이 있는가? 시장에 팔리는 제품은 대부분 20~40년 전에 개발된 제품이 주력이고, 포장 디자인 정도가 바뀐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법의 물질을 이용하는데, 왜 가공식품은 소비자의 간단한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실패한단 말인가? 식품첨가물의 마법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사실 식품첨가물은 대부분 쓴맛이 나고, 가격이 비싸며, 기능도 제한적이다. 예를 들면 식품보존료로는 미생물이 죽지 않는다. 세균을 죽일 정도로 활성이 강한 것은 식품에 사용이 허가되지 않는다. 포장과 살균 등 모든 조건을 갖춘 경우 세균증식을 억제하는 정도의 양만 허용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품은 보존료의 사용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요리에서 양념의 사용 목적 중 하나가 보존성의 향상이기도 하다. 초밥의 보존성을 높이는 식초나 양념의 보존성 성분이나 별 차이가 없다.

식품유화제 카탈로그를 보면 수십 가지 제품에 수십 가지 기능을 한다고 자랑한다. 그러면서 막상 물과 기름을 섞지도 못한다. 유화제가 물과 기름을 아주 쉽게 섞을 정도의 유화력이 있으면 독성도 존재하기 때문에 식품용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다. 만능은 무능과 통하며, 많다는 것은 없다는 것과 통한다. 단순히 첨가하는 것 만으로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있지만, 여러 가지 기능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들은 적합한 배합비, 투입 순서, 제조공정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그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중 한 가지만 틀어져도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갓 볶은 커피, 음식의 향은 현재의 조향 기술로는 만들어내기 힘들다. 너무 복잡하고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과일 향은 그런대로 흉내가 쉬우나 수박, 참외, 감 같은 과일은 아직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조향기술, 첨가물의 한계이다.

사실 첨가물이 없어도 가공식품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다만 가격이 확 오를 뿐이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미네랄, 비타민도 모두 첨가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무작정 첨가물을 금지하면 이들의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결국 첨가물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외국 등과 조건만 공평하게 하면 된다. 만물은 화학물질이고, 물질 자체에 탁월한 기능이 있는 것은 없다.

천연식품은 한때 생명의 일부였기에 한쪽에 편중되지 않게 이것저것 섞인 복잡한 성분으로 되어 있지만, 첨가물은 그 중에서도 필요한 성분만을 위주로 만들어진,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성분이다. 원래 똑같은 현상이 존재하지만, 첨가물이 특별한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연물 안에 있는 다른 성분에 가려서 작용하는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첨가물 자체에 마술과 같은 특별한 힘은 없다. 자연에도 그와 똑같은 기능이 있다. 첨가물은 단지 그 기능을 하는 핵심물질만을 따로 순도 높게 모아둔 것에 불과하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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