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걀을 저으면 구조가 ‘창조’된다. 달걀흰자를 저으면 몇 분 안에 한 컵 분량은 족히 되는 눈처럼 새하얀 거품을 얻게 된다. 달걀 거품 덕분에 우리는 공기를 포집하고, 그것을 머랭과 무스, 진피즈와 수플레와 사바용의 없어서는 안 될 구성요소로 삼을 수 있다. 사진은 달걀을 저어 만든 머랭

열에 의한 달걀의 변신이 놀랍다면 젓기에 의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 번 보라!

보통 물리적 교란은 구조를 무너뜨리고 파괴시킨다. 그러나 달걀을 저으면 구조가 ‘창조’된다. 치밀하고 찐득찐득한 달걀흰자 1개로 시작해 보자. 이것을 거품기로 저으면 몇 분 안에 한 컵 분량은 족히 되는 눈처럼 새하얀 거품을 얻게 되는데, 이 거품은 볼을 뒤집어도 떨어지지 않고 꼭 달라붙어 있을 만큼 응집력이 뛰어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또 그런 재료와 섞어서 조리했을 때 그대로 형태를 유지한다. 달걀 거품 덕분에 우리는 공기를 포집하고, 그것을 머랭과 무스, 진피즈와 수플레와 사바용의 없어서는 안 될 구성요소로 삼을 수 있다.

달걀 단백질은 어떻게 거품을 안정시키는가? 물리적 스트레스가 단백질을 결속시킨다 가열된 달걀이나 커스터드가 굳을 때와 마찬가지로 안정된 달걀 거품을 만드는 관건도 물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단백질이 풀려 서로 결합하려는 경향이다. 달걀 거품에서는 이것이 기포 벽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요리에서의 순간접착제인 셈이다.

휘핑은 단백질에 두 가지 물리적 스트레스를 가한다. 첫째, 거품기로 흰자를 저으면 거품기의 철사들이 유동체 일부를 끌고 가면서 단단하게 접혀 있는 단백질 분자들을 푸는 인장력을 만들어 낸다. 둘째, 물과 공기는 서로 매우 다른 물리적 환경이기 때문에 단순히 흰자 속으로 공기를 끌어들이는 것만으로도 접혀 있는 단백질들을 일그러뜨리는 힘의 불균형을 만들어 낸다. 이렇게 해서 풀린 단백질들은 공기와 물이 만나는 지점에 집결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물을 좋아하는 부분들은 액체 속에 잠겨 있고, 물을 기피하는 부분들은 공기 속으로 내밀고 있다. 이렇게 동요되고 응집된 상태에서 단백질들은 서로 쉽게 달라붙는다. 그렇게 해서 연속적인 고형의 단백질 그물조직이 기포 벽 속으로 파고 들어가 물과 공기를 모두 그 자리에 고정시킨다.

영속적인 안정화 날달걀 흰자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고 분리된다. 따라서 완성된 요리로 변신할 때 단 한 번 강화되어야 한다. 이 작업은 점도를 높이기 위한 다른 재료들, 예를 들면 밀가루, 옥수수 전분, 초콜릿, 젤라틴 같은 재료들을 첨가하면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머랭이나 밀가루 없는 수플레처럼 비교적 순수한 거품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달걀 단백질 자체만으로 해내야 한다. 열의 도움을 받으면 멋지게 해낼 수 있다.

달걀흰자의 주 단백질인 오발부민은 상대적으로 휘핑에 내성이 있으며, 따라서 날달걀의 거품 생성에 별 기여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발부민은 열에는 약해서 열을 받으면 풀려서 응고된다. 그래서 날달걀 거품을 익히면 오발부민이 기포벽에 있는 고형의 단백질 강화제 양을 2배 이상 늘려준다. 동시에 거품 속의 자유로운 물 분자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증발한다. 이와 같이 열은 쉽게 변하는 준(準)액체인 거품을 영속적인 고형의 거품으로 탈바꿈시킨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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