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에 많은 메뉴가 있다. 맛은 다르지만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같으면 소비자들이 머릿 속에서 그리는 기본적인 그림이 있고, 그 그림으로 맛을 평가하고 소통이 가능하다.
익숙함은 나름 표준을 만든다. 표준이 비교와 소통의 기준이 되고 익숙함과 친숙함, 그래서 결국 시장의 크기를 낳는다. 스포츠나 게임의 룰이 통일돼야 시장이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맛에 표준이 있다고 하면 조금 의아할지 모르지만 진정한 마니아의 세계에는 표준이 있다. 예를 들어 냉면 같은 것이다. 냉면은 상당히 단순한 구성이라 면발, 육수, 고명 하나 하나가 나름 표준이 있고 서로 비교하면서 우열을 가리기도 하고 자신에게 최고인 것은 이러저러한 조건을 갖춘 어디 식당의 OO이다라고 구체적인 기준으로 이야기 한다.

좀 더 쉬운 예로는 라면이 있을 것이다. 라면의 맛은 항상 일정하다. 그래서 항상 기대에 부합하는 맛이고, OO보다 맵고 OO보다는 순하다는 식으로 비교와 소통이 가능하다.

커피에 많은 메뉴가 있다. 맛은 다르지만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같으면 소비자들이 머릿 속에서 그리는 기본적인 그림이 있고, 그 그림으로 맛을 평가하고 소통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처럼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이 없으면 표준이 없다고 할 것이다. 커피와 비슷한 기능의 음료가 녹차일 것이다. 그런데 녹차에는 마땅한 표준이 없다. 그래서 어떤 녹차가 좋은 녹차인지 말하기도 힘들고 서로 동의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관심을 받기 힘든 것이다.

와인 시장이 크다. 시장이 커서 전문 감별사인 소믈리에가 있다고 할 수 있고, 소믈리에가 표준을 잡아주기에 시장이 커졌다고 할 수도 있다.

막걸리에는 충분히 표준이 있을까? 시장에 파는 농산물도 크기에 따라 등급을 나눈다. 시장은 항상 일정한 등급을 갖추고 표준이 있어야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다.

중국의 차는 표준이 있기 때문에 맛과 색과 향과 엽저(잎의 아랫부분)의 모양에 따라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차 생산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표준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차 생산 농가들은 지역 단위로 이 표준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표준을 만드는 것은 차의 이름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차가 도달할 수 있는 일종의 경지와 같은 것으로 차 생산자들의 목표가 된다. 한국의 차가 다원의 녹차와 선방의 녹차가 다르고, 해마다 녹차 맛이 다르고, 다원마다 다르다. 그 다양성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장점이지만 해외시장에서 보증된 명품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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