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Umami)이 있어야 깊은 맛이 난다

단맛이 탄수화물을 느끼는 감각이라면 감칠맛은 단백질, 즉 고기를 느끼는 맛이다.

가장 대표적인 탄수화물인 전분은 무미인데 이것의 분해물인 포도당이 단맛인 것처럼, 단백질은 무미지만 이것이 분해된 아미노산의 일부가 감칠맛이다.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지는데 이중 가장 흔한 것이 글루탐산이다. 콩에는 단백질이 36.2%가 들어 있고 이중에서 글루탐산이 25%이다. 따라서 콩 100g에는 9g의 글루탐산이 있다. 이것을 모두 맛으로 느끼면 엄청날 텐데 콩의 글루탐산은 모두 단백질로 결합된 상태라 감칠맛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메주로 만들고 장류로 분해해 감칠맛을 느낀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단백질이든 숙성이나 발효를 시키면 단백질이 분해되어 감칠맛 성분은 증가한다. 우리가 유난히 콩을 소재로 한 장류를 많이 만들어 먹는 것은 가격 때문이다. 콩만큼 저렴한 단백질원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은 그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장류를 만들어 먹었다. 장류의 감칠맛은 힘든 노고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최초에 감칠맛을 즐기는 방법은 고기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고기는 정말 귀한 식품이었다. 그래서 각 국가에서는 나름의 고기 맛을 내는 국물내기 재료들이 개발됐다. 요즘 요리에서 많이 쓰이는 국물내기, 또는 육수 만들어 맛내기 기술은 그리 오래된 방법은 아니다. 또한 아주 효율적인 방법도 아니다.

감칠맛을 발견한 이케다 교수는 40㎏의 다시마에서 겨우 30g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한국과 일본의 국물내기 기본 소재는 다시마이다. 그런데 세상에 1000만 종의 생물이 있는데 왜 하필 다시마를 사용할까? 그것은 다시마에서는 MSG(글루탐산, 아스파트산) 성분만 녹아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단백질이 있고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으로 되어 있어 평균 5%지만, 보통 글루탐산이 15%, 아스파트산이 10% 이상 들어있다. 그래서 어떤 국물은 내면 감칠맛 아미노산 25%, 나머지 아미노산 75%가 우러나와야 하는데, 다시마는 감칠맛 아미노산이 95%, 나머지 5% 내외이다. 다시마는 정말 독특한 물건인 셈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MSG 성분만 가득한 다시마를 그렇게 사랑하느냐고? 다른 아미노산 중에는 쓴맛이 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말로는 영양이지만 실제로는 맛인 것이다. 다시마는 그 국물로만 평가하면 많은 먹거리 중에서 인간의 위대한 먹성이 찾아낸 가장 영양 불균형 생물인 셈이다.

감칠맛이 풍부한 식품은 가격이 비싸고 귀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특별히 이들 분자가 많은 것을 찾거나 분해해야 한다.

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많다. 따라서 글루탐산의 양도 많다. 하지만 워낙에 단백질을 많이 필요로 하는 생물이라 글루탐산의 99%는 단백질 상태로 존재하고 아미노산 상태로 존재하는 것은 1% 수준이다.

식물은 좀 다르다. 단백질의 비율이 낮아서 글루탐산의 양도 적다. 하지만 존재하는 글루탐산의 90%이하가 단백질 상태이고 10% 이상은 아미노산 상태이다. 동물에 비해 10배나 높은 비율이다. 그래서 샤브샤브 국물에 야채를 넣어도 꽤 감칠맛이 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간은 발효 등 분해를 통해서 유리 글루탐산의 비율을 높이거나 천연에서도 유리 글루탐산의 비율이 높은 것을 찾아 맛의 원료로 사용했다.

▲ 잘 익은 토마토는 무려 59%가 유리 글루탐산으로 존재한다. 토마토는 가히 감칠맛을 위해 존재하는 채소라 할 수 있다.
토마토는 정말 별난 작물이다. 우유는 아미노산 상태로 존재하는 글루탐산의 비율이 0.2%에 불과하고 치즈로 만들어 충분한 숙성의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야 10% 정도의 비율로 아미노산 상태의 글루탐산이 되는데 비해 잘 익은 토마토는 무려 59%가 유리 글루탐산으로 존재한다. 토마토는 가히 감칠맛을 위해 존재하는 채소라 할 수 있다. 토마토 말고도 유리 글루탐산이 많은 재료가 요리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설렁탕집 소개 장면에는 모두 커다란 솥에 불을 때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왜일까? 그래야 감칠맛 성분이 최대한 녹아 나오기 때문이다. 설렁탕을 만들 때에는 사골에 피를 뺀다. 사골을 찬물에 담가 물을 여러 차례 갈아주는 방식으로 뼈에 함유된 피를 빼내는 것이다. 피를 제대로 빼내지 않으면 국물이 탁해지고 잡맛이 섞인다. 그리고 오래 오래 푹 삶는다. 오래 삶아야 뼈와 콜라겐에서 아미노산과 칼슘, 젤라틴 등 가용 성분들은 더욱 많이 용출된다. 그리고 향 물질은 휘발돼 잡취와 특성은 사라져 어떤 음식에 넣어도 어울리는 육수가 된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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