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때문에 벌어지는 기묘한 현상

식품의 기본 조건은 안전ㆍ위생ㆍ영양ㆍ경제성 등이고 제품 개발 전략은 고급화ㆍ간편화 등을 꼽는다. 그런데 이런 기본 전략마저 경우에 따라 전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맛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2013년 식품의 영양표시에 대한 조사결과

 
예를 들어 고급화를 생각해 보자. 누구나 고급을 좋아한다. 여자는 명품 백을 좋아하고 남자는 명품 차를 좋아한다. 식품도 마찬가지이다. 고급스런 식당에서 고급스러운 대접을 받으며 유명 셰프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식사의 기쁨이 한없이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가끔 기이한 모습을 본다. 해외여행에서 현지의 제대로 된 정통 고급 요리에는 시큰둥하면서 고작(?) 라면에 격하게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재료비를 전혀 따지지 않고 최고급의 식재료를 써도 되는 우주식량을 개발할 때에도 고급 음식은 전혀 찾지 않고 현지의 식품을 우주식품으로 개발한다. 그래서 한국인용 우주식으로 김치나 라면을 우주식으로 개발했다. 이유가 뭘까?

식품의 위생은 식품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에 기본이 되는 항목이다. 그래서 대장균은 다른 어떤 세균보다 무해하지만 대장균만 검출되면 비위생의 표본으로 시끄럽고, TV 고발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도 영세한 식당 등의 비위생적 상태이다.

그런데 루왁 커피를 최고급 커피로 치고 제비집 요리가 진미로 대접받는 것은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루왁 커피는 사향고양이가 커피열매를 먹고 배설한 커피 씨를 수집해 씻어서 말린 원두로 만든 커피이고, 제비집은 제비가 씹고 뱉어서 만든 것인데 말이다.

▲ 식품의 위생은 식품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에 기본이 되는 항목이지만, 사향고양이가 커피열매를 먹고 배설한 커피 씨를 수집해 씻어서 말린 원두로 만든 루왁 커피는 진미로 대접받고 있다.
사실 위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안전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비위생적인 곳에서는 부패와 병원균 등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안전을 따지면서 복어요리를 먹고, 술을 마시며 고기를 구워 먹는다. 삶아도 충분할텐데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생기기 쉬운 구이요리를 고집하고 청산가리보다 훨씬 치명적인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 들어있기도 한 복어를 요리해 먹는다. 복어 독은 무색ㆍ무미ㆍ무취한데다 섭씨 300도로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특별한 치료법도 없어 복어 독은 피하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복어를 탐한다.

발암물질이라고 하면 무서워하고 항암식품이라면 금방 슈퍼에서 물건이 동난다. 그런데 삼겹살을 구워서 술을 마시는 것은 또 무슨 현상일까?

누구나 고기를 구우면 벤조피렌이 생길가능성이 높으니 구이보다 삶아서 먹으라는 충고를 듣지만 이것은 간단히 무시된다. 술은 담배, 자외선과 함께 3대 발암물질이지만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한 것은 맛 때문이다. 맛만 좋으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심지어 욕망을 멀리하라는 사찰의 음식도 나름 맛을 추구한다. 이렇게 제 각각이고 난센스가 많아서 그동안 아무도 맛을 객관화하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맛은 정말 골칫거리이고 심지어 수명 단축의 요인인지도 모른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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