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초 코카콜라 경영진은 코카콜라의 100년 된 맛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꾸려고 했다. 회사는 신제품이 히트를 칠 것으로 확신했으나 대중의 생각은 그 반대였다. 신제품이 출시되자 소비자 수천 명으로부터 불만이 접수됐다. 입으로 맛있는 것은 ‘뉴코크’지만, 실제 원하는 것은 오래된 코카콜라였다.
1985년 코카콜라는 단 한 번의 실수로 엄청난 비용을 낭비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지탄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신제품 ‘뉴코크’ 때문이다.

매번 코카콜라에 밀려 시장에서 2인자 자리에 머무르던 펩시는 ‘펩시 챌린지’라는 소비자 프로모션을 통해 코카콜라를 압박해왔다. 펩시 챌린지는 소비자들에게 눈을 가리고 펩시와 코카콜라를 마시게 한 후 맛이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핵심이었는데, 여기에서 펩시가 많이 선택되자 펩시는 흥이 났고 코카콜라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저런 여러 이유로 1980년대 초 코카콜라 경영진은 코카콜라의 맛을 바꾸기로 했다. 100년 된 맛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꾸고자 한 것이다. 정확한 제조법은 아무도 모른다고 신비화시키던 제조법을 바꾼다는 것으로 이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시도를 한 것이다.

신제품 ‘뉴코크’가 최초로 시장 테스트를 거친 것은 1985년이었고, 400만 달러를 들여 20만 회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서 최종 맛이 확정됐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는 신제품이 히트를 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원래의 코카콜라 맛을 원하던 대중의 생각은 그 반대였다. 신제품이 출시되자마자 소비자 수천 명으로부터 불만이 접수됐다. 처음에는 이들 불만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항의는 계속돼 50만 명이 넘는 성난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뉴코크’ 사례는 마케팅을 배우는 사람이면 교과서에서 반드시 한 번쯤 읽어봤을 전형적인 실패 사례가 됐다.

하지만 실제로 맛이 바뀐 것은 이전에도 있었다. 이미 처음에 가장 핵심적인 원료인 코카인을 뺀 적이 있고, 100년을 지내는 사이에 어떤 원료는 더 이상 구할 수 없어서 대체되기도 했으며, 산지도 여러 군데로 바뀌기도 했다. 또한 감미료마저 100% 설탕에서 과당이 도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매우 은밀히 이루어졌고 아무도 의식하거나 항의하지 않았다. 신제품이 기존의 콜라보다는 6:4로 맛이 좋다고 나오고, 당시 한참 성가를 높이고 있던 펩시보다는 55대 45로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으니 자신 있게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성난 소비자의 항의가 빗발치듯 쏟아 졌는데 <원래 코카콜라 살리기 운동> 추진 단체가 결성되고, 신문에는 코카콜라사의 결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설과 만평이 연일 실렸다. 코미디언은 단골 코미디 소재로 이용했다. 한 마디로 “너희가 내 코카콜라를 망쳐놓았다”였다.

한 여성이 남편에게 옛날 코카콜라를 보는대로 사달라고 하자,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던 남편은 자신들이 살고 있던 주를 넘어 멀리 있던 주까지 원정을 가서 코카콜라를 사재기를 해댔다.

어떤 편지는 항의 보다 슬픔의 호소였다. “이제 더 이상 코카콜라를 마실 수 없게 되었다니 무척이나 슬프군요. 그런데 앞으로 제 아이들과 손자들도 영영 이 맛을 보지 못할 거라는 점을 생각하니 더 슬퍼집니다. 나중에 제 아이들은 코카콜라의 맛이 어떤지는 그저 저의 설명으로만 기억하게 되겠지요...”

코카콜라 직원들은 주의의 사나운 반응에 유니폼을 입은 채로 퇴근을 하지 못했고 점점 상황은 악화됐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는 좀 더 멀리 봐야 하며,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사람들은 곧 변화에 익숙해질 것이라고 버텼다.

그러다 문제는 콜라 맛이 아니고 소비자 심리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1985년 7월 10일 ‘뉴코크’ 출시 두 달 반 만에 기존의 코카콜라를 같이 팔겠다고 결정했다. 이 소식은 TV 방송 도중에 뉴스 속보로 알려졌고, 이전의 콜라를 ‘코크 클래식(coke classic)’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유통점 진열대에 올려놓았다.

돌아온 코카콜라에 소비자는 환호했고 회사는 전화위복이 됐다. 출시된 지 100년이 넘어 진부해진 콜라가 이 사건을 계기로 소비자의 관심이 폭발했고, 코카콜라의 의미가 단순히 청량음료가 아니고 생활의 일부였음을 자각한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지만 워낙 콜라에 대한 반응이 뜨거워 음모론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이 콜라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사는 그와 같은 아이디어를 짜낼 수 있을 만큼 자신들이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답했다.

사실 소비자의 95%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입으로 맛있는 것은 ‘뉴코크’지만, 실제 원하는 것은 오래된 코카콜라였다.

혀보다는 뇌의 힘이 강하다. 단순히 맛이 좋으면 더 잘 팔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소비자는 인식 속에는 <이 제품이 (맛이) 좋다>라고 인식하는 제품을 선택하며, 자신의 선택을 적당히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먹어봐서 좋은 콜라>를 선택한 게 아니라 <맛있는 콜라라고 알고 있는 것>을 선택하여 맛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브랜드가 맛인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코카콜라는 소비자는 제품을 맛 하나로 판단하지 않고, 제품의 역사, 경험, 패키지 등 여러 가지 심리적인 복합적 요소를 통해서 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품질> 보다는 <품질에 대한 지각>이 제품 선택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마케팅은 제품보다 제품에 대한 인식의 게임인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식당을 선택하는 것도 사실은 단순히 음식의 맛이 아니라 총합적인 체험의 합으로 형성된 인식으로 선택한다. 인테리어, 서비스, 편안함, 심지어 손님이 많고 적음등 주변의 반응도 맛이다. 그래서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나란히 있는 식당에서 한쪽은 손님이 넘치고 한쪽은 썰렁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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