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10만년 전 원시인과 별 차이가 없다

▲ 현대인은 아직도 수렵채집에 더 적합한 몸과 정신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간다. 요즘 유행하는 캠핑에서도 볼 수 있다
먹는 것은 단지 음식물에 대한 기억일 뿐 아니라 먹는 순간과 장소, 같이한 사람 등에 대한 전체의 기억이다. 미식은 언제나 여러 사람을 한데 모아 하나의 전체를 만들고 대화에 활기를 주고 갈등을 완화시킨다.

식구는 같은 것을 먹는다는 뜻과 가장 비슷하다. 그리고 즐거운 식사는 영원히 기억된다. 그리고 우연히 같은 냄새를 맡으면 음식뿐 아니라 그때의 분위기까지도 기억한다. 평범한 식사보다는 강한 향신료가 강한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새로운 음식을 처음 먹어본 기억도 오래 기억된다.

최근 1만 년 동안 인류의 생활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했다. 그동안 인간의 진화도 물론 가속화됐지만 인체가 변화에 완전히 적응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현대인은 아직도 수렵채집에 더 적합한 몸과 정신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간다.

요즘 유행하는 캠핑에서도 볼 수 있다. 뜨거운 물, 찬 물이 틀기만 하면 나오고 스위치 하나로 취사하고 따뜻함이 보장된 집을 나가서 불편한 장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어 먹으면서 즐긴다. 무엇을 먹어도 야외에서 둘러앉아 먹으면 다 맛있다고 한다. 밤이 되면 모닥불을 지피고 둘러앉아 상대의 얼굴에 넘실거리는 불빛을 바라보며 끝없는 희열에 젖는다.

이제는 생계 수단과는 거리가 멀어진 일을 돈과 시간을 써가면서 한다. 시장에 나가면 더 저렴하고 양질의 식품을 살 수 있음에도 낚시를 하고 조개 몇 개를 주워도 즐거워하고, 숲 속에서 고사리를 따고, 송이버섯을 찾으려 소나무 밭을 헤매고 다닌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런 행동의 근원이 원시인의 DNA다. 인류는 약 1만 년 전까지도 석기를 사용하며 사냥과 채취의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명이라는 옷을 입고 의젓하게 넥타이를 매고 앉아서 아무리 거드름을 피운다고 해도 그 안에는 유전자에 프로그램화 된 추억을 숨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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