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교수의 농식품 비즈니스 이야기]

식품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신제품의 개발과 출시는 때론 기업의 사활을 건 모험이 되기도 한다. 이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과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인가? 여건이 좋은 기업은 패널을 활용하여 포커스 그룹 인터뷰 (FGI)를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예상하기도 하고, 때론 다수의 패널에게 미리 시제품을 테스트하게 하여 그 반응을 바탕으로 레시피를 바꾸기도 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도 한다.

▲ 네덜란드 푸드밸리에 있는 와게닝 대학의 미래식당으로 식품소비자의 행동을 관찰, 분석하는 연구시설이다.
소비자들의 응답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0여년 전에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일이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에 위치한 한 식품기업이 고급 유기농 가공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였고, 출시 전 소비자들의 반응을 알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설문 조사를 하였다. 응답자의 10%를 상회하는 수의 소비자가 이 제품이 출시되면 구매를 하겠다고 응답을 하였다. 그 식품기업은 자신감을 가지고 시장에 그 유기농 제품을 유통시켰지만 결과는 참담하였다. 철저히 실패하였다. 아무도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았던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소비자들의 응답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식품 선택 행동은 소비자의 명확한 의도와 합리성에 기반하여 이루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의해, 혹은 다른 외부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아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푸드밸리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행동에 대한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2007년 푸드밸리에 위치한 와게닝겐 대학에 미래식당(Restaurant of the Future)이 설치된다. 5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되었고, 외견상으로는 명백한 교내 카페테리아, 실상은 식품 소비자의 행동을 관찰, 분석하는 연구시설을 건립한 것이다.

소비자 행동에 대한 정교한 연구가 필요하다
미래식당의 외견은 여느 카페테리아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들어가는 입구에는 네덜란드어와 영어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이를 통해서 이 카페테리아가 여느 식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식당에서는 당신의 식품 선택 및 식사 행동이 센서, 비디오, 계산대에서의 지불 등을 통해 기록됩니다. 이 식당에 입장함으로써 당신은 당신의 데이터가 연구 목적으로 저장되는 것을 동의하는 것입니다”

이 문구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식당 내부의 천장을 보면 25개의 카메라 렌즈들이 식당 내부의 구석구석을 촬영하고 있다. 이 카메라들은 식당에 들어온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을 촬영한다. 이 미래식당에 입장하는 교직원 및 학생들은 ID를 찍고 들어오니 누군지 즉시 알 수 있고, 일반인들이 입장하여도 천장의 카메라들은 그 움직임을 추적한다. 어떤 음식 앞에 서는지, 어떤 음식을 집어 드는지, 또는 집었다가 도로 내려놓는지 등을 추적하며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저장한다. 초당 25메가바이트의 동영상을 서버에 저장하여 분석을 한다.

식당에서는 고객들에게 절대 묻지 않고 단지 관찰만 한다
카메라가 고객을 추적하기 시작하면 총 다섯 단계로 나누어 관찰한다. 먼저 소비자들이 제품을 탐색하는 ‘관심 단계’에서 소비자들의 관심과 동선을 관찰하고, 제품을 고르는 ‘선택 단계’로 이어진다. 어떤 식품을 얼마 동안, 어느 정도의 양을 선택하여 식판에 올리는지를 관찰한다. 이어서 매대에서 돈을 지불하는 ‘지불 단계’가 있으며, 다음은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는 ‘섭취 단계’인데, 이 단계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의 표정과 행동, 시간 등을 기록하게 된다. 그리고 남은 음식을 버리는 ‘반납 단계’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각 제품별 잔반을 얼마나 남겼는지를 기록한다. 여기서 핵심은 고객들에게 절대 묻지 않는 것이다. 만족도도 묻지 않는다. 단지 관찰만 한다.

▲ 분석 소프트웨어
미래식당에서 이러한 관찰 연구는 보통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의 요청에 따라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테스트 제품을 카페테리아의 매대에 함께 올려놓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것이다. 서버에 저장된 동영상은 면밀하게 분석이 되는데, 그림에 나와 있는 Noldus사의 전문 소프트웨어가 소비자들의 동선을 분석하고, 또 안면 분석을 통해 해당 제품을 소비할 때 소비자들이 어떠한 감정을 갖는지 정량화한다. 묻지 않고 관찰하며, 그것을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만족도를 추정하고, 제품의 문제점을 도출해 낸다. 새로운 제품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떤 행동과 반응을 보이는지 물어보지 않고 이렇게 관찰하고 분석함으로써 좀 더 외적 타당도가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얼마 전 미래식당에서는 저염 수프 제품 개발에 관련된 연구를 하였는데, 같은 제품의 염도를 조금씩 조정하면서 얼마 정도까지 줄었을 때 소비자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지를 이러한 기술로 조사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거부하지 않는 정도 내의 저염 수프를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시제품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미래식당이나 미래마트가 필요하다
또 다른 사례로 미래식당에서는 한 유기농 햄 생산업체의 제품 판매 전략을 검증하였다. 그 업체에서는 유기농 햄을 개별 비닐 포장에 담아서 카페테리아 매대에 놓는 것이 유기농 제품답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대신에 큰 포장에 담아서 트레이에다가 펼쳐 놓고 포크로 원하는 만큼 떠 갈 수 있도록 하는 판매 전략을 세웠다. 미래식당에서 제품을 포크로 떠 갈 때 사람들의 행동과 표정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소비자들의 표정이 매우 불편해 하고, 제품을 집으려다 포기하는 행동들이 빈번히 관찰되는 등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것을 업체에 보고하였다. 이를 통해 그 업체는 판매 전략을 바꾸어서 개별 소포장의 형태로 판매 전략을 바꿈으로써 성공적인 시장 진출을 하였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그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테스트 베드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시설이 필요하다.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할 제품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기 전에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개별 기업이 이러한 시설을 가지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과 대학, 그리고 정부가 협력하여 국내에도 이러한 콘셉트의 미래 식당이나 미래 마트를 만들어서 시제품의 시장 반응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식품 기업의 재무적인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Food Business Lab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식품 마케팅ㆍ식품 및 바이오산업 전략 등을 가르치며, 농식품 분야 혁신 경영 연구를 위한 Food Business Lab.을 운영하고 있다. Food Business Lab.은 농업, 식품가공, 외식 및 급식, 유통을 포함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비즈니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