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망의 쓴맛은 알카로이드 성분 때문이다. 피망 중에서도 알카로이드 성분이 많은 것이 녹색 피망이며, 빨간색과 노란색 피망에는 상대적으로 적다.
아이들은 왜 피망을 싫어할까? 요즘 피망은 품종 개량을 한 덕분에 과거에 비해 단맛이 많이 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피망을 싫어한다. 사실 피망을 싫어하는 것은 어린이뿐만이 아니다. 포유동물 중 피망을 먹는 동물은 사람뿐이며, 소나 말, 염소들도 피망을 싫어한다고 한다.

이러한 피망의 쓴맛은 알카로이드 성분 때문이다. 가지과 식물에는 알카로이드를 다량 함유한 유독식물이 많은데 피망 역시 가지과 식물이다. 피망 중에서도 알카로이드 성분이 많은 것이 녹색 피망이며, 빨간색과 노란색 피망에는 상대적으로 적다. 물론 피망의 알카로이드 함유랑은 아주 적어서 통상적으로 먹는 양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본래 동물에게 쓴맛은 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지표였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쓴맛=독’으로 보고 쓴맛이 나는 잎은 먹지 않는다. 아이들의 미각에도 이런 독을 피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점점 쓴맛에 둔해져 잘 느끼지 못한다.

최근 유전자 연구에 의하면 다른 영장류에 비해 인간의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는 퇴화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뇌의 발달에 따라 미각으로 독을 판단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현상일 것이다.

쓴맛의 감지하는 수용체는 25종으로 단맛 1종, 감칠맛 2종에 비해 훨씬 종류가 많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이미 엄선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쓴맛이 적은 것이지 원래 자연에는 쓴맛이 훨씬 많다.

쓴맛은 독일 수 있으므로 뱉으라는 경고이다. 따라서 모든 동물은 단 것을 찾고 쓴 것을 피한다. 어떤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난 경험이 있다면 나중에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접했을 때 본능적으로 피하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찮아 보이는 벌레조차도 맛의 기억을 통해 건강에 해를 끼치는 먹이를 가려낸다.

쓴맛에 대해 9세 이하의 아이들에 있어서는 성별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 여성들은 쓴맛을 더 잘 느끼게 되고, 특히 임신 중에는 민감도가 매우 높아진다. 이것은 태아와 아이를 지키려는 모성본능과 관련되어 있다. 쓴맛이나 떫은맛은 독성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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