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비만은 맛에 대한 욕망의 문제다

요즘 애완견은 예전보다 2배는 오래 산다고 한다. 그 이유가 완전가공식품 개 사료 덕분이란다. 사료를 먹는 애완견은 병에도 잘 안 걸리고 냄새도 없고 털도 안 빠진다고 한다. 아무리 정성껏 준비해 준다고 해도 그냥 사료를 먹이는 것 보다 못하다고 한다. 가격도 저렴한 완전한 가공식품인 사료를 먹고 애완견이 장수하는 것은 영양은 충분하고 과식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맛도 별로 없고 더구나 매일 똑같은 것을 먹으니 배가 고플 때 배고프지 않을 정도만 먹는 것이다. 수분이 없는 건조한 살균된 상태이니 미생물의 감염 염려도 적다. 원료가 천연이니 합성이니 구분은 아무런 상관없고, 몸에 좋다는 채소 성분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개에게 필요한 영양은 모두 있고 소화 잘 되는 음식인 것이다. 100% 가공식품이며 가격도 저렴한 사료가 개의 수명을 2배 연장시킨 최고의 장수식품이라니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이것은 왜 사람에게 적용이 힘들까? 사실 비슷한 시도가 이미 있었다. 1960년대 미국인들은 문명의 편리함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우주시대의 기술에 도취돼 있었다. 여성도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요리하고 살림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식품은 간단한 형태가 많이 등장했고, 미래의 식량을 말할 때면 알약 하나만 먹으면 해결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고 우주식량으로 유동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의지력이 강한 우주인도 유동식 만큼은 견디지 못했다. 의심스러우면 모든 식사 메뉴를 믹서에 갈아서 먹어보면 된다. 음식의 성분과 양은 그대로지만 맛은 대부분 사라져 버린다. 음식의 가치가 영양성분이거나 안전, 건강 등이라면 우리는 이런 식품을 택해야 한다. 보관과 취급도 편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안 나오는 가장 친환경적인 식품이기도 하면서 포만감도 가장 오래 유지되기에 다이어트에도 좋다.

▲ 우리가 음식을 내 몸에 필요한 양 만큼만 먹는다면 우리는 절대 비만해질 염려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에 적당한 양을 훨씬 넘어서는 음식을 섭취한다. 바로 맛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식품을 견딜 수 없다. 우리가 음식을 내 몸에 필요한 양 만큼만 먹는다면 우리는 절대 비만해질 염려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생존에 적당한 양을 훨씬 넘어서는 음식을 섭취한다. 바로 맛 때문이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 맛에 흥미도 사라질 것이기에 꼭 필요한 양 만큼만 먹게 돼 비만문제도 해결되고 내 몸의 소화 시스템도 똑같은 음식만 처리하면 되므로 편할텐데 우리는 이런 최고의 식사법을 유지할 수가 없다. 단조로운 식사가 주는 욕구 불만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끊기 힘들다는 술과 도박, 마약도 맛에 대한 욕망인 식욕보다는 약하다.

1960년대 미네소타대학교 앤슬키스 박사가 좀 특별한 실험을 했다. 군 복무 대신 지원한 양심적인 병역 거부자 100명 중에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36명을 선발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먹는 양을 1/2로 줄이고 매일 5㎞를 걷게 했다. 그러자 5개월 만에 평균 체중이 25% 감소했다. 그리고 나머지 9개월은 원하는 대로 먹게 하면서 관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다이어트 중에는 마지막 음식 부스러기까지 먹으려고 접시를 핥았고, 모든 대화와 환상의 주제가 음식이었다. 한 참여자는 이렇게 썼다. “공동식당에서 먹은 사람들은 음식 부스러기를 몰래 가지고 나와서 마치 무슨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아껴가며 한참 동안 먹었다. 식품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요리책, 메뉴, 요리 정보에 몰두했다. 종종 다른 사람이 먹는 것을 보거나 그저 음식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참가자들은 음식에 소금과 향신료를 들이붓기 시작했고, 커피를 너무 마셔 9잔으로 제한하기도 했고, 한 남성은 하루에 껌을 40통이나 씹었다.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해져서 요리기구를 모으기 시작했고, 몰래 규칙을 어기고 알사탕 몇 개를 훔치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기도 했다. 이전에는 정신적으로 그토록 건강하던 남성들이 우울과 초조감, 발작에 가까운 급작스러운 기분변화를 겪었다. 성욕마저 없었고 관심의 대상은 오로지 음식뿐이었다. 다이어트가 완전히 끝난 후에도 하루에 5,000~6,000칼로리, 몇 사람은 심지어 8,000~10,000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했다.

이런 맛에 대한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너무 쉽게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또 다이어트를 포기하면서 패배감에 빠지기도 한다. 맛은 뇌의 쾌감 엔진이 만든다. 마약의 중독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쾌감 엔진이다. 단지 한 번에 분비되는 도파민 양만 차이가 나고 그 쾌감이 옛날에 그렇게 힘들게 음식을 구하는 노고를 보상하는 시스템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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