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에 대한 오랜 집착이 미생물 발효를 이용한 글루탐산의 대량 생산시대 열어

오래 가열할수록 감칠맛 성분은 많이 추출되지만 엄연히 한계가 있다. 유리글루탐산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요리에 쓰기 어려운 잡뼈나 자투리를 사용하기에 그나마 비용이 유리하지만 멀쩡한 고기에서 그렇게 적게 존재하는 유리글루탐산만 녹여내고 고기 덩어리를 쓰지 않는다면 정말 낭비인 셈이다.

끓인다고 단백질이 마구 분해돼 유리글루탐산이 팍팍 증가하지는 않는다. 결국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이 감칠맛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미생물의 효소를 이용해 단백질을 분해하는 감칠맛의 재료는 생각보다 아주 오래됐다. 우유의 단백질을 분해한 치즈, 콩의 단백질을 분해한 된장, 간장, 생선의 단백질을 분해한 젓갈이 대표적이다.

제대로 발효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요즘 젊은 주부는 발효의 초보단계인 김치 담그는 것도 어려워한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요리 프로그램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감칠맛에 대한 갈망이 그렇게 많았기 때문에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발효식품을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어 먹었던 것이다. 예전 종가집 음식 맛의 비결은 대부분 까다롭게 발효시킨 장류에서 나온 것이었다.

발효를 통해 콩이나 생선 같이 값싼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한 장류, 젓갈이 그나마 저렴한 방법이지만 인간들은 이보다 경제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아예 글루탐산만 따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방법 말이다.

감칠맛에 대한 오랜 집착이 미생물 발효를 이용한 아미노산(글루탐산)의 대량 생산시대를 연 것이다. 당밀(糖蜜)이나 설탕 공장의 부산물을 이용해 글루탐산을 대량 생산하게 되자 우리는 드디어 누구나 맛있는 고기 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 MSG 생산공정은 김치나 된장을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은 미생물 발효 공정이다.
MSG 생산공정은 김치나 된장을 만드는 과정과 다르지 않은 미생물 발효 공정이다. 모든 생명체는 크렙스 회로를 통해 글루탐산을 만든다. 하지만 체내에 축적하는 양은 적다.

그런데 특별한 미생물을 개발해 글루탐산 생성 이후 공정을 억제해 과잉으로 생산된 글루탐산을 체외로 배출하게 해 매우 저렴하게 다량의 글루탐산을 얻을 수 있다. 사탕수수의 당 1000g이 MSG 300g으로 바뀌는 것이다. 정말 놀랍게 저렴하게 글루탐산을 생산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재료의 궁합을 맞추어 감칠맛을 증폭시키는 것 또한 감칠맛의 핵심이다

감칠맛에는 다른 맛에는 드문 재미있는 현상이 있는데. 감칠맛의 상승작용이다. 감칠맛의 재료는 한 가지를 쓸 때보다 여러 가지로 나누어 쓰면 사용량에 비해 감칠맛이 엄청나게 증가하는 한다. 이것은 아미노산 계인 MSG와 핵산계인 IMP나 GMP가 만나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가장 효과적인 것이 50:50의 혼합으로 7배까지 증폭된다. 핵산계 조미료가 가격이 비싸므로 10%만 혼합해 주어도 감칠맛은 5배 이상 증가한다. 1/100이 혼합돼도 2배는 증가한다. 다시마국물에 가쓰오부시나 멸치를 꼭 넣는 이유이다.

GMP는 더하다. 50:50 혼합이면 무려 30배나 증폭된다. 1/10만 혼합해도 거의 20배, 1/100만 혼합해도 5배가 증폭된다. 별로 맛이 없는 버섯이 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다.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이 만났을 때 감칠맛 상승효과

구성비 (%)

감칠맛 강도

원료비(kg당)

MSG

IMP

MSG

IMP

합계

비용

100

0

1

10,000

0

10,000

10,000

99

1

2

9,900

500

10,400

5,200

98

2

2.5

9,800

1,000

10,800

4,300

95

5

3.5

9,500

2,500

11,500

3,429

90

10

5

9,000

5,000

14,000

2,800

50

50

7

5,000

25,000

30,000

4,286

0

100

 

 

50,000

 

 

이렇게 조합한 감칠맛의 시너지 효과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은 1960년대이다. 하지만 훨씬 오래 전부터 모두다 경험적으로 알고 쓰고 있었다. 세상 대부분의 맛있는 요리에는 핵심적인 국물 우려내기 과정이 있다. 하지만 각자의 스타일은 다르다. 일본은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결합해서 쓰고, 우리나라에서는 다시마와 멸치를 같이 쓰고, 중국은 야채와 닭고기 뼈를 조합해서 쓴다.

국가별 감칠맛 재료 조합형태

국가

글루탐산 원천

이노신산 원천

서양

양파, 당근, 샐러리

소고기 사태

일본

다시마

가쓰오부시

중국

배추, 파

닭뼈

한국

다시마

멸치

소금이 사용된 것은 5000년 전이고 꿀이나 설탕이 사용된 것도 4000년 전, 식초가 사용된 것은 3500년 전이다. 아주 맛있는 음식에는 뭔가 맛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글루탐산임을 알아차리는 데 수천 년이 걸린 것이다. 그래서 감칠맛이 높은, 맛있는 식품은 아무나 먹을 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장을 담그기도 어렵고, 김치나 치즈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물이나 육류를 우려내서 육수를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연료가 필요하다. 결국 감칠맛이 나는 음식은 충분한 여유가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이나 즐길 수 있었고, 굶주림조차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아지노모도의 맛의 대혁명은 충분히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 왕, 귀족, 부자 같이 전문요리사를 둔 사람뿐 아니라 누구든 손쉽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즐길 수 있는 맛의 민주화를 완성한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해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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