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은 이미 충분하다. 주는 대로 먹을 것이 아니면 맛의 획일화를 논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든 생명현상에는 비용이 든다. 비용 대비 성능을 추구하다 보니 적합한 수준을 느끼지 완벽한 수준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래서 부산물로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 심지어 울트라 정상 자극이(Ultra-normal stimuli) 존재할 수 있다.

초정상 자극이란 말은 니코 틴버겐이 동물이 원래의 실물보다 과장적으로 만들어진 모조품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것을 확인한 뒤 만든 용어이다.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자신이 돌보지 않고 뱁새를 통해 부화시킨다. 뻐꾸기가 뱁새 둥지에 알을 낳으면 뻐꾸기 알이 뱁새 알보다 약간 더 크거나 밝은데, 뱁새는 제 알보다 뻐꾸기 알 위에 앉기를 더 좋아해 애써 뻐꾸기 알을 부화시키는 것이다.

바다 갈매기 새끼는 엄마의 부리에 빨간 점을 보고 거기를 쪼면 먹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어미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고 부리의 특징을 알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어미 머리와 유사한 모형을 더 열심히 쪼는 현상은 초정상 자극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미 머리와 유사하지 않아도 쪼는 것이다. 부리만 있으면 쪼며 부리의 특징이 뽀쪽한 막대기 모양임을 알고, 막대에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 뽀쪽한 막대기에 점 3개를 찍은 것을 흔들면 진짜 머리나 유사한 모형보다 훨씬 열심히 쪼아대는 것이다. 이른바 울트라 정상 자극인 것이다.

과학이 밝힌 것은 새끼 갈매기는 생존수단으로 복잡하게 어미 새 전체를 인식하지 않고 흔들리는 빨간 점이 있는 뾰쪽한 부리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식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분자가 너무 거대해 감각기관으로 감지하기 힘들기에 탄수화물은 작은 분자인 유리 당으로, 단백질은 작은 아미노산(글루탐산) 형태로 느낀다는 것이다.

갈매기 새끼가 빨간 점이 있는 뾰쪽한 것으로 어미 새를 감지해도 충분하듯 인간도 음식을 그렇게 감지해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다. 그것과 실제 영양은 비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식품의 성분 중에서 맛 성분만 따로 생산해 추가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갈매기 새끼가 점이 3개로 늘어나고 막대기가 더 뾰족한 것에 더 열열이 반응하듯 우리는 설탕, 소금, MSG, 향신료로 맛 성분이 강화된 요리에 열열이 환호한다. 식품의 본질인 영양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맛에만 심취한 것이다.

사실 그래도 큰 문제는 없다. 우리가 영양이 부족한 상태라면 영양과 무관하게 맛 성분을 강화한 것이 문제겠지만 지금은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이라 하루에 1끼가 무슨 건강의 큰 비결인양 이야기 하는 시대이다.

하지만 노상 선을 3개를 그릴 것인지 4개를 그릴 것인지, 뾰족한 정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필요한 영양을 채운 이후의 먹거리는 영양 불균형의 음식이 차라리 건강의 비결이 될 수 있는 코메디 같은 세상이 된 것이다. 맛과 향의 본질을 알고 인간이 좋아하는 것의 속성을 알면 리얼 보다 훨씬 리얼한 가짜를 만들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음식은 감각에만 충실한 초정상 자극의 시대의 산물이다.

맛은 이미 충분하다. 주는 대로 먹을 것이 아니면 맛의 획일화를 논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식당에 가도 과거 엄마들이 해준 것 보다 맛있다. 요리의 선수급인 엄마들이 식당을 했고 그 식당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살아남은 수준이 요즘은 평범한 식당의 맛이다.

그럼에도 그 맛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맛있는 집을 찾는다. 가끔은 그대로 된다. 하지만 매일 그런 맛을 원하면서 맛의 획일화를 걱정한다? 맛집 따라하지 않으면 맛없다고 찾지 않으면서 무슨 맛의 획일화 타령들이신지.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