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람이 똑같은 선호도를 가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인종 간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인은 특히 편의성을 추구한다. 컵 형태의 아이스크림은 일본에서 성공했지만 조사결과 한국인은 컵 형태의 제품을 수저로 떠먹는 것을 싫어했다.
값만 대입하면 점수가 나오는 맛의 방정식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우선 사람마다 감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미각과 후각은 신생아가 가장 예민하다. 신생아 시기에는 입 안 전체에 맛봉오리가 돋아 있고 입천장, 목구멍, 혀의 옆면에도 미각수용체가 있다. 덕분에 아기들은 밍밍한 분유의 맛도 몇 배로 맛있게 느낀다. 10세 이후 어느 정도 일반적인 미각이 됐다가 60세 이후에는 급격히 둔화된다.

동일한 음식도 나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으며 성별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지금까지 실험한 수많은 결과에서 쓴맛과 냄새는 여성이 남성보다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개인차도 심하다. 유전자의 차이로 쓴맛에 가장 민감한 타입(PAV)인 사람은 가장 둔감한 타입(AVI)보다 쓴맛에 대해 100~1000배나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맛의 세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후각은 미각보다도 차이가 더 심하다고 한다. 여러 유전자 중에서 후각 유전자처럼 개인에 따라 유전자의 활성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드물다고 한다. 375종의 후각 수용체가 사용되지만 이중 50여 종의 취맹이 발견될 정도이다. 색맹이나 색약이 일반인과 다른 세상을 보듯이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음식을 다르게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마치 모든 사람이 똑같은 선호도를 가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단지 똑같은 음식을 먹고 서로의 표현을 통해 닮아가는 현상일지 모른다.

인종 간에도 차이가 있고, 학습, 개인의 성장 환경에 따라 다르다. 한국인의 특징도 반영해 줘야 한다. 한국인은 특히 편의성을 추구한다. 일본과 한국의 식품의 유사성이 많다. 일본의 제품이 10년쯤 지나서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 제품의 모방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적어진 편이다. 국민성의 차이를 무시하고 일본을 따라하다 철저히 실패한 경우도 꽤 될 것이다.

내가 경험한 아이스크림에서는 컵 형태의 제품 같은 것이다. 일본에서 대세이니 한국도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고 기업체별로 상당히 노력했는데도,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런 형태는 안 팔린다. 노력한 만큼 손해를 본 것이다. 한국인은 컵 형태의 제품을 수저로 떠먹는 것을 싫어한다는 조사결과를 무시한 덕분이다. 수저로 음식을 먹는 것이 너무나 익숙한데 떠먹는 요구르트 보다 마시는 요구르트가 인기인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간편함을 지독히 사랑한다.

한국에 유별난 식품이 콩나물이다. 주변의 아시아 국가는 모두 콩나물 보다 숙주나물을 많이 쓴다. 우리는 도통 숙주나물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는 즉석에서 해먹지만 우리는 반찬으로 보관하면서 먹는데, 숙주는 남쪽 지역이 원산이라 냉장고에서는 바나나처럼 쉽게 갈변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속성은 본인 스스로 모르고, 본인 입맛도 스스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기관의 조사도 잘 틀린다. 항상 맛있는 제품이 잘 팔린다. 그리고 신제품에는 엄청난 비용이 소비된다. 따라서 새로 개발된 제품이나 기존의 제품의 맛을 개선해 판매를 늘리고자 노력한다. 그럴려면 시식을 통해서 맛을 평가하는데, 정확한 조사가 쉽지 않아 전문 관능검사 기관에 의뢰해 제품을 평가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오차, 즉 관능평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최소화하려 한다. 먹는 순서에 따라 대조, 그룹, 중심경향오차, 시간오차, 위치오차 등에 의해 맛이 달라지기에 제시 순서를 섞어서 통계적으로 편차를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조심하는 것이 심리적 오차이다. 기대오차(원가절감용 샘플이라면), 자극오차(고급스러운 포장용기에 담기면), 논리오차(색이 진하거나 다르면), 후광효과(맛이 좋으면 나머지 모든 요소도 좋게 평가한다) 등도 조심한다. 그래서 별도의 독립된 관능평가실에서 각자의 공간에서 따로 따로 평가하도록 한다.

관능평가실은 조명과 환기, 온도, 습도, 재질까지 신경을 쓴다. 심지어 시료를 제공하는 용기, 양, 제공 온도, 같이 제공되는 입가심용 식품까지 신경을 쓴다. 샘플번호도 1, 2, 3 또는 A, B, C처럼 일련번호를 붙이지 않는다. 그것조차 평가에 영향을 주기에 대신 CBA, BCA, BAC, CAB처럼 연관성이 없는 번호를 붙여 무심코 A, 1을 선택하는 경우를 배제시킨다. 그런 후 정교한 통계 프로그램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일반인이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전문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전문 검사기관에서 결과마저 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신제품의 성공률은 5%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맛의 방정식을 세워보겠다는 것은 정말 무모한 시도인 것이다.

최낙언 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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