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로 칼로리 제품이 소용이 없을까? 맛은 칼로리에 비례한다.

현재 최고로 유망한 식품시장은 다이어트 시장이다. 영양은 따지지 않고 살만 쑥쑥 빠지면 대박이다. 먹는 칼로리에 비해 소비되는 양이 적으면 여분의 칼로리가 지방으로 축적되어 비만해진다고 한다. 음식을 먹는 양을 조금 줄이면 간단히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열량이 높은 지방은 거의 독극물 취급을 받아왔다. 그래서 저지방ㆍ무지방 제품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음료는 처음부터 무지방이었다. 그래서 무(제로) 칼로리 제품 개발이 한 때 붐이었다. 탄수화물을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음료에 사용하는 탄수화물은 설탕이나 과당 같은 감미료이다. 이것을 고감미 감미제로 바꾸는 것이다. 사카린은 몸에서 흡수를 하지 않으므로 완벽히 제로 칼로리이고 감미도도 높아서 사용량도 설탕의 1/100 이하면 충분하다. 사카린이 싫으면 아스파탐, 아세설팜, 수크랄로스 또는 천연인 스테비아, 글리시리진도 있다. 이들 물질을 넣으면 간단하게 제로 칼로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혀는 고작 음식의 극히 일부인 저분자물질을 느끼지만 몸 안의 내장기관은 음식물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개별 성분별로 얼마만큼 들어왔는지 일일이 체크한다.
문제는 효과이다. 입은 속여도 몸은 속이지 못하는 것이다. 혀는 고작 음식의 극히 일부인 저분자물질을 느끼지만 몸 안의 내장기관은 음식물을 하나하나 분해해서 개별 성분별로 얼마만큼 들어왔는지 일일이 체크한다. 도저히 속이기 불가능한 기관이다. 단지 그 정보가 인지영역으로 가지 않아서 우리는 속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맛을 기억할 뿐 아니라 칼로리까지 기억한다. 지방을 빼면 식감도 나빠지고 향도 약해진다. 지방을 빼면 입에서는 그래도 먹을 만하다는 수준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내 몸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황제 다이어트에서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일시적으로 뇌를 속여서 살이 빠지지만 결국에는 탄수화물의 욕망이 폭발하는 것과 같다.

저칼로리 제품을 먹으면 입은 속여도 몸은 속이지 못하지 때문에 결국에는 더 먹기 십상이다. 지금까지 2만3000여 가지의 다이어트 방법이 등장했지만 2년 이내에 95% 이상이 실패한 결과를 수십년 간 반복하는 이유는 우리 몸을 오랫동안 속이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의 지난 다이어트 100년사는 어떠한가. 200년 전만 해도 비만은 인류 극소수의 문제였고, 선진국인 미국은 1920년대부터 문제였다. 1920년 룰루 헌트 피터스는 미국인 네 사람 중 세 사람은 심각하게 과체중 상태라고 경고했다. 코넬대학교 역사학자인 조운 제오콥스 브룸버그에 따르면 1920년대 이전에 소녀들은 체중과 다이어트에 집착하는 이야기가 없었지만, 1918년 후버가 플레처 요법을 쓰면서 칼로리를 계산하였고, 1928년부터 의사들까지 가세한 다이어트가 점점 엄격한 칼로리 제한을 주장했다. 지금의 모든 다이어트 방법은 이미 1930년대에 나온 것이다.

다이어트의 종류는 2만3000가지가 넘는다는데 지금의 모든 다이어트는 그때와 똑같은 이론이 이름과 그것이 왜 효과적인지에 대한 설명만 달리해서 등장하는 셈이다. 다이어트의 결과는 사뭇 비참하다. 1960년대 미국의 비만율은 우리가 앞으로 30년 뒤에 예상되는 비만율과 같았다. 그래도 당시 미국인은 건강했다. 그런데 1980년 미국 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금의 최신 다이어트 이론으로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자 일어난 결과는 딱 하나이다. 비만의 폭주이다. 1980년 거의 멈추어가던 비만율이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만큼 증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건을 터트린 건강전도사와 다이어트 전문가들이 그것에는 침묵하면서 자신의 방법만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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