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감 물질의 대표 선수는 단맛

항상 쾌감을 주는 성분(Hedonic)이 있다
맛의 시작은 당연히 입과 코이다. 그런데 어떤 성분일 때 쾌감을 느낄까? 개별 성분일까? 아니면 맛 성분이 조화로울 때 느낄까? 개별 성분도 맞고 조화로울 때도 맞다. 그러면 개별 성분은 어떤 것이고 그것은 학습에 의한 것일까? 아니면 타고난 것일까? 이 또한 학습도 맞고 타고난 것도 맞다.

타고날 때부터 쾌감을 느끼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은 신생아뿐 아니라 영장류 실험에서 입증됐다. Jacob E Steinera 박사 등의 실험에서 설탕을 혀에 닿게 하자 모두 얼굴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고, 퀴닌 같은 쓴맛 물질을 주자 찡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특징이 갓난아기 뿐 아니라 유인원에게도 똑같이 나타난다는 것은 타고날 때부터 구분하는 쾌감과 불쾌감을 주는 성분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타고난 쾌감의 물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단맛이다. 그리고 감칠맛과 짠맛도 쾌감을 준다.

누구나 과일은 달아야 맛있다고 한다
태어나자마자 단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몸에 가장 필요한 성분인 까닭일 것이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것은 65%의 물, 1% 이하의 탄수화물, 15% 이상의 단백질, 2% 이상(실제로는 15%)의 지방이다. 그러면 우리가 가장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단백질일까? 아니다. 단백질은 소모되는 성분이 아니고, 재생해서 재활용되는 성분이다. 따라서 생각보다 훨씬 적게 필요하다.

많이 먹어야 하는 것은 몸에 거의 없는 탄수화물이다. 인간은 매일 자신의 몸무게 만큼의 ATP를 소모한다. 이 ATP를 만드는데 가장 간편한 것이 포도당, 과당, 설탕, 꿀과 같은 당류이다. 이같은 당류를 직접 먹는 밥 같은 탄수화물을 먹어 소화흡수를 하던 결국에는 포도당이 되고 포도당을 분해하여 ATP를 얻는다. 그래서 우리 몸은 항상 탄수화물(당류)을 충분히 먹도록 세팅이 되어 있다.

결국 단맛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몸의 배터리인 ATP를 공급할 에너지원(탄수화물)을 찾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맛 수용체들을 가지고 당을 찾으면 우리 뇌가 쾌감을 부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단맛은 그 음식이 우리의 에너지 수요를 채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신호이다.

문제는 양이다. 어떤 동물도 먹을 것이 충분한 시기는 없었다. 있으면 좀 더 먹도록 욕망이 세팅되어 있다. 그런데 인류만 예외적으로 근래에 먹을 것이 넘치는 풍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체내 DNA의 세팅과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먹는다. 많이 먹으면 잉여의 영양은 지방으로 변환되어 저장된다. 그것이 비만 현상이다.

▲ 이왕에 감미료를 쓴다면 사실 설탕이 최고이다. 가장 맛있는 감미료이다.
세상에 설탕만한 감미료는 없다
미국에서 비만이 심각한 문제가 되자 양보다는 성분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그래서 의심받은 것이 지방과 설탕이다. 독극물 취급을 받고 설탕을 넣지 않는 제품도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설탕을 넣지 않았다가 의미 있을까? 사실은 전혀 의미 없다. 설탕이 분해되면 포도당과 과당이 되고, 과당은 즉시 포도당으로 바뀔 수 있다. 밥을 먹든, 빵을 먹든, 과일을 먹든 모든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변환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남으면 지방이 된다. 설탕, 과당, 포도당이 다르다고 하는 것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은메달, 동매달 수상자가 다르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들 사이에 차이는 일반인과의 차이에 비하면 아무 차이가 없는 것과 같다.

이왕에 감미료를 쓴다면 사실 설탕이 최고이다. 가장 맛있는 감미료이다.
a. 설탕은 단맛과 다른 감미료가 흉내내기 힘든 바디감이 있다. 이 바디감과 조화된 단맛이 설탕의 최대 강점이다. 설탕보다 맛있는 감미료는 없다.
b. 설탕은 측좌핵(NAc)에서 도파민을 분출하여 쾌감을 만든다. 그래서 더 설탕을 원하는 부작용도 있는 것이다. 측좌핵 뿐 아니라 다른 쾌감의 부위도 자극하여 즐거움을 준다. m-오피오이드, 칸나비노이드수용체 등이다
c. 인슈린 신호를 만들어 뇌에서는 쾌감을 세포에서는 소화 과정을 촉진한다.

쾌감의 분비는 설탕의 양에 비례한다. 한 연구에서 학생들이 음료를 마시는 동안 뇌 이미지를 스캔했다. 그 결과, 설탕과 지방이 각각 뇌의 다른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방 함유량이 높은 밀크셰이크는 연상학습, 체감각과 관련이 있는 뇌 영역을 활성화했고, 설탕 함유량이 높은 것은 보상, 동기, 맛과 연관이 있는 뇌 영역을 활성화했다고 한다.

그리고 설탕이 뇌의 특정 영역을 활성화하는 영향력은 설탕을 섭취하는 양과 비례한다는 것도 밝혀졌다. 지방은 비율이 달라져도 활성강도가 일정한데 설탕은 양이 증가할수록 보상과 관련한 뇌 영역이 더욱 강하게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설탕이 많을수록 쾌감이 크기와 설탕에 대한 욕구는 커진다. 욕망을 채우면 비만이 되고 욕망을 누르면 언젠가 폭발한다. 그렇다고 설탕을 꿀, 조청, 과당, 포도당이나 과일, 쌀과 같은 복합 탄수화물로 바꾸어도 소용이 없다. 유일한 대안이 고감미 감미제일 것이다. 사카린, 아스파탐, 아세설팜은 200배, 수크랄로스는 설탕보다 600배 감미가 강하다. 천연 감미료인 스테비아도 설탕보다 100배 이상, 감초의 글리시리진은 200배, 과일에서 얻어지는 단백질인 모넬린도 3,000배, 소마틴도 2,000 ~3,000배의 감미를 가지고 있다. 심지어 러그던에임(Lugduname)이라는 물질은 설탕보다 20만~30만 배 더 달다고 한다.

감미가 강하다고 걱정할 것은 없다. 이들 물질은 감미수용체에 결합하는 정도가 강할 뿐이다. 사실 감미 수용체도 페르몬이나 후각수용체와 같은 구조의 물질이고 이들 물질은 ppm에서도 작용하는데 감미가 유난히 둔감한 것이지 이런 고감미 감미제가 특출한 것은 아니다. 감미수용체와 우연히 강하게 결합하는 물질이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감미료와 감미료의 칼로리를 대체할 물질에 대한 요구가 이런 물질을 찾아낸 것 뿐이다.

이들 원료는 확실히 당류(탄수화물)양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물질은 혀에는 잠깐 단맛을 줄지 모르지만 내장기관에서 포만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로 칼로리 제품을 먹으면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의 감미 수용체가 조금만 더 민감해서 설탕 양을 줄여도 충분히 달다고 느끼거나 내장기관에 포만감도 같이 해결할 고감미 감미제가 나오기 전에는 해결의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포만감을 주는 일반감미료 70%에 단맛을 주는 고감미 감미제 30%가 나름 방책일텐데 그런 제품이 등장할 기미는 별로 없다. 우리가 제로 칼로리처럼 강렬한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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