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morphine. 설탕을 먹으면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해 감정을 조절하는 측좌핵과 기타 보상 중추가 자극을 받아 기쁨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방마저 이 부위를 설탕만큼 강하게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생물물리학자 요하네스 르 쿠튀르(Johannes Le Coutre)는 2008년 성인 15명을 대상으로 뇌전도 실험을 했다.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과 낮은 식품의 사진을 보여주고 뇌 반응의 차이를 관찰한 것이다.

음식 사진을 본 후에 불과 200밀리 초 이후에 뇌가 반응했다. 지방을 번개 같은 속도로 알아보는 것이다.

지방의 중독성이나 단 음식에 대한 욕구는 헤로인 중독을 치료하는 약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음식의 쾌감과 마약의 쾌감이 동일한 회로라는 증거인 셈이다

마약 하면 무조건 무서워하지만 마약이라는 물질이 대단히 특별한 물질은 아니다. 도파민의 분비를 직접 촉진해도 마약이고,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는 가바(GABA)를 억제해 탈억제를 해도 마약이다. 그리고 도파민이나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도 마약이다. 그리고 도파민이 가장 보편적 쾌감 시스템이지 다른 쾌감물질도 있어서 이들 쾌감물질의 분비를 높여도 마약이다.

모든 쾌감은 잠정적인 중독성 마약인데, 우리가 특별히 마약으로 관리하는 것은 도파민의 분비량을 우리가 평소에는 좀처럼 얻기 힘든 양으로 쉽게 증폭시키는 물질을 구분하는 차이일 뿐이다. 쉽게 도파민을 과도하게 분비하면 그 쾌감을 잊지 못해 계속 갈구한다는 위험을 가진 것이다.

마약이라는 물질보다는 우리 몸의 쾌감회로와 욕망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음식이 마약(모르핀) 성분 자체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쾌감 호르몬 엔돌핀은 사실 단백질 펩타이드이다. 밀 단백이나 우유 단백처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이 분해되면 엔돌핀과 유사한 작용기를 가진 분자가 만들어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우유 단백질에서는 캐소모르핀(casomorphins), 밀 단백에서는 글리아도르핀(Gliadorphin) 같은 펩타이드성 모르핀 물질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것을 음식 모르핀(Food morphine)이라고 한다. 그래서 밀가루 제품과 유가공 제품이 유난히 맛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혀 겁낼 것은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위험도 아니고 위험한 양도 아니다. 일상의 식품에는 우리가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쾌감물질을 만들지 못한다. 우리의 전두엽이 발달한 이유는 이런 감각을 잘 제어하기 위함이다. 스스로 욕망의 루프를 만들어 돌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이 정도 쾌감은 가볍게 즐겨도 충분하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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