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기관만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온 몸에 분산돼 있는 지방세포도 맛을 느낀다. 그리고 그 결과를 전달한다.

그렐린은 위와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으로 배고픔을 느끼게 해 무언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뇌의 일부분인 시상하부에서도 만들어져 성장호르몬이 나오도록 자극하기도 한다. 그렐린의 농도는 빈 속일 때 올라갔다가 식사를 하면 떨어지는데, 지방세포에서 분비돼 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인 렙틴(leptin)과는 상반된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체중은 생명에 직결되는 요소이고 우리 몸은 결코 체중을 줄이려 하지 않게 설계돼 있다. 먹거리가 부족하면 기아모드로 전환해 체중을 지킨다. 음식을 소화시키면서 위와 내장은 음식에 대한 정보를 미주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한다. 그 결과 적절한 호르몬이 분비된다.

지방 함량에 따라 분비되는 호르몬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오렉신, 갈라닌, 렙틴, 인슐린 등이 있다. 식욕 중추는 지방의 섭취를 장려하기 위해 오피오이드, 갈라닌을 방출하기도 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장려하기 위해 뉴로펩파이드를 분비하기도 한다. 과식이 내 몸 안에서 조장되는 셈이다.

▲ 의식하지 못하는 감각이 우리를 지배한다. 다이어트 제품에 왠지 손이 가지 않는 이유이고, 어떤 음식이 갑자기 땡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식하지 못하는 감각이 우리를 지배한다. 다이어트 제품에 왠지 손이 가지 않는 이유이고, 어떤 음식이 갑자기 땡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로 칼로리 제품을 먹으면 반드시 다음 번에 더 먹어서 오히려 살이 찌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보다 더한 것은 세포의 감각이다. 아무리 단순한 세균도 감각능력이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세균보다 직경이 10배 이상 크니 부피는 1000배 이상 크다. 그런데 이 세포에 감각능력이 없을 것 같은가?

평소에는 이 세포가 내는 신호는 그저 백그라운드 노이즈처럼 무시되지만 상황이 나빠질수록 강력한 신호가 된다. 목이 마를 때 타는 갈증처럼 다이어트가 심해질수록 격한 신호를 낸다. 아주 특별한 사람 말고는 이 신호에 굴복하고 욕망을 억제하는 다이어트는 처참하게 실패하고 끝난다.

여자가 임신을 하면 입맛이 급변하고, 남자가 군대 가면 몇일 되지 않아 평소에는 별로였던 단 것을 무조건 탐닉한다. 생각보다 나쁜 물질과 자신의 몸에 안 맞는 식품을 금방 알아채서 억지로 먹을 수 있는 기간은 보통 수일 아무리 길어도 1년을 넘기기 힘들다. 1년 이상 계속해서 사람의 몸을 속이는 기술은 없다. 그래서 모든 다이어트 식품은 결국에는 실패하는 이유이다.

첨가물이 내 몸을 속일 수 있다면 비만문제는 금방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MSG 같은 첨가물은 원래 식품에 있던 성분을 별도로 단지 고농도로 만든 것일 뿐이기에 우리 몸을 속일만한 특별한 기능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넌센스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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