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는 사냥꾼 역할에, 여자는 살림꾼 역할에 필요한 기능이 잘 발달되어 있다. 남자의 용어도 사냥과 관련된 무기, 집중, 성취, 협동, 모험, 스피드 등 이런 것을 좋아한다.
남자는 사냥꾼 역할에, 여자는 살림꾼 역할에 필요한 기능이 잘 발달되어 있다.

멀리 사냥을 하러 가려면 시각과 방향, 공간 감각이 필요하다. 남자는 시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남자의 용어도 사냥과 관련된 무기, 집중, 성취, 협동, 모험, 스피드 등 이런 것을 좋아한다. 즐거움도 순간적인 것이다. 사냥감에 명중시킨 순간의 쾌감이 사냥의 힘든 과정을 모두 상쇄하기에 충분해야 하고, 집에가 자랑할 즐거움은 배고픔에도 사냥한 수확물을 집으로 가져갈 생각 밖에 하지 못하게 한다.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남자가 사냥감을 자랑거리로 생각하지 않고 독점거리로 생각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여자는 어두운 동굴에서 서로 이야기 하면서 기다리는 추억이 각인되었다. 후각과 청각이 민감하다. 자신을 끝까지 돌봐줄 힘 있는 남자(아버지-남편-아들)에 의지를 한다. 여자는 버티는 데에 능해야 한다. 오래 가치가 지속되는 보석에 관심이 가며, 쌀 때 물건을 비축하여 없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주위에 온갖 음식이 넘지는 요즘도 집안에 냉장고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예쁘게 보이고 사랑을 받아야 생존하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여자는 예쁘다고 하면 무조건 좋고, 항상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남자는 슈팅하고 여자는 탐색한다. 사냥감이 눈에 띄면 바로 쏘아야 한다. 아니면 달아난다. 식물을 채취할 때에는 시기의 선택이 중요하다 여자는 지금 채취할 것인지 나중에 채취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남자의 쇼핑은 목적 달성이 중요하고 여자는 탐색이 더 중요하다. 여성은 백화점 매장을 친구들과 어울려 하는 쇼핑을 즐기고, 물건의 소재와 색깔, 냄새 등을 따지는데 시간을 더 쓴다. 원시시대 가장 좋은 열매를 따고 못 먹는 풀을 가려내는 여성의 채집 방식이 현대에는 꼼꼼히 좋은 물건을 골라 바구니에 넣는 쇼핑 방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지도를 못 읽는 여자, 표정을 못 읽는 남자일 수밖에 없다. 여자의 뇌는 고도의 레이더 탐지기이다. 매 순간마다 흔적을 찾고, 시선, 몸짓, 표정 등 비언어적 행동을 분석한다. 여자는 상대방의 말의 내용과 표정이 서로 일치하는지, 미묘한 불일치는 없는지를 직감으로 탐지하게 된다. 이런 육감은 막연한 것이 아닌 뇌의 특정 부위에 의미를 전달하는 실제적인 감각이다. 우리 뇌에는 이런 육감을 파악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 영역이 남자에 비해 여자가 더 크고 예민하게 발달되어 있다. 이런 뇌구조를 가진 여자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타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읽어내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수다와 공감능력은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처 발달한 여자의 능력이다.

최근 이런 경향도 많이 희석된 것 같다. 하지만 우리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이해할 때 큰 힘이 된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찾기 위해서는 멀리 보아야 한다. 멀리 보기 위해서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고 시야가 확 터진 곳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불을 지피는 것을 좋아하고, 고기 굽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 시절의 습성이다. 2만 년 이전은 마땅한 그릇도 없었다. 유일한 요리법이 굽기. 춥고 무서운 원시 야생 생활에서 힘겹게 구한 고기를 밝고 따뜻한 불에 구울 때 나오는 맛과 향이 얼마나 감동적이었겠는가.

이 시절의 추억이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태우면 나쁘다고 굽지 말고 삶아 먹으라고 열심히 설득해도 소용이 없다. 촛불을 밝히고, 불꽃놀이를 즐기는 것은 모두 다 오래 전부터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습성이다. 인간은 문명이라는 온실 속에 살면서도 야생의 자연을 그리워하면서 산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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