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연 농업연구사
농진청 식량과학원 잡곡과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에 섞어 쿠키ㆍ케이크 등 원료로 이용을
로스팅해서 차로 마셔도 좋아

가정에서 수수는 흔히 밥에 넣어 잡곡밥으로 지어 먹는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수수는 곡식 중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활성이 높고, 음식섭취 후 혈당의 상승을 유발하는 α-아밀라제와 α-글루코시다제 효소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혈당관리에 도움을 주며,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수수는 맛이 없는 곡식이기도 하다. 특유의 거친 맛에 탄닌에서 유래된 씁쓰레한 맛이 있다. 부드러운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 수수가 몸에 좋으니 먹으라고 하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수수를 팥과 함께 이용했다. 팥이 가진 달고 신맛은 수수의 씁쓰레한 맛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겨울이면 수수와 팥을 이용한 수수팥떡이나 수수부꾸미를 즐겨 먹었다. 하지만 달고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는 오늘날, 더이상 떡과 밥만으로는 수수의 섭취를 늘리기에 부족해 보인다.

바로 이런 때 재료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감추는 식품 가공기술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수수를 ‘맛은 없지만 몸에 좋으니까 먹어야하는 어른들의 음식’에 더이상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연령층이 즐겁게 섭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새로운 만남’을 시도해야 한다.

융ㆍ복합이 대세이듯 음식도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얼마 전 농촌진흥청은 고단백 식품인 두부에 항산화활성이 높은 수수를 첨가하여 ‘수수두부’를 개발한 바 있다.

두부는 단백질(9%), 지질(6%), 칼슘 및 칼륨 등 무기질이 풍부하고 소화율(98%)도 높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이지만, 제조상 비지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식이섬유가 걸러지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두부에 볶은 수수가루를 첨가하여 제조한 결과, 탄수화물 및 식이섬유 등 두부에 부족한 영양분이 보충되고, 항산화활성 높은 수수가루로 인하여 폴리페놀 함량과 항산화활성 역시 30~50% 증가되는 결과를 얻었다.

최근 개발된 수수품종 중 ‘동안메’는 항산화활성이 다른 수수품종에 비해 2배 가량 높지만 밥에 넣어 먹기에는 찰기가 부족하여 혼반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동안메’통곡을 곱게 가루로 만들어 밀가루에 섞어 쿠키, 케이크 등의 원료로 이용하면 바삭바삭 맛있는 과자를 만들 수 있다.

수수가 가진 항산화활성은 열에 안정적이어서 조리 후에도 줄어들지 않으므로 마음 놓고 조리와 가열이 가능하다. 실제, 체험과 판매를 함께 하는 담양의 제과공장‘파밍하우스’에서는‘동안메’수수를 이용한 롤케이크와 쿠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수를 커피처럼 로스팅하여 붉은색의 맑은 차로 마시거나, 살짝 튀겨서 팝콘이나 시리얼처럼 먹을 수 있는 건강 간식제품도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다.

지금 수수는 변신 중이다. 가공기술과 좋은 재료가 만나 밥에만 넣어 먹던 맛없던 잡곡에서 맛있고 건강에 좋은 식품으로 말이다. 머지 않은 미래엔 먹는 재료뿐 아니라 바르는, 입는, 건축자재로도 쓰일 것이다.

고지연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잡곡과

주간 식품저널 2013년 11월 27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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