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의 발견과 요리는 원시인에게 너무나 강력한 생존수단이었다. 고기는 매우 귀한 음식이고, 그 시절에 유일한 요리법이자 지금도 가장 맛있는 요리법인 바비큐 방식으로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은 우리의 뇌(DNA)에 각인되기 충분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이 삼겹살 등 고기를 구워먹을 때 노출되는 벤조피렌의 양은 하루 평균 0.08㎍이다. 예전에 한 번 문제가 된 스프의 1만6000배이다. 그 스프가 문제가 된 것은 우동에 가쓰오부시가 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쓰오부시의 품질은 훈제과정과 ‘가비(발효시켜 곰팡이 균을 피게 하는 작업)’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은 2회 최대 6회까지도 한다. 가비를 많이 할수록 벤조피렌 생성 가능성은 증가한다. 문제가 된 스프는 그나마 관리를 한 것이고 일반 가쓰오부시는 검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벤조피렌은 생선구이·치킨·팝콘·참기름·훈제오리 등에도 있다. 식품안전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치킨과 팝콘에는 ㎏당 평균 0.3㎍, 생선구이는 0.1~0.3㎍, 참기름·삼겹살은 0.08㎍ 정도 있다. 공기 중에도 벤조피렌이 많다. 우리나라 대기 속 평균 벤조피렌 양은 0.35㎍/㎥이지만 자동차가 많은 곳에는 기준치를 웃돌아 남산1호 터널의 경우 일반 대기의 30배이다.

고온에 가열한 제품은 벤조피렌을 통제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참기름에서 벤조피렌 소동은 연례행사처럼 빈번하다. 굽기만 하면 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 등의 위험이 증가하는데 우리가 그렇게 로스팅(고소한 맛)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 원시인 시절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불의 발견과 요리는 원시인에게 너무나 강력한 생존수단이었다. 고기는 매우 귀한 음식이고, 그 시절에 유일한 요리법이자 지금도 가장 맛있는 요리법인 바비큐 방식으로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은 우리의 뇌(DNA)에 각인되기 충분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사람의 후각 중에는 로스팅 중에 많이 발생하는 황화물에 대해 개의 코만큼이나 민감하다고 한다. 다른 물질에 대한 후각의 민감도가 개에 비하면 수백~수천 배 둔한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것이다.

수렵채취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소금 섭취량도 감소했고 로스팅 향기는 즐길 기회가 줄었다. 그래서 누룽지(숭늉), 참기름으로 위로했다. 그래서 한국인의 참기름 사랑은 정말 대단했다. 오죽 했으면 이름이 참기름이겠는가? 참기름을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어서 다른 기름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예전에는 가짜 참기름이 불량식품의 대명사처럼 자주 등장했다.

그리고 한동안 한풀이를 하듯이 모든 나물과 비빔밥 등의 마무리는 무조건 참기름이었다. 참기름으로 맛의 획일화를 완벽하게 이룬 것이다. 가장 최근에 매운맛이 대세였을 때 모든 한식 메뉴, 심지어 과자까지도 매운맛이 대세였던 것에 비해서 덜하지 않았다. 이기적인 DNA에 각인된 이런 욕망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무작정 굽는 것 대신에 삶으라고 권하지만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 항상 이성보다는 DNA에 코팅된 욕망의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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