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구르트 맛 아이스크림에서 아이스크림이 상했다고 하고, 민트 맛을 사용하면 아이스크림에서 껌 냄새, 수돗물 냄새가 난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문점 아이스크림에서는 그 맛을 좋아한다. 전문점에서는 독특함은 장점이 되지만 슈퍼에서는 익숙함이 기본인 것이다.

아마존의 야물루 가족이 한국에서 겪는 여러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송이 있었다. 그 가족은 음식 때문에 참 많은 고생을 했다. 그들은 라면, 불고기는 정말 맛있게 먹었다. 특히 라면은 그들에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이 야물루 가족이 가장 못 먹은 음식이 생선회이다. 날생선을 보는 것만으로 기겁을 했다. 아빠가 먼저 시식을 하지만 거의 극약을 입에 넣는 표정이었다.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켰고 다시는 먹으려들지 않았다. 그 나머지 가족들은 아예 먹지 않았다. 아마존은 생선이 풍부하지만 구워서 먹지 한 번도 날 것으로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식품은 보수적이다. 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람과 쥐는 모두 새것 공포증이 발달했는데, 이것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쥐는 보통 새롭고 낯선 먹이는 아주 소량만 맛을 보며, 또 새로운 먹이가 여러 가지 있을 때에는 따로 따로 먹지 절대로 한꺼번에 다 먹지 않는다. 먹는 양을 소량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먹이들을 따로 먹음으로써 쥐는 어떤 먹이가 몸을 아프게 하는지 학습할 기회를 얻고, 따라서 독소를 치명적일 정도로 과다 섭취할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쥐가 평소에 익숙한 먹이와 새로운 먹이를 동시에 먹고 나서 몸이 아프면, 그 뒤에 새로운 먹이만 피한다. 쥐는 익숙한 먹이는 안전한 반면에 새로운 먹이가 몸을 아프게 한 원인이라고 ‘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도 새로운 음식은 대개 부모나 다른 사람이 먹어보라고 권해야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사람의 음식 섭취에는 사회적 요소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요즘 그렇게 가공식품과 첨가물을 두려워하는 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은 예전보다 비교할 수 없이 건강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아프기 쉽다. 아프면 그 이유를 찾아야 할텐데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 새롭게 등장한 사건에 모든 원인을 찾으려 한다.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생소한 것을 싫어한다. 익숙한 것을 좋아하지만 지루해 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만 생소한 것은 두려워한다.

문제는 새로움과 생소함에 별 차이가 없고 개발자는 생소함을 새로움으로 착각하여 큰 실수를 자주 한다는 것이다. 개발자의 실수는 자신만 익숙하지 소비자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오로지 의심하도록 교육받았다. 일본은 차라리 나름 권위에 굴복하고 아직 귀족, 성주의 개념이 있어서 회사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나라는 각자 자유로운 영혼이고 권위가 인정받지 못한다.

요구르트 맛 아이스크림에서 아이스크림이 상했다고 하고, 민트 맛을 사용하면 아이스크림에서 껌 냄새, 수돗물 냄새가 난다고 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문점 아이스크림에서는 그 맛을 좋아한다. 전문점에서는 독특함은 장점이 되지만 슈퍼에서는 익숙함이 기본인 것이다. 통상의 가격대와 품질의 수준이 있다. 그래서 익숙함이 뭔지, 표준이 뭔지 확실히 알아야 표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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