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맛있다, 맛없다고 하는 것은 음식을 섭취할 때 느끼는 쾌감이 많다 적다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의 최종 판단은 안와전두피질의 몫이다.

우리가 맛있다, 맛없다고 하는 것은 음식을 섭취할 때 느끼는 쾌감이 많다 적다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의 최종 판단이 안와전두피질의 몫이다. 몸에 좋으면 쾌감을 부여하고 나쁘면 불쾌감을 부여하여 더 먹을지 말지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영역의 외측 영역은 처벌과 관련된 상황에서 활성화되고, 내측 영역은 보상과 관련된 상황에서 활성화된다. 내측 영역에 많은 신호가 발생하면 측좌핵(nucleus accumben, 중격의지핵)과 연결된 뉴런을 통해 쾌감 엔진을 구동시켜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안와전두피질은 감각의 통합센터이다. 즉 후각, 미각, 시각, 촉각과 내장감각 등이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본능적 욕구와 감각을 처리하여 느낌과 자아감을 생성한다. 이곳의 세포는 후각에서 온 신경과 미각에서 온 신경이 같이 연결되어 동시에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감각의 융합 또는 공감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미술품을 볼 때, 먹음직한 음식을 볼 때, 여자들이 쇼핑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때, 심지어 수학자는 아름다운 공식을 볼 때마저 이곳에 불이 깜박거리면서 도파민 분비 신호를 내는 것이다.

욕망의 하이웨이 또는 생존의 보상회로는 뇌의 안쪽에 있다. 배쪽피개구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이라고 하는 신경핵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 중심이다. 신경회로는 도파민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며, 이 도파민이 쾌감을 주도한다. 그리고 이 신호는 개체나 종족의 생존에 필요한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 즉,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거나, 갈증을 해소하거나, 종족의 명맥을 잇기 위한 성행위를 하는 경우 등에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의 분비는 급격히 증가한다. 이것은 사랑이나 분노처럼 이성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무의식적인 뇌의 기관으로부터 일어난다. 차분하고 신중한 결론이 아니라, 순식간에 폭발하는 감정인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생존에 맞게 개발된 시스템이다. 만일 우리가 굶주린 사자를 만나면 차분히 생각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겠는가? 자동화되고 거의 반사적인 행동이 생존의 수단인 셈이다. 예전에는 항상 음식이 부족하고 서로 간에 먹이 쟁탈이 심한 세상이었다. 빠른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감각은 행동을 위한 것이고 행동은 항상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O, X 적인 것이다.

맛도 <있다 vs 없다 = 먹는다 vs 먹지 않는다>의 행동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지 맛의 정확한 점수를 따지기 위한 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조사에서 복잡하게 물어보면 항상 틀리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 너무 불만을 가지면 곤란하다.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백화점에서 옷을 사려면 옷의 종류도 너무 많고 고려할 것도 너무 많아서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최적의 옷을 고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왠지 끌린다는 감정 하나로 쉽게 선택이 가능하다. 결혼은 자신의 평생을 좌우한다. 그래서 신중하게 세상의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최적의 배우자를 찾으려 하면 결혼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다. 그냥 콩꺼플이 씌이면 결혼하는 것이다.

이런 O, X 적인 판단을 하고, 그 판단에 쾌감을 부여하고, 애착을 가지게 하는 곳이 뇌의 감정센터인 안와전두피질이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이성적인 계산은 가능하나 선택은 불가능해진다.

이것이 맛의 상승작용의 비밀도 설명한다. 산미는 새콤한 맛 이외에 다른 맛과 향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과일은 당과 산이 있어야 제 향이 난다. 아무리 향이 있어도 감미가 없으면 향이 약하게 느껴지는데 산미도 마찬가지다. 산이 있어야 향이 제대로 올라온다. 그래서 맛의 균형을 잡기 위해 산이 첨가되기도 한다.

간이 부족한 음식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맛이 확 살아나거나, 깊은 맛이 부족한 국물에 MSG를 조금 넣으면 맛이 확 살아나는 것도 결국에는 이 안와전두피질의 작용 때문이다. 총점을 부여하는 것이고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고 평가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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