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뇌가 만든 쾌감이고 우리는 이 쾌감의 지배를 받는다. 그렇게 무섭다는 마약도 중독률은 15% 정도라고 한다. 날마다 몇 번씩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담배는 중독률이 80%라고 한다. 쾌감의 양은 적지만 하루에 200번 느끼기 때문이다.

중독은 기억 현상인 것이다. 강한 쾌감이 있거나 반복이 있으면 뇌에 기억으로 남는다. 맛은 날마다 꼬박꼬박 평생 동안에 지속되는 중독이다. 그 지독한 중독은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지 못했을 때나 드러난다. 오로지 음식 생각밖에 없어지는 것이다.

맛이 운명이고 운명이 맛이다. 판다곰은 원래는 초식과 육식을 같이 했지만 약 400만 년 전 감칠맛 수용체의 유전자에 고장이 나면서 고기 맛을 모르게 되었고 지금까지 대나무만 먹고 있다. 반대로 호랑이와 같은 고양이과 동물들은 단맛 수용체의 유전자가 고장이 나 고기만 먹는다.

인간의 단맛과 감칠맛 수용체는 모두 온전하여 잡식성이다. 잡식성 중에도 풀뿌리에서 벌레, 상어지느러미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대는 슈퍼 잡식성 동물이다. 세상에 어떤 동물도 인간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먹는 동물은 없고 다양한 형태로 요리하여 쾌락을 즐기는 동물은 없다.

그러고도 계속해서 중독을 꿈꾼다. 맛집 예찬은 맛 중독의 예찬이고 맛의 레시피는 중독의 레시피인 것이다.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어떻게 하면 맛있느냐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 도파민이 많이 분출되느냐의 문제이다.

칼은 도구이지 흉기이다. 어떤 역할을 할지는 오로지 사용자에 달려있다. 칼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면 무작정 무서워하거나 함부로 다루다 다치지 않게 된다.

뇌의 쾌감엔진도 마찬가지다. 생존과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중독 엔진으로 사용할지 인생을 낭비하는데 사용되는 중독엔진이 될지는 오로지 사용자에게 달려 있다.

도파민(dopamine)
동식물의 신경말단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노르에피네프린과 에피네프린 합성체의 전구물질이다. 이는 뇌신경세포의 흥분 전달 역할을 하는데 지나치거나 부족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도파민 과다 분비 시에는 쉽게 흥분하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등을 야기한다. 부족할 경우에는 결단력이 없어지고 몸을 제어하기 어려워지며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파킨슨병이 발생할 수 있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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