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리처드 랭엄 교수의 요리가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었다는 주장은 또 다른 근거로 노동의 성적 분화를 말한다.

수렵 채집인의 생활을 보면 새벽이 되면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음식을 먹으며, 남자는 홀로 또는 짝을 지어 사냥을 떠나고, 여자는 막대기를 들고 덩이줄기 식물 채취 지역으로 간다. 여자가 식량을 구하는 것은 항상 가능한 일이지만 남자가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저녁 무렵 여자는 이미 불을 피우고 덩이줄기 식물로 먹을 것을 준비한다. 누군가 맷돼지라도 잡아오면 그 남자의 가족과 친구, 친척이 가장 좋은 부위를 챙기지만 나머지 사람과 나눈다. 불 위에 고기는 익어가고 밤공기 사이로 맛있는 냄새가 솔솔 퍼진다.

▲ 고기에 대한 갈망은 대단했다. 원주민은 불과 몇 분 전에 얌이나 댐퍼를 충분히 먹고도 ‘배가 고파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한다.
여자가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고단한 일이었다. 보통은 식물의 씨를 수집하고 타작하고 껍질을 까고 반죽하고 익히고 하루 종일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남자의 일은 꿀이나 동물을 사냥하는 일이다. 찾기가 힘들지 순간에 끝나는 일이다. 남자의 전리품은 모 아니면 도! 남자가 먹거리를 구했다고 하면 한 번에 양도 많고 맛도 좋은 것을 구한 셈이다.

고기에 대한 갈망은 대단했다. 원주민은 불과 몇 분 전에 얌이나 댐퍼를 충분히 먹고도 ‘배가 고파요’라는 말을 달고 산다고 한다. 육체적 허기는 달랬으나 정신적 허기를 달래지 못한 것이다.

여자가 준비한 볼품없는 탄수화물 음식은 허기는 면했지만 뭔가 부족함을 크게 느끼게 한다.

남자가 사냥에 성공해서 그 결과물을 가져오면 축제였다. 남자 여자 똑같이 생존에 필요한 식량을 확보하고도 온갖 폼과 칭송은 남자만 받은 셈이다. 고기의 맛과 포만감 덕분에...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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