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발효 전통 슬로푸드 확대ㆍ발전시켜 세계에 알리는 정책을

손일선 태평염전 회장

박근혜 정부가 식품진흥 정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新식품정책’ 추진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새로운 식품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新식품정책은 지난 2011년에 마련한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전면 수정ㆍ보완하는 것으로 취약계층의 영양 불균형, 비만 인구의 증가, 한류의 세계적 확산 등 최근 상황 변화를 고려하여 국민건강 개선과 식품산업의 세계화,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 등 정책 개발 및 대응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새로운 식품진흥 정책 방향에 대해 식품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손일선 회장
태평염전
현재 우리나라의 저염정책은 지나치게 강하게 추진되고 있고 한국의 식문화와 서양의 식문화의 차이점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세계 트렌드를 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 전통발효 슬로푸드들이 위축되거나 패스트푸드화되는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 재생산될 것으로 우려되어 시정을 요청한다.

무조건 나트륨을 적게 먹으라고 하는 단편적이고 일차원적인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나트륨과 칼륨의 이온농도 비율을 맞추라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는 나트륨과 칼륨의 이온농도를 맞출 때 최적합되어 건강해진다고 한다. 세포외액에선 나트륨:칼륨 이온농도를 145:3~5로 맞추는게 적합한 비율이어서 나트륨이 30~50배 더 많고, 세포내액에선 반대로 칼륨 농도가 많아야 한다.

한국의 식문화는 야채를 많이 먹으며, 야채에는 칼륨이 나트륨보다 수십배 이상 많이 들어있어 나트륨:칼륨 비율의 균형을 위해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나트륨 섭취를 더 많이 해야한다는 것이 분자생물학적이고 생리화학적인 의견이다.

저나트륨 추세로 김치의 염도를 낮추려하지만 배추에 칼륨이 수십배 많아서 천일염으로 절이는 것은 나트륨:칼륨 비율을 맞추는 것이다. 특히 세계 5대 건강식품이면서도 알러지유발 식품이라는 아이러니가 있는 콩(대두)은 칼륨이 1660에 나트륨은 0으로 완전칼륨식품이다. 콩만 먹으면 과칼륨혈증에 걸리게 되어 신장이 망가진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슬기로웠다. 나트륨 칼륨은 몰랐지만 칼륨만 있는 콩에 천일염을 넣어서 발효시켜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을 만들어 나트륨:칼륨 비율을 맞췄다. 콩국수에 천일염을 넣어 나트륨:칼륨 비율을 맞췄고, 콩찌꺼기에 바닷물이나 간수를 부어서 두부를 만들어 나트륨:칼륨 비율을 맞췄다.

이렇게 우수하고 현명한 우리의 전통식문화는 편향되고 지나친 저염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어 저염정책의 근본적인 시정이 요구된다.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젓갈, 장아찌 등 주요 전통음식들은 천일염 발효 슬로푸드들로, 이들은 세계 최고 갯벌인 한국 서해안에서 나는 세계 최고 천일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의 갯벌천일염은 세계 소금의 0.1% 밖에 안 되는 희귀한 자원으로 바닷물과 어머니 양수의 미네랄성분 비율과 유사한 최고의 천연 미네랄소금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렇게 깊은 풍미가 있는 발효음식이 발전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편향된 저염정책은 우리의 전통 슬로푸드들을 위태롭게 하거나 이상하게 변질되게 만들 수 있다. 저염을 쓰면 발효가 잘 안되고 풍미가 안나게 되어 결국 화학적인 식품첨가물들을 소금 대신 많이 쓸 수밖에 없고 이미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전에 두드러지게 그와 같은 사례가 다음과 같이 있었다. 60년대 이후 산업화되면서 천일염은 식품이 아닌 광물이 되고 정제염이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된장, 간장을 담그기 위해 콩과 천일염만 있으면 될텐데 정제염을 대신 넣었더니 풍미가 안나서 조미료를 몇 가지 넣고 색이 잘 안나서 색소를 몇 가지 넣고 방부제 몇 가지와 빨리 발효시키기 위해 첨가물 몇 가지 등을 넣으니 식품첨가물이 도합 수십가지가 들어가는 패스트푸드로 바뀌게 되었다.

일차원적인 저염정책도 이와 같은 전철을 밟으며 화학적인 식품첨가물들의 추가적인 과용을 불러올 수 있어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과학적인 연구가 부진해서 미네랄에 대해 무지하던 20세기 후반에는 정제염이 맹위를 떨쳤다. 그 당시 천일염은 염화나트륨이 겨우 80~85%이고 나머지 성분은 불순물이라는 무지가 팽배한 반면, 정제염은 고순도 염화나트륨 경쟁을 하며 99%를 달성했다고 광고했다. 정제염은 염화나트륨만 있는 화학물질인 셈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라인을 따라서 급속하게 산업화하면서 식품정책이 지나치게 화학적인 위생제일주의로 나아가지 않았는지 뒤돌아볼 때이다.

미국에서 유학을 했지만 슬로시티와 슬로푸드운동을 하면서 유럽을 자주 둘러본 필자는 유럽의 자연주의에 놀랐다.

2005년 천일염을 식품화하기 위해 식약청 박사를 동반해서 세계 최고의 소금으로 인정받는 프랑스 게랑드 염전에 갔을 때 그 박사는 세계 최고라는 게랑드 염전 천일염은 깨끗할테니 그걸 우리 천일염을 식품화 하는 위생기준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갔다. 그런데 한국염전은 위생을 고려해 마지막 결정지는 장판을 깔은 반면 게랑드 염전은 자연 그대로 롤러질도 안한 뻘흙 위에서 그냥 생산하다보니 노지에 쌓인 천일염엔 뻘흙이 많이 눈에 띄어서 식약청 박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박사들과 게랑드염조합 임원들간의 간담회에서 한국박사들의 첫번째 질문은 프랑스 소비자들이 뻘흙을 먹느냐는 것이었고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를 어이없이 쳐다보며 수천년을 먹어왔다는데 무슨 문제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탈리아의 슬로푸드농장에 갔을 때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그 농장의 사과주스를 만드는 공장에 사과를 씻거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이 없는 듯 보여 나름 유기농사업자들이었던 한국방문자들을 놀라게 했다. 농약을 뿌리거나 화학적 식품첨가물통에 풍덩 들어갔다 나와서 깨끗하게 상품성 있어 보이는 농산물이나 식품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벌레 먹어 구멍이 나거나 예뻐 보이지 않아도 유기농으로 생산한 에너지가 좋은 농산물이나 식품을 먹을 것인가?

점점 미시적으로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네랄도 연구해내고 미생물이나 분자구조도 연구해내고 있어 이런 연구들을 식품정책에 반영하기를 바란다. 앞으로는 식품의 에너지를 측정하는 연구도 발전해가길 바란다. 첨단 시대사조인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모든 물질은 입자이면서 파동이기도 한,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띤다. 모든 식품도 입자, 즉 물질적 측면과 파동, 즉 에너지적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리가 먹을 때 우리는 식품의 생명에너지를 먹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화학적이고 위생적 측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식품이 어떻게 키워졌는지의 자연적인 에너지를 존중해나가는 전위적인 식품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슬로푸드, 슬로시티운동은 미래로 나아가는 전위적인 운동이다. 웰빙을 넘어 힐링시대에 슬로푸드를 확대 발전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슬로푸드운동에선 생물종 다양성을 살려나가려 한다. 다국적기업은 대중의 인기있는 품종만 유통하다보니 많은 종들이 멸종위기에 몰리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햄버거, 피자 등 몇 가지 미각 외에는 수천 수만가지의 전통적인 슬로푸드의 미각을 잃어가고 있다. 집집마다 달랐던 김치맛, 장맛이 거의 없어져가고 있다. 어린 세대들에게 다양한 미각을 가지게 하는 교육, 소비자들이 진정한 자연의 에너지를 주는 식품을 알게 일깨워주는 교육정책이 요구된다.

결론적으로 나트륨 하나만 분석하는 일차원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나트륨:칼륨의 미네랄 밸런스에 대한 다차원적인 연구와 같이 미네랄, 미생물, 분자구조, 더 나아가 식품의 에너지에 대한 분자생물학과 양자물리학같은 미시과학의 첨단연구를 강화하고 비교식문화적으로 우리 식문화에 안맞는 저나트륨 정책은 대폭 수정 내지 폐지하고 우리의 천일염 발효 전통 슬로푸드들을 확대 발전시켜 세계에 알리는 정책을 수립하시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손일선 태평염전 회장
한국슬로시티본부 부이사장
전남슬로푸드대표ㆍ신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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