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커피가 대세다. 커피의 향도 중요하겠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카페인이 몸에 나쁘다고 하여 디카페인 커피가 개발되었지만 거의 인기가 없는 것을 보면 카페인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비타민이 무슨 맛일까? 시거나 쓴 맛이다. 미네랄이 무슨 맛일까? 짜거나 쓴 맛이다. 만약에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맛난 맛이었다면 문제가 좀 심각했을 것이다. 식품회사들이 사용량 제한까지 최대한 많이 넣으려 할 것이고, 그래서 소비자는 항상 비타민과 미네랄 부작용 이야기나 듣고 있을테니 말이다.

식품은 대량으로 먹어도 되는 성분이라 좀 많이 먹거나 적게 먹는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이들은 과량이 되면 큰 부작용이 발생한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이 맛이 있다고? 그것은 종류가 좀 다양하게 들어있을 뿐 양은 맛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조금 들어있다는 이야기이다

물에 아주 잘 녹는 것은 대부분 맛도 쓰지 않고 독성도 없다. 분자가 아주 크면 당연히 무미, 무취, 무색이다. 애매한 크기의 분자가 쓴맛인 경우가 많다. 코코아 분말을 기름에 녹이면 향기성분은 많이 녹아 나오지만 쓴맛 성분은 덜 녹아 나온다. 그래서 초콜릿은 코코아 성분이 높아도 맛이 좋다. 하지만 똑같은 코코아도 물에 녹이면 꽤 쓴맛 성분이 녹아나온다. 그래서 초코시럽은 초콜릿보다 코코아 함량도 적고 맛도 없다.

물에 애매하게 녹는 쓴맛 성분은 온도가 높거나 추출 시간이 길수록 많이 녹아나온다. 그래서 차를 우릴 때 온도를 너무 높이지 않고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 않는다. 그리고 커피 등을 추출할 때 분쇄한 입자가 크면 시간을 길게 하지만 입자가 작으면 쓴맛 성분이 녹아나오지 않도록 온도와 시간을 낮춘다. 그래서 저온 추출 시 고온보다 수십 배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낮은 온도는 추출효율이 낮고, 향이 약하다. 고온에는 많은 향기 성분이 추출되지만 쓴맛 성분도 많이 추출된다. 그래서 최적점을 찾는 것이 기술이다.

물론 학습에 의해 거부감은 둔화된다. 커피, 차, 술 등 사람들이 즐기는 기호식품의 상당수는 쓴맛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학습에 의해 그것이 독이 아니라고 확인되면 거부감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씀바귀의 쓴맛이 혀에 주는 자극은 봄나물의 상큼한 향과 어우러져 작용하기 때문에 몇 번 먹어보면 부정적인 느낌이 극복돼 맛을 즐기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술과 커피, 차와 비교해 쓴 나물을 적극적으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는 뇌가 좋아하는 특별한 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말 커피가 대세다. 커피의 향도 중요하겠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히 설명이 불가능하다. 더 향이 좋은 것도 많고, 카페인이 몸에 나쁘다고 하여 디카페인 커피가 개발되었지만 거의 인기가 없는 것을 보면 카페인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카페인은 무슨 역할을 할까? 활동을 많이 하여 피로가 쌓이면 뇌에 아데노신이 많아진다. 아데노신은 우리 몸에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이것은 사용하면서 분해되어 제거되는데 그 중간과정에 카페인이 되고, 계속 분해되면 잔틴과 요산을 거처 최종적으로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가 된다.

그런데 아데노신이 뇌에서 많이 생성되면 뇌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는데, 이 결합이 일어나면 신경세포의 활동을 둔화시켜 졸음을 일으킨다. 그리고 혈액공급을 늘리기 위해 혈관의 팽창 기능도 일어난다. 이때 아데노신이 분해되는 중간단계의 물질인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분자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신경세포 수용체에 대신 결합이 가능하다. 그러나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수용체를 작동시키지는 못한다. 아데노신 수용체에 카페인이 결합하면 이 수용체가 원래 물질인 아데노신과 결합을 방해할 뿐이다.

아데노신이 있어도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여 졸음이 오지 않게 된다. 그러면 혈관을 수축된 상태를 유지하고 혈압을 높이고, 간을 자극해 혈당을 분비하게 하여 근육에게 운동을 준비시킨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하기 때문에 심장박동수와 호흡을 약간 빨라지게 한다. 이것은 어떤 일을 수행하기 전에 미리 신체를 활성화시켜 몸이 더 빨리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카페인은 근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근육조직이 수축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칼슘이 근육에 흡수돼야 한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근육조직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버림으로써 더 많은 양의 칼슘이 신속하게 분비되도록 한다. 카페인을 섭취하고 운동하면 근육이 좀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또한 카페인은 도파민의 분비량을 늘린다. 도파민은 신경세포를 흥분시킨다. 이런 작용 때문에 카페인은 강심제, 호흡흥분제, 중추신경흥분제, 이뇨제로 쓰이고 있다. 마약 중독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습관적인 카페인 섭취도 이런 작용에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카페인 중독은 며칠만 참으면 쉽게 극복되는 중독이다. 술과 담배를 끊기 힘든 것은 뇌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알코올과 니코틴은 뇌의 쾌감엔진을 직접 자극하여 쾌감을 불러온다. 두 가지 성분이 맛으로는 쓴맛이지만 뇌가 좋아하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 카페인은 아데노신에서 당(리보스)이 빠진 것과 비슷한 화학구조(파란색 부분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 몸의 아네노신 수용체가 깜박 속는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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