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뇌가 만든 쾌감(환각)이다. 그리고 맛은 도파민 분출량에 비례한다.

“조물주는 우리로 하여금 살기 위해 먹도록 명령하였으며 식욕으로써 그것을 권고하고, 맛으로 지원하며, 쾌락으로 보상한다”라고 한 사바랭의 말에 맛의 핵심이 있다.

우리가 맛있다, 맛없다고 하는 것은 음식을 섭취할 때 느끼는 쾌감이 많다 적다는 것이지 세부적인 맛 성분이나 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생존에 유리하면 쾌감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감각은 편도체, 해마, 시상, 감각 연합체 등 많은 부위로 전달된다. 이렇게 감각을 하겠다는 것은 먹을지 말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먹지 않으면 허기라는 고통을, 몸에 유리한 성분이면 맛이라는 쾌감을 만들어서 더 먹도록 권장한다.

쾌감으로 더 먹을지 불쾌감으로 먹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부위가 안와전두피질, 즉 눈 위쪽의 전두엽으로 알려졌다. 이 영역의 외측 영역은 처벌과 관련된 상황에서 활성화되고, 내측 영역은 보상과 관련된 상황에서 활성화된다. 내측 영역에 많은 신호가 발생하면 측좌핵(nucleus accumben, 중격의지핵)과 연결된 뉴런을 통해 쾌감 엔진을 구동시켜 많은 도파민을 분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안와전두피질이 감각의 통합센터이다. 즉 후각, 미각, 시각, 촉각과 내장감각 등이 만나는 곳이다. 그래서 본능적 욕구와 감각을 처리하여 느낌과 자아감을 생성한다. 이곳의 세포는 후각에서 온 신경과 미각에서 온 신경이 같이 연결되어 동시에 자극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감각의 융합 또는 공감각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미술품을 볼 때, 먹음직한 음식을 볼 때, 여자들이 쇼핑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때, 심지어 수학자는 아름다운 공식을 볼 때마져 이곳에 불이 깜박거리면서 도파민 분비 신호를 내는 것이다.

▲ 우리는 항상 필요 이상으로 먹도록 세팅되어 있는 욕망과 전쟁을 수행 중이기도 하다. 설탕 중독, 탄수화물 중독, 초콜릿 중독 등 여러 말들이 많지만 음식은 통째로 가장 중독성 물질이다.
욕망의 하이웨이 또는 생존의 보상회로는 뇌의 안쪽에 있다. 배쪽피개구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이라고 하는 신경핵과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 중심이다.

신경회로는 도파민이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통해 신호를 전달하며, 이 도파민이 쾌감을 주도한다. 그리고 이 신호는 개체나 종족의 생존에 필요한 행동과 연관되어 있다. 즉,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거나, 갈증을 해소하거나, 종족의 명맥을 잇기 위한 성행위를 하는 경우 등에 보상회로에서 도파민의 분비는 급격히 증가하고 이 쾌감으로 같은 행위를 반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반복이다. 아무 행동이나 반복해서는 곤란하고 과도한 반복도 곤란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노고 끝에 얻는 도파민의 쾌감뿐 아니라 뇌의 이 회로를 직접 자극하여 쾌감을 얻는 방법도 알아버린 것이다. 알코올, 담배 뿐 아니라 마약류가 그런 물질이다. 방법과 정도의 차이지만 동일하게 도파민을 증가시킨다. 아주 인스턴트로 쾌감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음식으로 아무리 쾌감을 얻고자 하여도 음식이 많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 흔하여 너무 쉽게 많이 먹는다. 섹스도 마찬가지, 쇼핑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동일한 쾌감 회로로 만들어진 쾌락에 중독될 수 있다.

보상회로의 도파민 분비에 의한 쾌감, 즉 ‘행동에 대한 보상(Reward)’이야말로 진화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쉽게 지나친 쾌감을 얻으려 하면 중독에 빠져들며 이런 중독을 제어하는 것이 전전두엽 등 제어/억제 기능이다. 보상회로도 좋아함(Liking, 쾌감)과 원함(Wanting, 동기 욕망)으로 구분된다. 원함은 배고픔과 같은 강력한 것이고 이 배고픔에 의한 식욕은 생존에 필수이다. 하지만 이 욕망이 원시인 시절에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만들어진 세팅이라 먹을 것이 있으면 필요량 보다 좀 더 먹도록 세팅되어 있다.

우리는 항상 필요 이상으로 먹도록 세팅되어 있는 욕망과 전쟁을 수행 중이기도 하다. 설탕 중독, 탄수화물 중독, 초콜릿 중독 등 여러 말들이 많지만 음식은 통째로 가장 중독성 물질이다. 젊은 남자는 여자와 오락 생각뿐이라고 하지만 3일만 굶기면 머리 속에는 오직 먹을 것 생각 밖에 없어진다.

마약보다 강한 것이 음식의 중독인데 평상시 우리는 우리의 상태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욕망은 직시할 때 적당한 대책이 가능한 것이다.

전전두엽의 활성화에 의한 억제 기능을 발달시키는 것도 방법이요. 다른 쾌감의 요인으로 분산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식욕, 성욕뿐 아니라 가족, 친구, 공동체, 만들기, 운동, 음악, 춤, 예술, 심지어 공부도 이 쾌감의 회로를 작동시킨다. 다른 행복한 일이 많아지면 그만큼 식욕의 통제는 쉬워지는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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