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밀가루 섭취, 국민 건강에 문제 일으키지 않는다” 판단

▲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은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글루텐 안전성 바로보기’ 심포지엄을 가졌다.
글루텐이 일으키는 대표 질환 ‘셀리악병’ 걸린 한국인은 30대 여성 1명 뿐
‘셀리악병’ 환자의 95%가 보유한 HLA-DQ2 유전자 보유 한국인은 거의 없어

글루텐 프리 식품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일부의 광고와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며, 셀리악병 환자를 제외한 일반 소비자들은 굳이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섭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은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최근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글루텐 프리(gluten free,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는 식품)’와 관련해 ‘글루텐 안전성 바로보기’ 심포지엄을 가졌다.

셀리악병은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혈중 칼슘ㆍ철분 농도가 정상보다 낮으며, 내시경 검사에서 소장 점막이 위축되고 소장의 융모가 소실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두통ㆍ피로ㆍ근육통ㆍ관절통에서 우울증ㆍ골다공증ㆍ불임ㆍ자가면역질환ㆍ뇌질환ㆍ림프종 등에 이르는 다양한 질환을 부를 수 있다.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글루텐 프리 음식이 ‘특효약’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셀리악병 환자가 아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글루텐 프리 제품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숙 한국식품연구원 유통시스템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식품 측면에서의 글루텐’ 주제발표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글루텐이 오래 전부터 섭취해와 ‘안전한 것으로 인식된 성분’(GRAS)이어서 제품에 따로 글루텐 함량 등을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나, 미국 농무부(USDA)ㆍ영국ㆍ캐나다에선 적절한 함량 표시를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루텐 프리 식품은 쌀가루ㆍ타피오카 전분ㆍ옥수수 가루 등으로 제조되는데 김 책임연구원은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의 가격은 글루텐 함유 식품에 비해 1.6~1.8배 비싸지만, 맛이나 조직감이 글루텐 함유 식품에 비해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또 “글루텐 프리 제품 소비자 중 글루텐 프리가 정말 필요한 소비자는 셀리악병 환자 등 5%에 불과하다”며, “아직은 작은 니치마켓이지만 향후 글루텐 프리 제품의 품질과 소비자의 관심에 따라 시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명규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글루텐과 셀리악병, 셀리악병 환자 치료 경험’을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셀리악병 환자로 진단받은 주부 김모씨(37)의 사례를 소개하며 “셀리악병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병인데, 셀리악병 환자의 95%가 보유한 HLA-DQ2 유전자를 지닌 한국인은 거의 없다”며 “밀가루 섭취가 우리 국민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글루텐 프리 식품이 건강식은 아니다”고 강조하며, “글루텐 프리 식품은 글루텐 함량만 낮췄을 뿐 당류ㆍ탄수화물은 되레 더 많이 함유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글루텐 프리 식품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란 일부의 광고와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글루텐 공포, 의학적 실체가 있나?’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셀리악병 환자에게는 글루텐 프리 음식이 치료제이지만, 일반인은 굳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구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셀리악병 발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한국인의 유전적 성향이 서구인과 다른 데다 음식의 종류도 서로 판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루텐과 셀리악병이 밀이 주식인 서구에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글루텐 프리 식품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서 우리 국민이 이에 동조해 글루텐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며 “업계의 과도한 글루텐 공포 마케팅도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루텐은 밀ㆍ호밀ㆍ보리 등에 들어있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밀 단백질의 약 85%를 차지하는 글루텐은 밀가루를 차지고 쫄깃하게 한다. 밀가루 반죽이 끈끈하게 뭉치거나 몽실몽실 잘 부푸는 것은 글루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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