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경영학에서 기업의 전략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그런 다양한 시각에서도 공통적으로 분명한 것은 전략은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마일스와 스노우라는 전략 경영학자는 전략을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어떻게 관리하고 선택하는가에 대한 경영자의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즉, 기업의 혁신에 대한 접근의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는 중요한 두 가지 접근의 축이 있다. 하나는 전략적 활용(Exploitation)이고 또 다른 축은 전략적 탐색(Exploration)이다.

다섯 가지 기업 전략
전략적 활용이란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전략적 활용도가 높은 기업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업무를 개선하고, 프로세스 혁신을 꾀하여 업무 효율화를 달성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전략적 탐색은 새로운 기술,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전략적 탐색도가 높은 기업은 제품 혁신 및 신시장 창출에 언제나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전략의 대가 듀크대학교의 리차드 버튼 교수는 이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기업의 전략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방어자 전략을 취하는 기업은 새로운 제품,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기 보다는 시장 점유율이나 마진율로 대표되는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방어,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혁신적인 기업이라기 보다는 자원 및 시장 상황 활용을 극대화하는 기업들이 주로 이런 방어자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 전략이 제대로 구사되면 경쟁기업들이 해당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는 가격 경쟁력이나 틈새 시장을 확보하게 된다. 식품기업 중에서는 코카콜라가 성공적인 방어자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모색자 전략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장기회를 탐색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 새로운 공정에 대해서 실험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다른 기업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변화를 만들어 경쟁우위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신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가격 경쟁력이나 제품 품질 개선 보다는 언제나 새로운 제품과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정신이 팔린 기업으로 소위 말하는 시장 선점 우위(First Mover's Advantage)를 확보하고자 한다. 최근 유럽의 프로바이오틱스 관련 기술 중심의 식품소재 기업들과 동물 복지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기존의 패스트푸드업체가 따라 오기 힘든 위치를 선점한 치폴레(Chipotle)사가 식품업계에서 이런 모색자 전략을 취하였다.

혁신 분석자 전략은 방어자 전략과 모색자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전략으로, 시장상황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며 격동적인 환경에 놓여진 기업들이다. 끊임 없이 혁신하면서 시장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기업들이 구사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여기에 재미있는 전략이 하나 있는데, 바로 비혁신 분석자 전략이다. 쉽게 말하면 ‘따라쟁이’와 같은 전략인데 참 얄미운 전략이다. 자신이 벤치마킹하거나 모방하고자 하는 기업을 한 두 개 설정해 놓고 그 기업들이 무엇을 하는지를 열심히 관찰하고 재빨리 자신도 따라가는 전략이다.

과거의 삼성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였는데, 소니와 몇몇 마켓리더가 무엇을 하는지를 바라보던 시기가 있었다. 이 전략은 잡지산업, 패션산업, 공연기획사, 외식산업 등에서 흔히 발견된다. 패션에서 Zara가 그러했고, 또 우리나라의 동대문 밸리가 그러했다. SM의 소녀시대가 히트를 치니 군소 기획사가 비슷한 걸그룹을 엄청 쏟아냈던 그런 상황을 비혁신 분석자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전략의 가장 큰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조직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고, 마켓리더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를 포착하고 분석하는 역량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비혁신 분석자 전략은 얄밉긴 하지만 제대로만 구사하면 꽤 효과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삼성은 결국 소니를 넘어 섰고, Zara도 글로벌 탑 패션기업 중 하나로 올라 섰으며, 애프터 스쿨, 걸스데이, 에이핑크 등도 일약 스타그룹으로 발돋움하였다.

이 전략의 핵심은 ‘누구를 모방할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모방의 대상을 잘 선정하는 것이 비혁신 분석자 전략을 구사하는 조직의 의사결정자가 내려야 할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며, 이 모방의 대상을 잘못 선택하면 그 모방의 대상과 함께 마켓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즉 트렌드를 잘못 읽은 마켓리더를 따라하면 함께 망하게 된다.

우리 식품 및 외식 업계에서도 따라쟁이들은 비일비재하게 발견된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스몰비어, 밥버거를 비롯해서 눈꽃빙수, 또 벌집 아이스크림 등은 원조와 이를 모방하는 비혁신 분석자 전략을 구사하는 따라쟁이들과의 전쟁이다. 이 싸움을 법정으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경영의 문제로 풀 것인가는 경영자가 판단 내려야 할 문제이다.

스마트폰과 관련하여 애플은 삼성에게 이와 유사한 건으로 법적인 소송을 걸었고 부분적인 승소를 거두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이 법정 싸움에서의 절대 승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삼성은 소송을 당함으로써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그럼 원조는 이 따라쟁이들의 비혁신 분석자 전략에 어떻게 대응하여 싸워야 할까? 경영학적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큰 형님’ 전략이다. 이는 마케팅적인 접근으로 따라쟁이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함께 마켓의 사이즈를 키우면서 강력한 브랜딩 전략으로 ‘내가 원조다’라는 브랜딩 캠페인을 강화하여 프라이스 프리미엄을 누리는 전략이다. 즉, 파이를 키워서 나눠 먹으면서 큰형님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포장두부에서는 풀무원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포장김치에서는 종가집이, 국내 막걸리 바에서는 월향이 이런 큰형님의 길을 걷고 있다.

따라쟁이들에 대항하는 두 번째 전략은 바로 위에 언급하였던 ‘모색자’ 전략이다. 따라쟁이들이 따라와서 마켓을 키워 놓을 때까지 이 사업을 유지하다가 적절한 순간에 이 비즈니스를 처분하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 버리는 전략이다. 여기서 다른 영역이란 같은 업계의 업그레이드 된 제품일 수도 있고, 연관사업 다각화가 될 수도 있다. 경쟁자들이 따라와서 그 영역에서 수익률이 떨어지면, 바로 다음 단계나 새로운 제품으로 넘어가버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R&D 역량이 바탕에 깔려야 하고, 또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비교적 단기간이어야 한다. 단기간에 제품 개발 투입자금을 매출로 커버해내지 못하면 재무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전략이 몇 번만 성공하면 모든 언론과 소비자들로부터 혁신 기업이라는 칭송을 듣게 된다, 스티브 잡스 시대의 애플처럼.

얄미운 따라쟁이 전략의 가장 큰 폐해는 마켓리더나 스타트업 기업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어버린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그 산업 자체의 발전 자체를 더디게 만든다. 따라쟁이 전략의 기본 전제는 ‘소비자들은 싼 제품을 원하고, 품질에 크게 민감하지 않다’라는 것이다. 카피를 하니 당연히 비용이 적게 들고, 시장도 원조가 먼저 일구어 놓으니 비용이 적게 든다. 그래서 따라쟁이들의 제품은 대체로 가격이 싸다. 소비자들이 델리케이트한 취향을 갖추고 싼 제품보다는 원조의 땀이 서린 제품에 100원 더 내는 행동을 할 때 ‘따라쟁이는 시장에 설 자리가 없다’는 시그널이 따라쟁이들에게 전달된다. 소비자로서 원조기업의 제품에 100원을 더 내는 행동은 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우 가치 있는 행동이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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