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콜릿은 사랑의 음식이라고 한다. 달콤하지만 쓴 맛의 모순은 ‘사랑해서 괴롭다’는 사랑의 역설을 떠올리게 하고, ‘초코홀릭’처럼 한 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중독되기 쉬운 사랑과 닮았다.

초콜릿은 여성들의 웃음 속에서, 그녀들의 입 안에서 녹아내리며, 달콤한 맛의 입맞춤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_ 앙텔름 브리야 사바랭, 1826

초콜릿은 사랑의 음식이라고 한다. 달콤하지만 쓴 맛의 모순은 ‘사랑해서 괴롭다’는 사랑의 역설을 떠올리게 하고, ‘초코홀릭’처럼 한 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중독되기 쉬운 사랑과 닮았다.

초콜릿과 관련된 흥미로운 일화 가운데 하나는 중세 유럽 성직자들이 ‘단식 중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250년이나 논쟁했다는 것이다. 이 논쟁의 일면에는 ‘음란한 욕망을 없애기 위해 벌이는 단식 기간에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초콜릿을 마신다는 것은 반종교적’이라는 주장이 한 축을 이루고 있었다. 실제로 초콜릿은 정력에 좋은 음료로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고 스페인에서는 최음제로 쓰이기도 했다. 새디즘으로 유명한 사드는 ‘초콜릿으로 여자들을 홀렸다’는 이유로 투옥 됐으며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여성을 끌어당길 음식으로 초콜릿을 꼽았다고 한다.

초콜릿은 특히 여성에게 사랑받는 식품이다. 1590년 예수회 수사 호세 데 아코스타가 “스페인 여자들은 이 검은 초콜릿 음료에 사족을 못 쓴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여성들의 초콜릿 사랑은 역사가 깊다. 심지어 캐나다에서는 여성의 38%가 초콜릿과 섹스 중 초콜릿을 택할 것이라는 조사가 나온 적도 있다고 한다. 일부 여성들은 생리를 전후로 초코홀릭이 되기도 하는데 초콜릿에 있는 몇몇 성분들이 생리로 인한 긴장증세를 덜어준다고 한다.

A. 영양 Sugar & Fat
초콜릿은 칼로리 덩어리이다. 기름 만큼...

물에 아주 잘 녹는 것은 대부분 맛도 쓰지 않고 독성도 없다. 분자가 아주 크면 당연히 무미, 무취, 무색이다. 애매한 크기의 분자가 쓴맛인 경우가 많다. 코코아 분말을 기름에 녹이면 향기성분은 많이 녹아 나오지만 쓴맛 성분은 덜 녹아 나온다. 그래서 초콜릿은 코코아 성분이 높아도 맛이 좋다.

하지만 똑같은 코코아도 물에 녹이면 꽤 쓴맛 성분이 녹아나온다. 그래서 초코시럽은 초콜릿보다 코코아 함량도 적고 맛도 없다. 물에 애매하게 녹는 쓴맛 성분은 온도가 높거나 추출 시간이 길수록 많이 녹아 나온다. 그래서 차를 우릴 때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 않는다. 그리고 커피 등을 추출할 때 분쇄한 입자가 크면 시간을 길게 하지만 입자가 작으면 쓴맛 성분이 녹아나오지 않도록 온도와 시간을 낮춘다. 그래서 저온 추출 시 고온보다 수십 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낮은 온도는 추출효율이 낮고, 향이 약하다. 고온에는 많은 향기 성분이 추출되지만 쓴맛 성분도 많이 추출된다. 그래서 최적점을 찾는 것이 기술이다.

초콜릿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초콜릿에 함유되어 있는 카카오버터는 체내에서 흡수가 잘 안 되고 적당한 양을 먹는다면 비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배 고플 때 초콜릿을 먹으면 공복감이 쉽게 사라져 다이어트에 오히려 이용되기도 한다. 베아트리체 골룸(Golomb) UC샌디에이고 대학 교수는 1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초콜릿을 매주 몇 개 정도 먹는 사람은 날씬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구에서 비만문제가 등장하자 초콜릿은 열량이 높고 설탕이 많다는 이유로 악당 취급을 당했다. 그런데 요즘은 초콜릿이 과학적인 실험의 결과로 만병통치약처럼 칭찬을 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잔 루이즈 칼망 할머니는 모든 음식에 올리브유를 발라서 먹고 일주일에 초콜릿 1㎏을 규칙적으로 먹었다.

최근 미국 허쉬연구소의 실험에선 초콜릿에 함유되어 있는 카카오버터는 체내에서 흡수가 잘 안 되고 적당한 양을 먹는다면 비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배고플 때 초콜릿을 먹으면 공복감이 쉽게 사라져 다이어트에 오히려 이용되기도 한다.

코코아 함량이 높은 다크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이 나온다. 코코아열매에서 생산되는 것이 코코아매스인데, 코코아매스는 기름(코코아버터)과 나머지(코코아분말)로 분리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폴리페놀이 들어있는 코코아분말은 쓴맛이 강해 많이 넣기 힘들다. 코코아 함량이 높다는 것은 설탕의 비율이 줄어든 대신에 코코아분말은 조금, 코코아지방은 많이 높아진 것이다. 당연히 열량은 더 높아진다. 다크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은 열량이 높을수록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인 셈이다.

초콜릿은 치아를 튼튼하게 한다
충치를 일으키는 원인은 바로 박테리아, 설탕, 에나멜, 설탕이 치아에 머문 시간 등이다. 초콜릿에 함유된 타닌은 치아의 세균 발생을 억제하고, 불소 성분은 에나멜을 튼튼하게 해 준다. 또한 초콜릿은 치아에서 금방 녹아 치아에 밀착되어 있는 시간도 많지 않다.

초콜릿은 감기 예방에 좋다?
초콜릿에서 감기 환자의 기침을 가라앉히는 물질이 발견됐다고 한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학 의료팀은 최근 연구결과를 토대로 초콜릿 성분 중 테오브로민이라는 물질이 감기 기침을 해소시켜주는 진해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테오브로민은 통상 기침을 일으키는 감기 치료제인 코데인보다 30% 이상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초콜릿, 변비와 대장암 예방, 콜레스테롤 감소까지
초콜릿엔 리그닌이란 양질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변비 해소나 대장암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더구나 리그린은 장관에서 담즙을 흡착하여 간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혈액 중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혈류 개선…심장병, 뇌졸중 예방
초콜릿의 폴리페놀은 혈류를 원활하게 하여 동맥경화나 심장병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네덜란드에서 65~84세 남성들을 대상으로 5년간 역학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폴리페놀의 일종인 플라보노이드를 하루 19㎎ 이상 섭취한 사람들이 섭취량이 적은 사람들보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3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초콜릿에는 적포도주보다 3배나 많은 폴리페놀이 들어있다.

미국 심장학회 연구팀은 고혈압 남성 10명, 여성 10명에게 항고혈압제 대신 다크 초콜릿을 15일 동안 하루 3.5온스(약 100g)씩 먹였더니 혈압이 8.5~11.9㎜Hg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 학회는 <고혈압>지 2005년 7월호에 ‘초콜릿은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기능도 활성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실은 바 있다.

암, 심장질환을 유발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의 작용을 막는 항산화 물질도 초콜릿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네덜란드 국립보건환경기구는 다크 초콜릿과 홍차의 항산화 물질인 카테킨 함량을 조사한 결과, 다크 초콜릿 100g에 카테킨이 53.5㎎ 들어 있는 반면 홍차 100g에는 13.9㎎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2003년 미국화학협회도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코코아 한 잔에 약 600㎎, 적포도주 한 잔에 340㎎, 녹차 한 잔에 165㎎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2009년 7월 독일 뒤셀도르프대 연구팀은 여성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다크 초콜릿과 코코아가 거의 없는 화이트 초콜릿을 12주간 먹이는 임상시험을 했다. 그 결과 다크 초콜릿을 먹은 그룹은 피부 밀도가 16% 좋아졌으며 수분 함량도 28% 늘었다.

다크 초콜릿이 혈압이 높은 사람의 혈압을 최고 5%까지 내리게 해 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혈압이 정상인 사람은 다크 초콜릿을 먹어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았다.

체내에서 혈압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를 억제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플라보노이드는 혈관을 확장-이완시키는 혈관의 평활근세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중 지질을 개선하며 혈액순환을 좋게 해 심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인간영양연구소가 지난 8년간 35~65세 성인 2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팀의 브라이언 부지세 박사는 “하루 7.5g의 초콜릿을 섭취한 사람은 하루 1.7g을 섭취한 사람보다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39%, 뇌졸중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은 27% 가량 낮았다”고 밝혔다.

B. 감각
초콜릿은 사랑을 불러 일으킨다

초콜릿에는 마리화나의 성분인 카나비노이드가 포함돼 있고 세로토닌 등 뇌신경 세포를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진은 연애를 이제 막 시작한 남녀 17명을 대상으로 연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사진을 보여준 다음 뇌의 반응을 자기공명영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봤을 때 기쁜 감정을 일으키는 도파민이 뇌에서 활성화가 되는데 초콜릿을 먹었을 때의 뇌의 반응이 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랑에 빠지면 몸 안에서 분비되는 페닐에틸아민도 초콜릿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그리고 초콜릿에는 아난다마이드(anandamide)라는 각성제 성분도 있다. 마리화나에 존재하는 THC(tetrahydrocannabinol)라는 물질과 닮았다. 이 물질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담배를 끊은 후 금단증상이 심할 때 초콜릿을 먹으면 한결 나은 것이 이 때문이다.

또한 초콜릿에는 성기능을 증강시키는 최음제 기능이 있다고 한다. 아직 정확한 기작은 모르고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고대 멕시코의 아즈텍 사람들은 초콜릿을 미약(媚藥)으로 사용했다.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초콜릿을 애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이유를 초콜릿 속에 많이 들어있는 탄수화물이 뇌의 세로토닌을 증가시키고 이 물질이 뇌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할 정도이다.

사실 초콜릿은 영양가가 풍부한 식품이다. 왜냐하면 초콜릿은 너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콜릿 속에는 건강에 꼭 필요한 식물단백질, 비타민E, 아연, 철 같은 성분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영양이 부족한 과거에 모든 영양이 풍부한 식품은 정력을 높이는데 훌륭한 식품이기도 했다.

사실 테오브로마이드는 카페인과 바로 전 단계 물질로 카페인은 각성제, 테오브로마이드는 신경안정제로 작동한다. 또한 미량이지만 각성제인 암페타민 계열의 페닐에칠아민(phenylethylamine)도 존재한다.

이성을 바라보거나 이성의 손을 잡을 때와 같이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이다. 물론 양이 적어서 사람을 실제로 흥분 상태에 빠뜨리지는 못한다. 흥분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약 8㎏의 초콜릿을 한꺼번에 먹어야 할 정도로 미미한 양이다.

그리고 초콜릿에 포함된 페닐에틸아민이 몸에 흡수되어 뇌에 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약을 포함해서 우리가 섭취하는 많은 화학물질들이 분자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뇌로 흡수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몸에 페닐에틸아민을 주사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것은 긴장감을 느끼게 해주며 뇌에서 도파민을 방출하는 방아쇠 역할도 하여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게 해준다.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인 페닐에틸아민은 암페타민과 매우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비슷하다고 효능이 같을 확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암페타민은 전쟁 중에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이 피로 감퇴와 주의력 집중을 위해 약물로 사용한 적이 있으나, 현재는 마약으로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물질이다.

C. 심상
초콜릿은 생각보다 오래된 전통식품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