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겹다’는 말은 거꾸로 흐른다는 의미로, 토할 것 같은 메스꺼운 느낌을 의미한다. 메스꺼움은 역겹다는 감정에 따라 나타나는 신체 변화이다. 역겨움은 표정과 행동으로 쉽게 알 수 있는데, 뭔가 불쾌한 것을 뱉으려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혀를 내민다. 심하면 침을 뱉기도 한다. 그리고 불쾌한 코를 찡그리고, 입술이 일그러지고 눈썹을 찌푸리고 콧등을 찡그린다.

애들이 콩이 싫다고 밥에서 콩을 골라내는 경우에도 콩을 역겹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벌레가 나오면 단순히 싫다는 것보다는 역겨움을 느낀다. 심지어 굴도 역겹다고 하기도 한다. 역겨움은 단순히 불쾌한 느낌이나 싫어한다는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부정의 감정이다

사람의 어떤 감정에는 원인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유 없이 그냥 슬프거나 즐겁거나 좀 우울할 수 있다. 하지만 역겨움은 대부분 이유가 있고, 이 역겨움은 대부분 사람이나 동물과 관련된다. 인체 분비물이 그렇다. 오줌, 똥, 입에서 나오는 토사물, 침, 가래, 콧물, 고름 등이다.

키스 할 때 서로 침을 의식하지 않지만 일단 입 밖으로 나온 침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역겨워진다. 가래도 입 안에 있을 때는 삼킬 수 있지만, 입 밖으로 뱉어낸 가래는 먹지 못하고, 똥도 뱃 속에 들어있어 보이지 않을 때는 아무렇지 않지만 배출되면 피해야 할 역겨움이다.

악취 역시 혐오감을 유발한다. 역겨움은 대상을 직접 보거나 냄새 맡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생각나게 하는 것만으로도 느낀다. 병원에서 소변 채취용 컵에 물을 따라 주면 비록 그 컵이 새 것이라고 해도 아무도 마시지 않으려 할 것이다. 순전히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을 하는 사람은 육식을 혐오스럽게 여기지 않지만, 도덕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들은 육식을 혐오한다. 그리고 이러한 혐오감은 거꾸로 자신의 도덕적인 정당성을 강화시키고 고통을 자기 자신에 대한 제어력 또는 우월성이라고 생각하고 즐기기도 한다.

모든 감정이 그렇듯 이런 혐오감에도 필요한 이유가 있다. 이것은 썩은 고기나 오염된 지저분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해서 건강을 지켜주는 감정이다. 식물은 세포벽이 단단하고 내부에 많은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이 있어서 쉽게 부패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물성인 음식은 독도 없고 영양분도 많고 효소도 많아서 부패하거나 다른 세균의 번식에 너무나 좋은 영양원이 된다.

부패한 음식은 생존에 큰 타격이 된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워낙 귀했기에 좋은 것을 골라 먹는 것이 아니라 너무 나쁘지 않은 정도면 무조건 먹어야 했다. 먹고 탈이 나는 것이 일상이었고 그 원인은 동물성 재료인 경우가 많았다. 동물성 재료가 영양도 풍부하고 맛도 좋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큰 것이다. 그래서 식물성 재료는 일단 입에 넣고 보고 머루맛 포도, 콜라비와 같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육종된 채소도 아무 거리낌 없지만, 동물성 재료는 누가 먹기 전에는 함부로 먹으려 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한 타부도 대부분 동물성 재료에 있고 맛과 향에 대해서도 보수적이다. 요즘 고기는 거의 획일화 되어있다. 주로 먹는 것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정도에 불과하다. 향은 그저 고기향이면 되고 냄새가 강한 것은 싫어한다. 그리고 고기의 향이 다르다면 소비자는 의심한다. 스테이크든 햄버거는 고기 냄새는 다르지 않아야 한다. 시실 고기의 향도 사료와 성숙도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것은 소비자는 이취라고 생각하는 등 품질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 오기 쉽다. 그래서 동일한 사료를 먹여 동일한 성숙도가 되면 출하하는 공장식 축산이 경쟁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닭고기는 별로 맛이나 향이 없어도 적당한 튀김옷과 양념소스로 맛을 내는 지금의 방식 말이다.

우리가 역겹게 느낄 때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는 뇌섬(insula), 바닥핵(basal ganglia), 전두엽(prefrontal cortex) 등이다. 이 중 뇌섬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뇌섬은 미각 연합 영역인데, 이는 혐오감이 불쾌한 맛에 대한 감정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신경학적 증거이다. 심한 악취를 맡게 하면 뇌섬이 활성화되고 음식에 대한 혐오감을 느낄 때와 도덕적인 혐오감을 느낄 때 모두 뇌섬이 활성화 된다. 따라서 음식에 대한 혐오감과 도덕적인 혐오감은 동일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맛을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내 자신을 아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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