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저널 인터넷식품신문 food news는 [최낙언의 맛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필자는 “나는 식품회사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지만 맛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멀리 있는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근처의 식당에 만족하는 편이라서 맛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맛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과 맛집 이야기가 대부분이지 사람들이 왜 그런 맛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많은 식품기업의 연구원과 요리사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데,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방향을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시행착오에 의존하는 면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나마 “원료가 명확하고 시장규모가 큰 와인이나 커피는 다른 분야보다 체계적으로 맛을 다루고 있지만 세상 어디에도 식품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만한 맛의 이론은 아직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필자는 이번 연재를 통해 식품에 공통으로 적용할 맛 이론에 대하여 공개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편집자 주

맛 이야기를 시작하며

맛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나는 식품회사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지만 맛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멀리 있는 맛집을 찾아가는 것보다 근처의 식당에 만족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또 맛에 관한 쓰게 되었다. <맛이란 무엇인가, 2013, 예문당>를 통해 이미 맛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또 다시 맛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맛에 대한 이야기, 프로그램, 책은 정말 많다. 세계 최대의 산업인 식품산업과 골목을 가득 채운 음식점의 성패가 맛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방법과 맛집 이야기가 대부분이지 사람들이 왜 그런 맛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많은 식품기업의 연구원과 요리사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데,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방향을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시행착오에 의존하는 면이 많다.

그래도 원료가 명확하고 시장규모가 큰 와인이나 커피는 다른 분야보다 체계적으로 맛을 다루고 있지만 그 품목에 한정하여 다루고 있을 뿐이다. 세상 어디에도 식품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만한 맛의 이론은 아직 없는 것이다. 많은 요리와 음식에 대한 교육이 있지만 대부분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제조법을 배우는 과정이지 그것의 근간이 되는 원리를 알려주는 교육은 없는 셈이다. 음식은 무조건 맛이 있어야 팔리는데, 맛있는 음식의 원리를 체계적 배울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런 교육이나 시도도 별로 없는 것이다.

맛에는 정말 공통의 원리가 없을까? 나도 별로 원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다 <사람들은 왜 정크푸드를 좋아할까, 스티븐 위더리, 국내 미출간>을 보았다. 저자는 수백 가지 맛의 이론을 조사하고 그 중에서 16가지 맛의 원리, 특히 6가지 요인인 ‘쾌락의 성분 Taste hedonic, 대비 효과 Dynamic contrast, 추억 회상력 Evoked qualities, 맛의 방정식 Food pleasure equation, 칼로리 밀도 Caloric density, 유화이론 Emulsion theory’으로 소위 정크푸드라고 일컬어지는 식품이 비난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사랑받는지 꼼꼼하게 이유를 분석한다.

모두들 비난만 하였지 막상 그들이 왜 그렇게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자 하지 않았는데 그 책은 과학적 이유를 찾아보려 한 것이다.

어쩌면 소위 정크푸드라고 하는 것이 우리의 욕망을 가장 정직하게 반영한 식품일 것이다. 햄버거나 라면을 처음 만든 것은 식품회사일지 모르지만, 현재의 햄버거와 라면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의 욕망이다. 지금보다 좋게 만들면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수많은 신제품이 등장했지만 모두 사라지고 지금의 제품만 남아 있다. 지금 살아남은 제품이 가격대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제품 즉, 우리몸에 내제된 욕망을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한 제품이라고도 할수 있다.

▲ 햄버거 등 소위 정크푸드라고 하는 것이 우리의 욕망을 가장 정직하게 반영한 식품일 것이다.
우리의 몸은 진화의 산물이다. 진화의 역사가 우리의 몸에 심어논 욕망의 코드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 생각한다. 욕망은 이해와 케어의 대상이지 투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번 책이 맛의 현상을 다루었다면 이번 연재는 사람들이 어떤 때 맛있다고 하는지를 다루고자 한다. 위더리의 책과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는 뇌과학, 생리학, 진화학, 진화 심리학 등의 성과를 모으면 조금 더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설명이 가능하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뇌과학과 생리학은 맛의 인지, 쾌락의 구조에 대하여 많은 답을 주고, 이해하기 힘든 맛의 심리 현상은 진화학에서 답을 찾고자 하였다. 생명 현상은 진화적 현상이라 그 이유도 진화적 맥락 또는 부산물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한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질병마저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데 우리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음식에 마땅한 이유가 없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맛의 이유를 식품학, 생리학, 뇌과학, 그리고 진화의 관점에서 풀어보았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아갈 수 있겠지만 적절한 이론이 있다면 좀 더 빠르게 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연재의 내용 중에는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꽤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가 주었으면 좋겠다. 이 연재는 맛의 방정식을 찾아보자는 의미이지 맛의 방정식을 찾았다는 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식품의 여러 분야에는 각각 오랜 경험과 탁월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그 경험이 적절히 정리되고 융합하여 통합적으로 맛을 설명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그런 시도가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맛을 안다는 것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맛을 알려면 식품의 성분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뇌 그리고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뇌과학이 최근에 많이 발전하고 있지만 식품을 하는 사람들은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이것을 계기로 맛과 뇌과학이 전혀 무관한 사이가 아님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는 식품도 좀 더 주변의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들은 음악이나 미술을 평가하는 기준과 식품의 평가기준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음악에서 악기와 미술에서 물감과 붓은 수단일 뿐이라고 여기고 표현을 중시하는데, 식품은 표현보다 수단일 뿐인 성분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크다.

음악과 미술에서 어느 작품이 세계 최고냐고 경쟁하지 않고 여러 가지 스타일로 존중 받는데, 음식은 어느 것이 최고냐고 경쟁하기도 한다. 일상의 음식이야 합리적 가격에 영양과 편안함을 주는 음식이었으면 좋겠고, 가끔 즐기는 미식이라면 맛을 획일화시키는 경쟁에서 벗어나 각자의 창의적 스타일이 존중 받는 풍토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연재로 맛의 내면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이런 생각에 공감하는 미식 평론가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지나친 맛의 경쟁은 획일화를 부르지만 스타일의 경쟁은 다양화를 유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스타일을 갖춘 식당이 대접 받으면 우리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것이고 그 스타일이 오래 지켜질 것이기에 우리의 추억도 오래 지켜질 것이다.

맛에서 정답은 잘 모른다. 하지만 주변에 힌트는 많은 것 같다. 힌트를 모으다 보면 답이 점점 보이지 않을까? 나름 알아두면 좋을 맛의 원리에 대한 힌트를 모아보았다. 누구나 먹어야 산다. 먹을 때 느끼는 맛의 즐거움처럼 평생 유지되는 쾌락은 없고 그 쾌락은 뇌가 만든 것이다. 뇌를 아는 것이 맛을 아는 것이고 우리를 아는 것이다. 맛을 통해 뇌와 인간 현상을 좀 더 알게 되면 그만큼 자신도 풍성해지고 세상도 풍성해질 것이다. 그 동안의 많은 경험이 과학으로 정리되고, 뇌과학을 이해되면 우리는 훨씬 자유롭게 맛과 향을 다루고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최낙언 (주)시아스 이사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으며, 1988년 12월 제과회사에 입사해 기초연구팀과 아이스크림 개발팀에서 근무했다. 2000년부터는 향료회사에서 소재 및 향료의 응용기술에 관하여 연구했다. 저서로는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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