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순창에서 열린 장류국제포럼에서 전북의대 채수완 교수가 발표한 <소금 패러독스>는 정부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의 근본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나트륨 과잉 섭취는 고혈압, 뇌졸중, 심혈관질환, 신부전증, 위암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강력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펴오고 있다. 최근에는 김치, 장류 등 전통 발효식품에까지 나트륨 함량을 직간접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나트륨 과잉 섭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고 있는 하루 섭취량이다. 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 이하로 권장하고 있는데, 우리 국민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WHO 권장량의 2배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우리 전통식품인 김치가 나트륨이 많다며, 나트륨 함량에 따른 등급 표시제를 제안하고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등 정부는 물론 국회, 소비자단체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식품의 나트륨 저감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금을 넣어 만들 수밖에 없는 김치와 장류 등 전통 발효식품 업계도 나트륨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채 교수는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WHO의 나트륨 하루 권장 섭취량 2,000㎎의 근거가 된 연구는 소규모의 단기간동안 임상시험의 결과에 의한 것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소금의 과잉 섭취는 건강에 나쁜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기존 소금의 유해설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다는 연구들도 많으며, 소금을 적게 섭취하면 오히려 심혈관 질병 사망의 발생이 높고 위험하다는 근거를 여러 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다.

채 교수는 소량의 소금 섭취자에 비해 다량 섭취자가 위암의 발생이 높고, 염장식품, 가공육류 및 염장생선류의 위험도도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지만, 된장 섭취 시에는 위암의 증가는 없었다는 연구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또, 한국인의 위암 증가 원인으로 김치와 젓갈 내에 함유된 아질산염이 높아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도 있지만, 김치를 25℃에서 발효 시에는 5일 이내에 90% 이상이 아질산염이 제거된다는 보고도 있다고 했다.

이번 채 교수의 발표는 WHO의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신뢰해도 되는지? 무조건 나트륨 줄이는 것이 국민 건강에 좋은지? 우리 전통 발효식품도 꼭 나트륨을 저감화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나트륨 줄이기는 전 세계적 트렌드이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들은 과학이 발전하면서 뒤집혀지기도 한다. 식약처는 <소금 패러독스>를 주목하고 특히, 전통 발효식품까지 나트륨 저감화를 해야 하는 과학적인 이유도 내놓길 기대한다. 건강을 해친다는 증거도 없이, 수백 수천 년간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김치, 된장 등 전통 발효식품의 나트륨을 무리하게 줄이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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